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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용기를 지지합니다"는 말

참 좋은 말이 독이될 때가 있다. 참 좋은 의도로 한 말들이 그 말을 듣는 사람을 오히려 안좋은 방향으로 이끌고 갈 때가 있다. 병역거부는 확실히 대단한 일이다. 누구나 평화주의자가 될 수 있지만. 누구나 병역거부자가 될 수 있지만, 또한 아무나 병역거부를 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병역거부를 심각하고 진지하게 고민하다가 군대간 사람과 마지막까지 병역거부를 하게 되는 사람의 차이는 그 사람들의 신념의 단단함도 있겠지만 그보다는 각자가 처한 상황때문인 경우가 많다. 쉽게 이야기해서 나는 병역거부를 할 수 있던 상황이었다. 물론 많은 사람들이 상황이전에 자신의 문제로 좌절하지만 자신의 문제를 뛰어넘고도 상황에 의해 좌절한 사람들과 나의 차이는 단지 내가 운이 더 좋았던 것일 뿐이다. 병역거부운동을 해오면서 느낀것은 사람들은 병역거부해서 감옥에 갔다오는 것을 굉장히 크게 인식하고 병역거부자들을 그런 시각으로 바라본다는 것이다. 물론 예전부터 친한 친구들이야 그렇지 않겠지만 병역거부를 하면서 처음 만난 사람들이 병역거부만을 보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내 개인적인 입장에서는 참 아쉬운 시선이다. 나는 병역거부자이기도 하지만, 시인이 되고 싶은 사람이기도 하고 전쟁없는세상의 활동가이고, 채식주의를 노력하고, 자전거를 더 많이 타려고 노력하고, 암튼 나를 설명하는 단어는 세상에 차고 넘칠텐데 병역거부자들은 사실은 다양한 정체성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일텐데 병역거부와 감옥행만을 너무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모든 것을 그것으로 수렴해서 보면서 병역거부자들을 거대한 국가폭력을 이겨낸 대단한 사람으로 봐버리는 경향이 너무 많은것이 현실이다. 나는 윤동주의 마음에 동감하고 기아타이거즈의 4강을 바라고 시와의 노래에 푹 빠져있고 이런것들은 병역거부와 수감자라는 타이틀 앞에서 중요한것이 아니게 된다. 물론 크게 상관이 없을 수도 있다. 하지만 평화캠프를 다녀오면서 병역거부자들에 대한 지지가 오히려 당사자들에게 독이 될 수도 있다는 생각을 해보았다. 병역거부자는 아무래도 감옥을 갔다온다는 선정성 때문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더라도 은근히 영웅이 되거나 주위의 관심을 받게되기가 쉽다. 이번 평화캠프에서도 병역거부를 생각하고 준비하는 친구들에게 다른 캠프 참가자들이 그들의 용기를 칭송하는 이야기나 글을 쓰는 것을 쉽게 볼 수 있었다. 나 또한 그들의 용기에 감탄하고 무한대의 지지를 보내는 바이지만 그들의용기를 칭송하기만 하는 것은 꽤 위험해 보이는 것이 사실이다. 지금까지 병역거부운동에서도 많이 지적된 바 있는 문제들. 병역거부자들은 결코 영웅이 되어서는 안된다. 하지만 스스로 원치안아도 주변에서는 그들을 엄청난 어려움을 이겨낸 영웅으로 만들고 싶어한다. 병역거부자들은 자신에게 쏠리는 과도한 관심과 지지에 각자 다른 반응들을 보이지만 가장 우려되는 것들은 병역거부자들이 다른 시민들의 지지를 과대해석하거나 그 덧없는 인기(연예인들에 대한 인기처럼)에 정신이 팔려 자신의 신념을 제대로 바라보지 못하는 모습들이다. 나는 사람들이 병역거부자나 병역거부를 준비하는 사람들에게 "당신의 용기에 감동받았습니다"는 류의 말을 자제하면 좋겠다. 물론 그들의용기는 칭송받아 마땅하지만 그 말들이 그들에게 도움보다는 안좋은 영향을 끼칠 수도 있을것이다. 그보다는 오히려 "나는 당신의 마음에 공감합니다" 이런 말들을 많이 해주면 좋겠다. 물론 내가 한 말들은 아주 작은, 내 주변을 참고삼아 한 말일 뿐이다. 병역거부자들은 이미 너무나 다양해졌고, 덕분에 한국의 병역거부는 짧은 시간에 쉽게 정리해서 이야기할 수 있는 성질의 것이 아니다. 다만 지금까지의 경험상 하는 이야기일 따름이다. 어쩌면 내가 질못 생각하거나 변화하는 현실에 너무 구닥다리처럼 반응하는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그리고 술 많이 마시고 쓰려니 쓰고 싶었던 내용들이 많이 못들어간거 같다. 술이 왠수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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