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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까지만 해도 다음 주 월요일이 출근인 줄 알고 상당히 우울해져 있었다.
아직 출근 전이지만, 앞으로 담당해야 할 새로운 업무 때문에 머리도 좀 복잡하고 가끔은 사무실도 나간다. 그 정도는 괜찮지만 막상 복직이 다음 주라는 건....
근데 어제 자다가 갑자기 생각났다. 이번 주 토요일은 23일이다. 그럼 월요일은 25일. 그럼 다음 주 출근이 아니라는 거.
급행복해졌다. 지금도 컴 앞에 앉아 할 일은 안 하고 방황하고 있지만.... 일주일의 여유가 더 있다는 건.... 음.... 좋구나. 하기로 했던 일, 다 하고.. 깔끔한 컴백을.
TV를 치웠다. 아빠가 다시 광양에 내려가면 나한테 돌아오겠지만... 일단 아빠 방으로 옮겼다. 대신 라디오를 듣기 시작했다. 라디오를 멀리 한 지 벌써 10년은 되었는데. 반갑다, 라디오.
집안일을 많이 하게 된다. 책장 정리며 서랍 정리며 가스렌지 청소에 방바닥 걸레질에.. 여행 다니면서 좋은 버릇이 든 건, 먹고 나서 설거지는 바로바로 한다는 거다. 가사일은 원래 대충 하는 편인데, 나이 들어서 그런가.. 자꾸 집안을 살피게 된다. 예전처럼 귀찮다는 생각도 들지 않는다. 아무도 시키지 않았는데 방바닥을 닦고 또 닦았다. 뭔가 좀 불안한 걸까? 걸레를 빨고 있으면 기분이 하염없어 진다. 슬프고 우울한 거랑은 다르다. 그건 뭐랄까......
사진이 왔다. 약간의 사정이 있긴 했지만, 안 뽑아도 될 걸 뽑고 뽑고 싶었던 건 안 뽑고 했더라. 사진정리 하는 동안 토가 나올 지경이었는데, 인화된 걸 보니 또 기분이 다르다. 사진 속의 나는 이를 다 드러내고 환하게 웃고 있다. 지겨울 정도로 밝기만 한 표정들이다. 참 즐거운 순간들이 많았다.
난 아주 잘 웃는다. 울기도 잘 운다.
2008년.. 기대 반 걱정 반..
나는 많이 웃게 될까, 많이 울게 될까?
많이 웃었으면 좋겠다.
에콰도르에, 아마도 평생을 두고 가끔은 그리워 할, 사람을 하나 두고 왔다.
허름한 버스에 올라타 플랫폼에 서 있는 그를 물끄러미 바라본 날 이후,
한 차례 이메일이 오가고 그 이상의 연락은 서로 없었다.
두 달쯤 뒤에 메일을 한 번 썼지만 답이 없었고,
석 달쯤 더 지나 나는 한국에 왔다.
다시, 오랜만에 메일을 썼다. 언제 읽을 지도 알 수 없는 아주 짧은 안부 메일을.
섭섭한 생각은 없었다. 에콰도르는, 한국처럼 인터넷을 하는, 그런 나라는 아니니까. 언젠가는 읽게 될 거고, 그럼 분명히 나를 찾을 거라고, 그러고는 그냥 잊어버렸다.
2주가 흘렀나 보다. 그에게서 메일이 와 있었다.
거의 매주 너한테 메일을 썼어.
하지만 답장이 한 번도 없어서 네가 나를 잊었다고 생각했지.
메일 보니까 너무 기쁘다.
전해지지 않은 편지들은 모두 어디로 갔을까, 생각하는데..
핸드폰에 낯선 번호가 찍혔다.
여보세요.....
저 편에서 들리는 소리는.... 여보세요, 가 아닌.. 알로, 였다.
알로, 올라!!
그의 말을 거의 알아들을 수가 없었다.
말하려는 타이밍이 겹치거나 엇갈렸다.
겨우 알아들은 질문에는 아무런 답도 하지 못 했다. 머릿 속이 하얬다.
결국 대화가 아닌, 다만 목소리만 확인하는 통화는 아주 짧게 끝이 났다.
끊자고 말할 새도 없이 상대편 카드가 다 되는 바람에.
그래도 기뻤다.
그에게는, 내가 무슨 행동을 하건 말을 하건, 앞서나가거나 창피하거나 한 게 아니라서 좋았던, 그 느낌이 여전해서.
다시 에콰도르에 오게 된다면, 전화만 하라며 웃던 모습이 이제야 떠오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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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어..여행지에서 너의 모습은 너무나 밝게 웃고있었어...앞으로의 서른이 삼십대가 그렇게 웃는 일이 많았음 좋겠어...
↓정말 반가웠겠다....에콰도르...내가 언제가 가게 되면 그사람 보고올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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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가지고오삼 ㅎㅎ내 빡빡한 영혼에 안식처가 되길 (-_-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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뱃살.. 당케~ 에콰도르 갔다 올래? ㅋㅋㅋ시와.. 알았엉~ 들고갈께. 근데 사진이 다 조금씩 잘렸어.. 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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