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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1/18
    내 마음을 울린 글(3)
    무화과
  2. 2006/01/18
    전문가 나부랭이 따위가 되기는 싫어(2)
    무화과

내 마음을 울린 글

오늘처럼 일하기 싫은 날은(거의 대부분의 나날들ㅋㅋ)

해야할 일들 미뤄두고 딴짓거리 하기에 여념이 없다.

그러던중 미뤄둔 일들은 다 해버리는것 보다 더 보람된 사간을

만끽하기도 한다. 마치 오늘처럼

 

녹색평론 2005년 11~12월호에 실린 이계삼 선생님의 글중에

나를 울컥하게 만드는 시들을 발견했다.

 

 

오줌이 누고 싶어서

변소에 갔더니

해바라기가

내 자지를 볼라고 한다

나는 안 비에(보여)줬다

                                -이오덕 지도, 경북 안동 대곡분교 3년 이재흠 1969.10.4

 

 

청개구리가 나무에 앉아서 운다

내가 큰 돌로 나무를 때리니

뒷다리 두개를 발발 떨었다

얼마나 아파서 저럴까?

나는 죄될까봐 하늘 보고 절을 하였다.

                                -이오덕 지도, 경북 안동 대곡분교 3년 백석현, 1969.5.3

 

 

내 어릴 적 못물골 골짝에 예닐곱살 먹은 일근이란 아이가 살았는데, 하루는 우리 동네로 놀러 나온 거야. 늘 산골에서 혼자 식구들하고만 지내다 보니 심심해서 나왔겠지. 동네 애들하고 비석치기 하다가 싸움이 붙은 거야. 못물골 일근이하고 우리 동네 춘근이하고. 어린아이들 싸우는 것 보면 몸으로 엉겨붙어 싸우기만 하는 건 아니잖아. 입으로는 온갖 욕을 다하잖아,. 그래 춘근이가 먼저 욕을 하기 시작한 거야. "야이 씨발놈, 개새끼야, 좆만새끼, 호로자석..." 이렇게 춘근이가 한바탕 욕을 끌어붓자, 멍하니 듣고 있던 일근이가 맞서 대거리한다는 것이 이러는 거야. "야이 참나무야, 대나무야, 밤나무야, 옻나무야..." 못물골 인근이는 그때까지 욕을 몰랐던 거지. 늘 보고 듣는 것이라고는 소나무, 대나무, 밤나무, 노루, 산토끼, 새소리, 몰소리, 바람소실 이런 것뿐이었으니까.

                               -구자행 할머니 구술, <삶을 가꾸는 글쓰기> 2001년 4월호에서

 

 

이 시와 이야기들의 주인공은 벌써 어른이 되어도 한참전에 되어서 지금은 어찌 살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이 마음들이 내 마음을 울린다. 해바라기를 대하는 마음과, 개구리에게 미안해하는 마음과 죄될까봐 절하는 마음, 그리고 기껏 한다는 욕이 나무 이름인 마음.

정말이지 오랫만에 마음속으로 펑펑울었다. 울음속에서 깨끗해지는 기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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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나부랭이 따위가 되기는 싫어

KBS 시사집중인가 하는 프로에서 병역거부를 가지고 인터뷰를 하게되었다.

생방송으로 하는 프로인지라 바짝 긴장도 하였다.

스튜디오에는 이재승교수와 정창인박사 패널로 초청되어 있었다.

중계차가 우리 사무실에서는 전파수신을 못한다고 하여 광화문에 가서

인터뷰를 하였다. 인터뷰 시간은 대략 10분정도.

그런데 그 10분을 위해서 우리는 2시간 30분을 미리가서 기다려야했다.

'이 사람들이 활동가들의 시간을 똥으로 아나...'화가 치밀어오를 무렵

한 명이 와서 프로그램에 대해서 설명해주었다.

 

스튜디오에는 전문가를 모시고 비전문가나 생활과 연관있는 사람들은 이렇게

인터뷰를 딴다고... 

 

안그래도 타오르고 있는 불꽃에 기름을 부었다.

아니 전문가와 비전문가라니...

내가 아무리 무식하기로서니(무식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나도 나름 병역거부에 대해서

이야기를 잘 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적어도 나는 소위 전문가라는 이름으로

공중파 방송에서 병역거부자를 강간범에 비유하는 무시한 언행은 하지 않는다.

활동가들이 교수나 박사님들보다 더 못할것이 없다. 오히려 현실속에서 직접 경험한

생생한 날 것의 체험들은 그 어떤 대단한 지식보다도 많은 것을 사람들에게 전달할 수 있다.

교수님들은 인권의 역사에 대한 해박한 지식과 평화주의 이론에 대한 뛰어난 지식을

자랑할 수는 있지만, 활동가들은 인권이 침해받는 현장에서 숨쉬고 평화를 살아가기 위해

자신을 단련한다. 교수나 학자들은 진리를 연구하면서 탐구하지만, 우리는 살아가면서

진리를 찾아간다. 자신의 연구가 삶과 동떨어지지 않은 사람은 교수나 학자이기 이전에

생활인이고, 학문적 성과 이전의 인간으로서 성찰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이재승씨가 티비에서 병역거부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할 수 있는 것은

남들보다 지식이 조금 더 많아서가 아니라,

교수여서가 아니라, 병역거부자들의 인권과 평화의 문제를

삶속에서 함께 성찰했기 때문이다.

논리가 세상을 설득시키고 바꿀 수 있다고 믿겠지만, 진리가 인간의 논리로 감당할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진리를 행하는 것이 오히려 설명하는 것보다 중요한 일일 것이다.

 

사람들이 흔히 생각하는 전문가는 사실은 능력에 대한 것이 아니라

학위, 혹은 직위에 대한 생각일뿐이다. 제 아무리 박사라고 해도, 지 아무리 교수라고 해도

사람들은 결국에는 모르는 것 투성이고, 기껏해야 전공분야에 대해서

남들보다 조금 더 알 뿐이다.

비전문가라고 생각하는 특별한 직위나 학위가 없는 생활과 연관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진리를 탐구하는 사람들이다. 소위 말하는 전문가는 사실은 사기꾼에 불과하다.

부족하기 짝이없는(스스로는 꺠닫지 못하고) 지식나부랭이로 그 잘난 입으로

지식권력을 독점하며 뻥을 치고 있는 것이다. 권력과 관계없는 지식은 없다.

모든 지식은 특정한 권력의 이익에 봉사하게 된다. 한국이 낳은 세계적인 과학자라고

칭송해마지않던 황우석이 어느날 사기꾼으로 돌변한 이 사건은 어쩌면

전문가라는 사람들의 본질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것이다.

 

전문가에 의존하지 않는 세상이 좀 더 건강하고 아름다운 세상이다.

난 전문가 나부랭이 따위는 되지 않으련다.

병역거부에 대해서도 전문가 따위는 되지 않으련다.

대신 '그냥 살아가는 사람'이 되어서 살아가야겠다.

공부는 전문가가 되어서 남들에서 사기치려고 하는 것이 아니라

전문가들에게 속아넘어가지 않기 위해서 할 것이다.

먼저 알고 많이 아는 사람보다는 먼저 아프고 많이 성찰하는 사람이 되어야겠다.

전문가 따위의 이름은 그런거 좋아하는 사람들에게 커다란 목걸이로

얼굴보다 크고 몸집보다 무거운 목걸이로 걸어줘 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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