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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오는 9월의 첫날

8월 31일과 불과 몇 시간의 차이를 둔 하루. 그러나 왠지 8월 31일은 9월 1일 보다는

8월 1일과 가까워 보인다. 단 하루만에 날씨가 갑자기 서늘해지는 것도 아니고

세상의 변화들이 그러하듯 더딘 걸음속에서 보자면 아무 차이도 없을텐데,

이상하게 사람들은 그리고 나는 9월 1일에서 갑자기 가을을 느낀다.

오늘은 더더욱 비가와서 그런 느낌이 강한것 같다.

 

텐트에서 자는 잠은 잠자리가 불편하기는 하지만 뜨거운 아침 햇살 덕분에 잠에서 깨어나는 기분은 불편함을 얼마든지 감내하게 한다. 이때만큼 일어나는 일이 행복한 시간도 없다. 어쩌면 하나 더 있다. 빗소리... 똑같은 듯 하나도 정녕 똑같지 않은 소리들.

작년 9월 출소를 2개월 남겨논 그 때, 그리고 가석방 명단 못올라서 못나가는줄 알고 있다가 다시 뒤늦게 명단이 추가되고, 이런저런 해프닝들에 마음썼던 그 때.

어느날인가 두두두두 총총총 빗소리에 잠에서 깨어났다.

시원한 기운이 귀로부터 얼굴에 퍼지면서 나는 잠을 털어내고

베토벤처럼 헝클어진 머리로 세상의 소리들에 귀기울였다.

창 밖, 손 내밀면 닿는 거리에서 비오는 소리는 왠지 감옥이어서 그런지

멀리서 들려오는 소리처럼 느껴졌다. 가볍게 두드리는 퐁퐁퐁 드럼소리.

빗소리가 분위기를 깔아주면 다른 소리들이 하나씩 모습을 드러낸다.

쌔근 쌔근 잠들어 있는 수인들의 숨소리.

저 멀리서 저벅 저벅 걸어오는 교도관의 구두굽소리.

나는 마치 소리들의 합주에 온 신경을 곤두세운 지휘자처럼

헝클어진 머리를 곧추세우고 침묵의 시간들을 경청했다.

소리를 가진 모든 것은 아름답다고, 그 말을 되뇌이면서.

 

이렇게 하루종일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써도 바지 밑자락이 비에 젖는 날이면

문득 여러가지 소리들이 떠오른다.

올 가을은 또 어떤 이야기들을 나에게 들려줄까

거리에 부딪혀 통통 튀어오르는 빗줄기들을 보면서

살짝 설레어 봐도 되는지, 소심해진 마음에 물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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