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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게임을 하다 받은 탓이기도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 했다.

체취 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던 사람인데,

목소리를 단박에 알아듣지 못 하니,

좋은 세월이 흐른 모양이다.

 

'서울에 올라가면 연락할께'라는 말을, 참 여러 사람에게 했다.

하나둘, 만나고 싶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지금,

그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왜 진작 연락 안 했냐는 질문에, '아웅, 바빴어, 미안.' 하면서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 든다.

 

한밤 중이건 새벽이건, 나는 잘도 신촌을 향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지금 대학로야'라고 말할 것 같은 그가,

정말 그 말을 할까봐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졸리니까.

다른 이유 없다.

 

껐던 컴퓨터를 다시 켜고 자리에 앉았으니,

아무래도 좋은 세월이 조금은 더 흘러야 할 모양이다.

아니, 그것과는 상관없을 지도 모른다.

함께 했던 그 모든 처음들이 나를 어지럽히지는 않으나,

놓아주지도 않을 것이므로.

 

지금까지 나는 같은 집에 살고,

그는 더이상 신촌에 살지 않는다.

강남의 새집에 놀러가 본 적 없이 몇 년이 흘렀고,

새벽에 작게 울리는 계단 소리에 더이상 잠이 깨지 않는다.

 

괜찮지 않은 나에게 괜찮다, 괜찮다 했던 기억까지도,

이제는 괜찮다. 다, 괜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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