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바 영역으로 건너뛰기

넘어져서 죽었다고 말하지 마라

=> 넘어져서 죽었다고 말하지 마라

 

고 하중근 아저씨의 영정사진을 보면, 한없이 서글퍼진다.

눈매가 아래로 처진 그의 인상은, 내가 알지 못 하는 서러운 그의 삶 같았다.

가난과 고된 노동을 그저 받아들이며 참고 살았을, 순박하고 영악하지 못한 인상.

 

국과수는 하중근 아저씨가 넘어져서 죽었을(전도) 가능성을 우선 살펴보아야 한다고 했다. 하지만 진상조사단의 꼼꼼한 반박을 보고 있노라면, 울화통이 치민다. 그러니까, 하중근 아저씨는 방패로 뒷머리를 가격당하고, 쓰러진 채 기어나가려다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새까만 전경들에 뒤덮힌 몇 분 사이, 집중적으로 구타를 당하고, 결정적으로 소화기에 맞아 사망까지 이른 것이었다. 어디 또 이렇게 억울한 죽음이 있을까. 그가 무엇을 잘못했다고, 새까만 전경들에게 얻어맞아서 죽어야 한단 말인가.

 

죽지 못해 살아온 세월이 길었다. 남은 세월은 제대로 살아보자고 아스팔트를 밟았다. 그것은 그들의 권리였다. 그들의 권리를 짓밟고 생명까지 앗아간 것은, 이 나라 정부요 공권력이다.

 

=> 포스코 건설노동자 사태 관심 호소에 무관심한 국회 

 

국회 자유발언 시간에 단병호 의원은 포항 사태 해결을 위해 힘모아 줄 것을 호소하지만, 국회의원들은 그의 호소 따위 아랑곳 않고 자리를 떴다. 번듯하고 너른 공간에서, 그가 얼마나 외로울까 싶었다. 그의 이유있는 주름은 사람을 울컥하게 만드는 것 같다.

 

... 물 없는 하늘을 헤엄쳐 그가 어디로든 갈 수 있기를.

 



그간 우리는
전국팔도를 떠돌며
너희의 집을 만들어주었다
너희들의 더럽혀진 영혼을 버릴 하수구를 만들어주었고
학교와 공장과 교회를 만들어주었다

너희는 우리가 만들어준 배관을 타고 앉아서야
먹고 싸고 따뜻할 수 있었다
너희는 우리가 연결해준 전선을 통해서야
말하고 듣고 소통할 수 있었다
우리는 너희를 위해 결코 무너지지 않을
세상의 모든 천장과 벽과
계단과 다리를 놓아주었다
아무말없이, 불평도 없이

하지만 너희는 그런 우리에게
착취와 모멸만을 주었다
불법다단계 하청인생
일용할 양식조차 구하지 못하던
일용공의 날들
우리의 밥은 늘 흙먼지 쇳가루 땡볕에 섞여졌고
우리들의 국은 늘 새벽진흙탕이거나 공업용기름끼였다

우리는 사회적으로도 늘 개차반
쓰미끼리1) 인생이었다
나중에 나중에 줘도 되는 근로기준법의 마지막 사각지대
못나고 공부 못하면 저렇게 되는 불량표지판
말 안 듣고 버릇없는 것들이 가는 인생 종착역
죽지못해 사는 인생이 우리의 자리였다

그런 우리의 요구는 소박했다
옷 갈아입을 곳이라도 있다면
점심시간 몸 누일 곳이라도 있다면
일주일에 하루만이라도 쉴 수 있다면
일한 돈 떼이지 않을 약속이라도 받을 수 있다면
원청사용자들과 이야기라도 해볼 수 있다면
너희의 노예로 더 열심히 일하고
충성하겠다는 약속이었다

하지만 너희의 대답은 의외로 간단했다
못배우고 더러운 노가다들이 감히
신성한 우리 자본의 왕국 포스코를 점거하다니
밀어버려, 끌어내, 목줄을 짤라 버려
58명 구속에 가담자 전원 사법처리
그리고 시범케이스로
하중근 동지의 머리를 깨부셔놓았다

그래서 우리도 이젠 다르게 생각한다
전면전을 선포한 너희에게 맞서
우리가 그간 해왔던 건설과는
전혀 다른 건설을 꿈꾼다
더 이상 너희의 재생산에 봉사하는 건설이 아니라
일하지 않는 너희의 비정상적인 비만을 위한 건설이 아니라
진정한 사회의 주인으로 우리가 서는
새로운 세계를 설계한다

그것은 더 이상
우리가 너희의 하청이 아니라
우리가 너희의 원청이 되는 투쟁이다
우리의 노동에 빌붙어 과실만을 따먹는
너희 인간거머리들, 인간기생충들을 박멸하는 투쟁
진정한 사회의 주인
건설의 주인이 누구인가를
명백히 하는 투쟁이다

비켜라
비키지 않으면
이 망치로 너희들의 썩고 굳은 머리를 깨부술 것이다
물러서라
물러서지 않으면
이 그라인더로 너희의 이름을
역사의 페이지에서 영원히 지워버리고 말 것이다
사죄하라
사죄하지 않으면
우리 가슴에 박힌 대못을 빼내
너희의 정수리를 뚫어놓을 것이다
이 성스런 건설노동자의 투쟁 앞에
돌이켜라. 썩은 시대여
항복하라. 낡은 시대여

 

... 시인은 이 시를 낭송했다는 이유만으로 소환장이 발부됐다. 잘 된 일인가? 시인은 분노의 시를 또 한움큼 쏟아낼 거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