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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24
    무화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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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11/08/09
    무화과
  3. 2011/08/05
    혼자보기 아까운 고등학생들 시(1)
    무화과
  4. 2011/08/04
    언론노조 출판사 분회 공동 성명] 나라말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한다!
    무화과

2011/08/24

잡지팀으로 옮기고 바로 마감 시작해서 10일동안 하루도 빠지지 않고 야근하고, 어제 새벽까지 인쇄소 가서 인쇄 보고, 드디어 내가 참여한 첫 잡지가 나온다! 그런데 하나도 기쁘지 않다. 편집자들은, 아무리 거지같은 책이라 해도, 아무리 힘들고 어렵게 작업해서 다시는 표지도 보고 싶지 않은 책이라 해도, 막상 책이 나오면 기분이 좋고 뿌듯하기 마련이다. 아무리 못난 자식이라도 갓 태어난 자식이 부모에게 이뻐보이는 것처럼 말이다.
 
그런데 나는 지금 내가 만든 첫 잡지가 꼴도 보기 싫다. 아직 인쇄소에서 잉크도 안 말랐을, 아직 제대로 태어나지도 않은 책이 정말 미치도록 싫다. 회사 인트라넷에 올라온 글 때문이다.
 
대표이사가 인트라넷에 올린 글은 여러가지 사항이 있는데, 그 가운데 잡지와 관련된 것만 보자면,
 
그동안 매 달 두 권씩 나눠주던 것을 한 권씩 주되  적어도 일 년에 한 명 이상 정기구독자를 만든다는 약속 문서를 쓰라는 거다.
 

회사 사정이 어려우면 두 권씩 주던 것을 한 권으로 줄일 수도 있고, 아예 안 줄 수도 있다. 월급 안 주겠다는 것도 아닌데, 회사 사정 어렵다는데 책 안받으면 어떠냐. 그리고 직원들에게 정기구독자 늘리는 일에 열심으로 나서달라고 해도 괜찮다. 회사가 잘 나가야지 내 월급이 오를 건덕지가 많아지니까. 그보다도 내가 애써 만든 책을 더 많은 사람들이 읽게 되는데 그것보다 더 값진 일이 어디있겠나.

 

그런데, 정기 구독을 시키겠다는 약속문서를 내라니. 아무리 봐도, 이건 각서 쓰라는 이야기다. 치사하고 더러워서 그냥 책 안받고 말지, 정기구독자 만들어 오겠다는 각서는 죽어도 안쓸거다.

 

대체 내가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야근하고 애쓰며 잡지를 만들었나. 내가 왜 일을 열심히 해야하나... 에이 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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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08/09

징계위원회 들어가기 10분 전.

결과에 대해서 걱정은 없다.

어차피 노동조합에서 반대한다면 징계를 할 수 없는 구조니까.

다만 이따위 상황이 너무 짜증 난다.

웃기지도 않다. 뭐라도 있으면. 징계할 건덕지가 뭐라도 있음 몰라.

이따위 상황에 시간 쓰고 마음 쓰고 에너지 낭비 되는 게

나로서는 도무지 짜증나서 참을 수 없는데,

그래도 참아야한다. 오늘 하루 문제가 아니라 앞으로 관계를 위해서 참아야 한다.

 

스트레스 제대로 받네... 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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혼자보기 아까운 고등학생들 시

한국글쓰기교육연구회에서 내는 회보 186호에 실린, 구자행 선생님 아이들 시가 너무나 주옥같아서 혼자 보기 아깝다!(딱 두 편만 소개)


 

까마귀                                                                   강OO(연제고 1학년)

 

시험 첫날
집 앞을 나서는 순간
까마귀가 보인다.
저 쌍노무 새대가리 새끼가
어딜 감히 수험생 집 문전에서 얼쩡거려.
부아가 치민다.
그러다 문득 깨달았다.
까마귀는 까맣게 태어났을 뿐인데
단지 까맣게 태어났을 뿐인데
사람들이 멋대로 나쁜 새라고 단정 지었다는 걸.
나도 날 욕하던 사람들과 다를 게 없다.


 

 

언행불일치                                                           한OO(연제고 1학년)

 

시험을 갈았다 심하게
엄마한테 말하기가 두려웠다.
그런데 엄마가 한 말이 기억났다.
"시험 성적이 낮아도 당당하게 살아라."
나는 당당하게
엄마한테 시험 성적을 말했다.
의외로 엄마가 웃음을 띄며
"괜찮아, 다음에 잘 치면 되지."
이 말이 끝나는 순간
엄마는 단소를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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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노조 출판사 분회 공동 성명] 나라말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한다!

 

[언론노조 출판사 분회 공동 성명] 나라말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한다!

 

 

노동자들이 일터에서 쫓겨나고, 노동조합을 결성했다고 해고당하고, 파업하는 노동자들을 용역 깡패가 구타하고, 노동자들을 답답하게 하는 소식만 연일 들리는 여름날에 나라말 출판사를 매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을 들었습니다.

 

‘행복한 노동이 좋은 책을 만든다’는 생각을 함께 나눴던 출판노동자로서 이번 나라말 출판사의 매각 소식은 엄청난 충격입니다. 하루아침에 자기가 다니는 회사가 바뀌게 되는 상황을 쉽게 납득할 수 있는 노동자가 과연 몇이나 되겠습니까? 아무리 그것이 ‘고용승계를 전제로 한 매각’ 결정이라고 하더라도 말입니다. 고용승계는 노동자들의 생계가 달려 있는 가장 기본적인 사안으로 당연히 지켜져야 하는 것일 뿐, 그것으로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가 할 일을 다 했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매각을 결정하는 과정에서 노동자들을 대표하는 노동조합과 한마디 상의도 없이 일방적으로 노동자들의 노동 조건과 삶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이런 결정을 내린 것은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가 평소 노동조합을 어떻게 생각했는지 짐작하게 합니다.

 

상식을 벗어난 업무 지시와 그것을 빌미 삼은 부당한 징계, 매출 하락을 핑계로 진행한 희망퇴직, 출판사 매출 하락을 극복하기 위한 노동조합의 제안을 무시하고, 어떻게든 회사를 살릴 방안을 찾기보다는 노동자들의 소중한 일터를 다른 회사에 팔아넘기는 방식으로 출판사 문제를 처리하는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의 모습은 실망스럽기 그지없습니다.

 

우리는 책을 만드는 노동자입니다. 우리가 만드는 책이 독자들에게 어떻게 읽힐지, 우리가 만드는 책이 독자들에게, 더 나아가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를 생각하며, 아주 조심스럽고 신중하게 한 권 한 권 책을 만듭니다. 우리는 우리가 받는 임금이 얼마인지만을 놓고 출판사를 선택하지 않습니다. 어떤 책을 내는지, 그 책이 우리 사회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도 살피면서 직장을 선택했습니다. 우리는 우리가 일을 해서 받은 월급으로 생계를 유지하지만, 좋은 책을 내고 싶고, 좋은 책을 내고 있다는 출판 노동자로서의 자긍심과 사명감으로도 살아갑니다.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는 우리의 자긍심과 사명감을 무너뜨렸습니다.

 

우리 출판 노동자들은 다시 한 번 나라말 출판사 대표와 전국국어교사모임 이사회의 출판사 매각 결정을 규탄합니다. 전국국어교사모임은 이제라도 나라말 사태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명확하게 밝혀야 하고, 그동안 매출하락의 책임을 조합원과 노동조합에 전가하며 조합원들의 명예와 자긍심을 짓밟은 출판사 대표에게 책임을 물어야 합니다. 그래야만 출판사 조합원들이 어디서라도 당당하게 일할 수 있을 것입니다.  

 

2011년 8월 4일

 

전국언론노동조합 보리출판사 분회, 창비 분회, 작은책 분회, 한겨레출판 분회, 돌베개 분회, 출판노동자협의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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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한 때 서정시를 쓰고 싶었다. 서정시는 개뿔. 요새 가장 많이 쓰는 글은 공문. 그리고 성명서. 회사다니면 이런 글 쓸 일 없을 줄 알았는데, 웃기지도 않은 일들로 논리적으로 들으려고도 안하는 사람들에게 논리를 갖춰서 글을 쓰다니... 아... 재미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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