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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마스 캐럴

엄마는 미국에서 있었던 일들을 이야기하느라 정신 없다. 어쩌다 눈시울에 눈물이 그렁그렁 하시지만 그래도 생각보다 많이 안우신다. 정말 엄마말대로 미국에서 하도 많이 울어서 눈물이 말라버렸나보다. 엄마 이야기를 듣고 있으면 자꾸 이모 생각이 나 사실은 안듣고 싶지만 그래도 내가 엄마한테 해 줄 수 있는게 엄마 이야기 잘 듣는 일밖에 없으니... 우리엄마도 그렇지만 이모 또한 그다지 이기적이지 못한 사람이었다. 자기 자신을 위해 살기보다는 가족이나 형제자매들에게 희생하는... 이모는 2001년에 미국으로 이민갔다. 그리고 악착같이 돈을 모았다. 하루도 안쉬고 일을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몸에 탈이 나지... 일주일에 하루씩이라도 쉬었으면... 근데 그렇게 모은 돈은 당신을 위해서는 쓰지도 못했다고 한다. 재작년 이모가 처음 암에 걸렸을 때, 가게도 장사가 잘 안되고 병원비도 많이 들고 하니까 이모는 몰래 한두푼씩 모아서 만들어놓은 1만달러를 내놓았다고 한다. 이모부가 나중에 한국 갈일 있으면 가서 여유있게 쓰고 오라고 하려고 모오놓은 돈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모부는 그 돈을 받고 며칠후에 이모에게 뜸을 들이며 무슨말인가를 할듯말듯했고 답답해진 이모가 보채자 이모부 또한 이모몰래 1만5천달러를 모아놓았다고 털어놨다. 그 돈으로 이모 몸 좀 괜찮아지면 한국가서 푹쉬고 병 다 떨쳐버리고 오라고 했단다. 아... 이 무슨 '크리스마스캐럴'도 아니고... 머리카락 팔아서 시계끈 사고 시계 팔아서 머리핀 사는 것도 아니고... 암튼 사촌동생이 이모랑 이모부한테 "우린 열심히 일하는데 왜 돈이 안모이지?" 했을때 두 분다 뜨끔 했다고 했다. 그럴만도 하겠다. 우리엄마 이야기 듣는데 눈물이 찔끔거려서 참느라 혼났다. 나는 참 이기적인게, 이런 이야기 들으면서도 나를 생각한다. 이모가 돌아가시기 전에 울엄마한테 내 얘기 하면서 아프고 죽을 때 되니까 아둥바둥 돈 모은거 다 허무하다고, 용석이 지 하고 싶은일하고 좋은일하는데 걱정마라고 하셨단다. 그 얘기 들으면서도 맞는 말이라고 아둥바둥 돈벌고 살 필요없다고 나에게 유리한 말만 늘어놓고 있다. 이모의 마음을 공감하려기 보다는 엄마가 잔소리 안해서 내 일신 조금 편한거를 생각하는 심보라니.. 잘살겠다 이용석. 원래 이기적인 사람들이 잘 산다. 그래 계속 이기적으로 살자. 아... 맘이 짠했는데, 왜 결론이 이따구로 나오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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