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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니들이 넘는 산

10여일 동안 사무실도 가보지 못하고 집에서도 거의 나와서 살았다.

마치 2008년이 아닌, 한국이 아닌, 어떤 다른 차원의 시공간에서 살고 왔다는 느낌이라고 할까.

이제 일상으로 돌아오는 순간. 첫 발을 국회앞 기자회견에 슬쩍 흔적 남기기로 시작했다. 사회를 보는 박진이 "지금까지의 무관심에 대한 미안한 마음"이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할 때 완전 뜨끔했다.

 

돌아온 세상은 뭔가 부조화한 곳이다. 이길준은 부대에 있고 박래군은 유치장에 있고 이명박은 청와대에 있고 일그러짐의 극치이다. 이 세상을 표현할 수 있는 예술은 만약 그림이라면 혼돈의 선들이 어지러이 소용돌이 치는 형상일 것이고, 음악이라면 인간이 만들어 낼 수 있는 불협화음의 백화점일 것이다.

 

국회앞에서, 사방으로 둘러싼 전경들의 벽 안에서, 내리쬐는 여름 햇살 아래에서

기자회견을 하는데 계속 '언니들이 넘는 산'이 떠올랐다.

 

비오는 거리, 눈오는 거리 심장을 녹여 쇠를 달구는

얼어 터질 듯한 한 겨울에 뜨거운 뙤약볕에

사람들이 왜 거리에서 그렇게 모질게 외치는지...

 

아... 가진것이 많지 않은 사람들은 인간으로 살아가는 일이

싸우는 일이라는 것을 알지만, 살아남는 것이 운동이라는 것을 알지만

그래도 이렇게 너무나 노골적으로 사람들을 잡아먹으려드는

세상을 어찌하면 좋을까. 나는 어찌하면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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