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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시물에서 찾기2006/0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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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04/24
    불구속, 이후(1)
    무화과
  2. 2006/04/24
    무엇을 할 것인가?
    무화과

불구속, 이후

불구속으로 나올거라고 예상하지 못했다.

그래서 사람들에게 인사를 다했는데, 그래서 더 민망하다.

영장실질심사를 받으면서 판사의 태도를 보면서 불구속으로 나올수

있겠다고 생각을 했다. 그리고 나와서...

토요일은 결혼식에 갔다가 야구를 보러가고

일요일은 평택엘 다녀왔다.

 

불구속으로 나오니까 참 좋다.

보고싶은 얼굴들을 마주하니까 행복하다.

못난놈들은 얼굴만봐도 즐겁다고 하지 않나

축하해야할지 어쩔지 몰라하는 친구들을 앞에두고

나또한 축하받아야할지 어쩔지 모르고 있다.

감옥에 있으면 평택에 군대가 투입된다는 소식을 들어도

아무것도 할 수 없었을텐데,

이렇게 나와서 무언가 활동을 할 수 있다는 것이 행복하다.

물론 조만간 다시 구속될것이고,

황새울을 위해서 무엇을 해야할지 막막하기 그지 없지만,

그래도 무언가를 해보려고 하는 이 상황이 소중하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불구속으로 나와있는 이 시간이 고통이다.

다시 구속을 기다리기 때문에도 그렇지만,

역설적이게도 내가 불구속으로 나온 후 우리 엄마의 밝은 표정이 나에겐 고통이다.

영장실질심사를 받기 전날부터 몸살을 앓은 엄마는 동생 생일 미역국도

안끓이고, 친척 결혼식도 안가려고 했단다.

내가 나온 시간 이후부터 몸살은 사라지고 다시 밝은 표정으로 돌아왔다.

뒤늦게 미역국도 끓이고 결혼식도 가고 아빠랑 친구분들 만나서 놀다가

다음날 아침에 들어왔다(이건 처음있는 일이다ㅋㅋ)

다시 감옥에 가야하는 걸 아시면서도 지금 당장 감옥에 안가있다는 것이

그렇게나 소중한가보다. 그런데 나는

우리 엄마의 표정과 마음이 변하는 과정을 고스란히 지켜보게 되었고

감옥에 다시 들어가야만 한다는 사실이,

다시 우리엄마가 몸살을 앓아야 한다는 미래가,

예정된 미래를 향해 서서히 다가가고 있는 시간이 너무 고통스럽다.

지금 웃고 있는 만큼 더 엄마가 아플까봐,

물론 엄마는 나보다 강한사람이라고 생각하면서도...

이건 예상외의 고통이고 생각보다 강도가 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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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엇을 할 것인가?

대추리에 가서 대략의 상황과 앞으로 전개될 상황을 듣고

인권단체 활동가들과 우리는 무엇을 할것인가 이야기를 나누었다.

많이 답답하고 어려운 상황임엔 틀림없다.

무엇을 할것인가. 잘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대추초등학교를 지킬 수 있을지.

대추초등학교를 지키고 또한 평택의 싸움을 승리하는 과정에서

내가 지켜야할 나의 원칙들은 무엇인지. 잘 모르겠다.

평소엔 비폭력이 나의 원칙이라고 너무 쉽게 이야기를 잘했지만,

막상 이 상황에서 어떻게 구체적으로 행동할건지 잘 모르겠다.

대추초등학교를 꼭 지켜야 하지만, 어떻게 해야 지킬 수 있는지 모르겠다.

일단 생각안나면 제껴놓자. 더 많은 사람들이 함께 노력하면 그래도 조금은 더

가능한 방법들을 모색할 수 있을거 같다.

 

그래서 항상 그렇듯 특유의 무책임함으로 일단 할 수 있는 것 부터 하자고 생각을 잡았다.

 

대추리에 군대가 투입된다고 한다. 물론 무식하게 군대로 밀고 들어와서 민간인과 군인이 부딪히는 상황은 일어나지 않을거라고 모두들 예상한다. 어쨋든 군대가 민간인과 직접적으로 충돌하지 않더라도, 군대의 투입은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백번을 양보해서 군대가 필요악이고, 외부로부터의 위협에서 군대가 수행하는 역할이 있다손 치더라도 군대가 평택에서 할 일은 하나도 없다. 80년 광주에서 처럼 말이다.

군대가 대추리에 있다는 것 자체가 애시당초 군대의 본분(그런게 있다고 믿는 사람들의. 난 사실 어차피 이게 군대의 본질이라고 생각한다)을 어기는 것이다.

 

그래서 병역거부자들과 함께 이번 국방부의 결정에 대해서 태클을 걸어보려고 한다.

어차피 존재하는 군대라면, 지금당장 없앨 수 없는 군대라면,

가능한한 시민들의 통제하에 군대가 있어야 한다. 시민들을 통제하려는 군대는

존재의 가치가 정말도 천번을 양보해도 요만큼도 없다.

 

그런데 무엇을 할 것인가? 대추초등학교를 지켜내는 일만큼 어려운 답은 아니겠지만,

이또한 무엇을 할 것인가 후딱 떠오르지 않는다. 내일 사람들과 모여서 머리맞대고 이야기해보면 무언가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을 찾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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