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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

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

 

2009년 1월 20일 용산에서 망루를 불태운 것은 우리다. 정의롭고 아름다운 가치들을 내던지고 '뉴타운'과 '특목고'를 삶의 이유로 박아들인 우리 모두가 한 일이다. 민주주의와 인권 따우가 무슨 소용인가. 그것들은 돈이 되지 않는다. 우리가 괴물이었으므로 괴물같은 정부가 탄생한 것이었다. 이명박 정부는 자융와 민주의 공화국이 낳은 기형아가 아니라 자본과 속물의 제국이 낳은 우량아다. 그들은 무자비한 재개발 사업을 밀어 붙였고 무고한 사람 6명을 죽였으며 그 후로도 당당했다. 우리는 원고인인 동시에 피고인으로서 말한다. 이명박 정권은 살인 정권이다.

 

그 죽음은, 우리 모두가 괴물이 되어가고 있다는, 사무치는 경고였다. 그분들을 잊는 일은 우리가 괴물이 아니라 사람이라는 사실을 잊는 일이었다. 잊지 않기 위해 우리는 2009년 여름부터 용산으로 갔다. 유족들의 슬픔과 신부님들의 헌신 앞에서 문학은 한없이 무력했지만, 그 뼈아픈 자각 속에서 1인 시위를 했고 글을 썼다. 정의를 믿었고 희망을 품었다. 그러던 중 지난 10월 28일 용산참사 1심 선고공판에서 재판부는 희생자들에게 중형을 선고해 고인들을 두 번 죽였다. 아직 싸움은 끝나지 않았다. 그러므로 정의는 승리할 것이고 희망은 배반되지 않을 것이다 .

 

'6.9 작가선언-이것은 사람의 말'에 이어 이 책을 낸다. 다급하고 절박한 현실이 이 글들을 쓰게 했고 우리는 무능력과 죄책감의 힘으로 겨우 썼다. 추천사를 써주신 문정현님, 조세희님, 한명숙님, 홍세화님, 표지를 만드신 정은경님, 그리고 실천문학사 여러분들의 힘이 이 책을 완성했다. 그리고 이 모든 이름들 이전에, 분노와 슬픔을 담아 거명해야할 이름들은 따로 있다. 이명박 대통령과 위정자들과 치안관계자들에게 이 책의 가장 차가운 부분을, 망루에서 돌아가신 분들과 유족들과 지금도 용산을 지키고 계신 많은 분들에게 이 책의 가장 뜨거운 부분을 바친다.

 

비정한 나라에 무정한 세월이 흐른다.

이 세월을 끝내야 한다.

사람의 말을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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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산에서 <지금 내리실 역은 용산참사역입니다> 헌정식이 있어서 다녀왔다. 작가선언 6.9에서 준비한 행사인가보다. 우리도 1월에 책이 나오면 행사를 해야할텐데, 어떻게 하는지 한 번 보려고 했다.

 

날은 몹씨 추웠고, 뒤에 행사들이 많았던지 재빠르게 진행했다. 마지막 순서로 선언문을 낭독했다. '다시, 이것은 사람의 말' 작가들이라서 그런지 선언문이 굉장히 문학적이었다. 그러나 나는 이제 겉 멋으로 화려하게 치장한 글들과 진심이 담긴 글정도는 구별할 수 있다. 선언문이 감동을 준 것은 진심을 담고 있었기 때문이다. 게다가 솔직히 말해서 한 껏 멋을 부린 글이기도 하다. 뭐 글 쓰는 작가니까 당연한 일이다. 진심이 담기지 않고 멋만 부린 글이 문제일뿐이다. 작가라면 응당 읽는 사람들을 즐겁게 하는 글을 써야한다. 그 즐거움은 단순한  흥미와 재미만을 이야기하지는 않는다.

 

다시 예전의 꿈을 다시 꿔볼까 하는 생각이 든다. 나도 저렇게 아름답고도 감동적인 글을 쓰고 싶다. 아직은 아니다. 좋은 글을 쓰기위해서는 좋은 삶을 살아야하는데, 혹은 부족해도 자신의 삶을 솔직하게 바라봐야 하는데 나는 아직 아니다. 문학이 한없이 무력하다는 것을 알기 때문에, 1인 시위를 나섰고, 힘겹게 글을 써내려갔기 때문에 이 작가들은 글을 쓸 수 있다. 나는 아직 좋은 삶을 살지도, 혹은 내 삶이 비겁한 부분을 솔직하게 인정하지도 못한다. 그래도 나도 사람의 말을 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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