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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등.

아주 자주 겪는 갈등이 있다.

 

집회나 기자회견 한 군데 다녀와서 편집해 올릴 것인가, 말 것인가 하는 문제.

어떤 집회든 기자회견이든, 중요하지 않은 자리는 없다.

모두가, 어떻게 해서든 자신들의 문제(물론 그것은 단지 그들만의 문제에 그치지 않는다)를 알리길 원하고, 더 많은 매체에 노출되기를 원한다.

 

그건 절박함에 가까운 심정이고, 그것을 이해하므로 요즘은, 주저않고 컷편집에 임한다.

가능하면 당일, 상황이 허락치 않을 경우 다음날이라도 보여질 수 있도록 작업한다.

 



그런데 그것은 참 답답한 일이기도 하다.

그 상황과 연관된 다른 일정도 좇으면서, 시간을 두고 작업하면..

좀더 많은 정보를, 좀더 잘 정리하고, 보는 재미까지도 챙길 수 있을텐데..

 

미학적 측면이나 대안적인 제작방식에 대해서도 고민하고,

이런저런 기능도 다양하게 활용해 보고, 연습해 가면서,

그렇게 자기발전도 해 나갈 수 있으면 좋을텐데..

 

어젠 경찰 호송과정에서 사망한 노숙인 고 김 모씨의 49재 추모제 및 경찰규탄기자회견이 있었다. 가엾은 넋을 기리는 부네굿은 눈물이 어리도록 애잔했고, 노숙인 설문조사 통계 발표나 활동가들의 발언은 경찰의 인권 의식의 저열함을 여실히 드러내주었다.

 

사무실로 들어가면서 한동안 하지 않았던 고민을 다시 하게 되었다.

바로 편집을 할 것인가, 말 것인가.

부네굿의 일부와 20여 분에 달하는 규탄 발언을 뚝뚝 무자르듯 잘라서 올릴 것인가.

 

그러기엔 마음이 너무 아프다는 게 문제였다.

기본적인 치료만 받아도 살 수 있는 사람이 의료지원을 제대로 받지 못 해 죽었다는 거.

게다가 경찰이 법만 준수했어도 살 수 있었던 상황에서, 죽음으로 내몰렸다는 거.

 

그 억울함을, 부족하나마 좀더 잘 전달하고 싶었다.

 

그런데 아직까지 편집을 하지 못 했다.

이 미친 세상이 내게 충분히 고민할 여유를 주지 않는다는 거.

이미 경험으로 알고 있는데, 내 잘못이다. 컷편집이라도 했어야 하는 건데.

내가 좀더 현명하게 자기 페이스를 조절하고, 좀더 건강한 사람이라면 달랐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나에게는 많은 한계들이 있다. 그걸 안다면 어쩌면 욕심에 불과한 유보는 하지 말았어야 했다.

 

남들이 보기엔 아무리 보잘것없는 컷편집이어도,

적어도 내가 찾아간 현장의 사람들에게는, 그리고 내게는 소중한 것이라는 거.

더 많은 곳에 찾아가지 못 하는 게 안타깝다면 안타까운 일이지,

다른 문제로 맘상하지는 말아야겠다. 에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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