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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수1

호수1                          

 

얼굴 하나야

손바닥 둘로

폭 가리지만

 

보고 싶은 마음

호수만 하니

눈 감을 수밖에

 

정지용,<시문학>,1930

 

 

개똥이네집 6월호에 서정오 선생님이 시인 정지용에 대해 쓴 글에서 소개한 시다. 시인이 어린이를 위해 쓴 시란다, 대부분 동시가 그렇듯 굳이 어린이들만 볼 필요는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어른들이 더 봐야할것이다.

 

이 시도 참 아름답다. 대구가 기가 막히다. 특히 '폭 가리지만'과 '눈 감을 수밖에'의 대구가 눈이 부시다. 운율도 그렇고, 뜻은 다르지만 '가리'와 '감을'을 입에서 발음할 때 나는 소리가 비슷해서 참 재미있다.

 

하지만 이 시의 백미는 대단한 비유, 보고 싶은 마음을 어떻게 저렇게 표현했을까 싶은 그 비유에 있다.뭐라 설명할 수 없이 내 감정이 시인의 감정에 일치되며 황홀해진다. 보고 싶은 사람이 있다면 누구나 저 구절을 만났을 때 가슴을 딱 치고, 보고 싶은 마음 못이겨 눈 감을 수밖에 없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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