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빗소리

빗방울이 두두두두 건물 외벽에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빗소리가 좋다. 수원구치소가 다른 곳보다 힘들었던 여러가지 이유 가운데

가장 큰 이유는 빗소리를 들을 수 없다는 것이었다.

뭐 빗소리 뿐만 아니라 눈오는 소리 바람소리 새소리 구름 흘러가는 소리

사람이 꼭 듣고 살아야할 여러 소리들을 모두 들을 수 없었지만...

그래서 청주로 이감가서 비오는 밤에 잠 안자고 빗소리 들으면서 편지도 쓰고 생각도 하고

이런 게 너무 좋았다.

 

빗소리가 괜히 마음을 흔들어 일이 손에 안잡힌다.

요새 그냥 이렇게 살아도 되나 하는 생각이 많이 든다.

물론 내가 맡은 일들은 충분히 보람차고 의미있는 일이다.

어디 내놔도 부끄럽지 않은 책(내가 편집했다는 게 부끄러운)들이다.

 

그래도 회사에서 하는 일과 별개로, 이렇게만 살아도 되는 건지...

일단 필요 이상 돈을 버는 게 맘이 참 그렇다.

우리 회사가 돈을 많이 주는 건 아니고,

또 내 노동에 비해 돈을 많이 받는 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결혼도 안하고 월세도 안나가고 그래서 돈 쓸 일이 별로 없을 뿐이다.

다만 그냥 내 필요보다 돈을 많이 벌면서 살아보긴 처음이라서,

괜한 자괴감이 드는 건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회사에서 좋은 책을 만드는 일과 별개로

인간 이용석이 해야할, 하고 싶은 일들을 못하고 있다는 생각때문이다.

이제 회사 들어온 지도 제법 됐고, 업무 파악이며 내가 활용할 수 있는 시간도 대충 알겠으니

지금부터라도 좀 계획 짜서 여러 활동들에 힘을 보태면 될 일이지만

언제부턴가 찾아든 조바심이 나를 괴롭힌다.

 

빗소리가 괜히 주절주절하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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