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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8
    2008/02/18(3)
    ninita
  2. 2008/02/18
    전화가 왔다.
    ninita

2008/02/18

어제까지만 해도 다음 주 월요일이 출근인 줄 알고 상당히 우울해져 있었다.

아직 출근 전이지만, 앞으로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업무 때문에 머리도 좀 복잡하고 가끔은 사무실도 나간다. 그 정도는 괜찮지만 막상 복직이 다음 주라는 건....

근데 어제 자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이번 주 토요일은 23일이다. 그럼 월요일은 25일. 그럼 다음 주 출근이 아니라는 거.

급행복해졌다. 지금도 컴 앞에 앉아 할 일은 안 하고 방황하고 있지만.... 일주일의 여유가 더 있다는 건.... 음.... 좋구나. 하기로 했던 일, 다 하고.. 깔끔한 컴백을.

 

TV를 치웠다. 아빠가 다시 광양에 내려가면 나한테 돌아오겠지만... 일단 아빠 방으로 옮겼다. 대신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멀리 한 지 벌써 10년은 되었는데. 반갑다, 라디오.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된다. 책장 정리며 서랍 정리며 가스렌지 청소에 방바닥 걸레질에.. 여행 다니면서 좋은 버릇이 든 건, 먹고 나서 설거지는 바로바로 한다는 거다. 가사일은 원래 대충 하는 편인데, 나이 들어서 그런가.. 자꾸 집안을 살피게 된다. 예전처럼 귀찮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방바닥을 닦고 또 닦았다. 뭔가 좀 불안한 걸까? 걸레를 빨고 있으면 기분이 하염없어 진다. 슬프고 우울한 거랑은 다르다. 그건 뭐랄까......

 

사진이 왔다. 약간의 사정이 있긴 했지만, 안 뽑아도 될 걸 뽑고 뽑고 싶었던 건 안 뽑고 했더라. 사진정리 하는 동안 토가 나올 지경이었는데, 인화된 걸 보니 또 기분이 다르다. 사진 속의 나는 이를 다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겨울 정도로 밝기만 한 표정들이다. 참 즐거운 순간들이 많았다.

 

난 아주 잘 웃는다. 울기도 잘 운다.

2008년.. 기대 반 걱정 반..

나는 많이 웃게 될까, 많이 울게 될까?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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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화가 왔다.

에콰도르에, 아마도 평생을 두고 가끔은 그리워 할, 사람을 하나 두고 왔다.

 

허름한 버스에 올라타 플랫폼에 서 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 날 이후,

한 차례 이메일이 오가고 그 이상의 연락은 서로 없었다.

 

두 달쯤 뒤에 메일을 한 번 썼지만 답이 없었고,

석 달쯤 더 지나 나는 한국에 왔다.

 

다시, 오랜만에 메일을 썼다. 언제 읽을 지도 알 수 없는 아주 짧은 안부 메일을.

섭섭한 생각은 없었다. 에콰도르는, 한국처럼 인터넷을 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니까. 언젠가는 읽게 될 거고, 그럼 분명히 나를 찾을 거라고, 그러고는 그냥 잊어버렸다.

 

2주가 흘렀나 보다. 그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거의 매주 너한테 메일을 썼어.

하지만 답장이 한 번도 없어서 네가 나를 잊었다고 생각했지.

메일 보니까 너무 기쁘다.

 

전해지지 않은 편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는데..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찍혔다.

 

여보세요.....

 

저 편에서 들리는 소리는.... 여보세요, 가 아닌.. 알로, 였다.

 

알로, 올라!!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하려는 타이밍이 겹치거나 엇갈렸다.

겨우 알아들은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 했다. 머릿 속이 하얬다.

결국 대화가 아닌, 다만 목소리만 확인하는 통화는 아주 짧게 끝이 났다.

끊자고 말할 새도 없이 상대편 카드가 다 되는 바람에.

 

그래도 기뻤다.

그에게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건 말을 하건, 앞서나가거나 창피하거나 한 게 아니라서 좋았던, 그 느낌이 여전해서.

 

다시 에콰도르에 오게 된다면, 전화만 하라며 웃던 모습이 이제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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