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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을 하다 받은 탓이기도 하지만, 그의 목소리를 알아듣지 못 했다.
체취 만으로도 알아낼 수 있을 것 같던 사람인데,
목소리를 단박에 알아듣지 못 하니,
좋은 세월이 흐른 모양이다.
'서울에 올라가면 연락할께'라는 말을, 참 여러 사람에게 했다.
하나둘, 만나고 싶던 사람들을 만나고 있는 지금,
그는 우선순위에서 한참 밀려나 있다.
왜 진작 연락 안 했냐는 질문에, '아웅, 바빴어, 미안.' 하면서
어쩐지 반가운 기분이 든다.
한밤 중이건 새벽이건, 나는 잘도 신촌을 향했었다.
그런데 지금의 나는, '지금 대학로야'라고 말할 것 같은 그가,
정말 그 말을 할까봐 서둘러 전화를 끊는다.
졸리니까.
다른 이유 없다.
껐던 컴퓨터를 다시 켜고 자리에 앉았으니,
아무래도 좋은 세월이 조금은 더 흘러야 할 모양이다.
아니, 그것과는 상관없을 지도 모른다.
함께 했던 그 모든 처음들이 나를 어지럽히지는 않으나,
놓아주지도 않을 것이므로.
지금까지 나는 같은 집에 살고,
그는 더이상 신촌에 살지 않는다.
강남의 새집에 놀러가 본 적 없이 몇 년이 흘렀고,
새벽에 작게 울리는 계단 소리에 더이상 잠이 깨지 않는다.
괜찮지 않은 나에게 괜찮다, 괜찮다 했던 기억까지도,
이제는 괜찮다. 다, 괜찮다.
반 숟갈 남은 김치볶음밥 그릇을 닥닥 긁으며, 나는 <김광석, 그가 그리운 오후에...>라는 사진 에세이집의 서문을 읽고 있었다. 96년 1월 이후 벽장에서 꺼내지 않았던 필름을 이제야 꺼냈다는 부분을 눈으로 따라가는데, 아무렇게나 틀어놓은 라디오에서 <서른 즈음에>가 흘러나온다. 내가 떠나보낸 것도, 내가 떠나온 것도 아닌데, 내 사랑은 어디에 있는지, 노래하는 김광석의 음성은 여전하고, 그의 죽음을 안타까워 하던 나는 이제 서른이다.
- 책장 정리하면서 나온 헌책들을 이음아트에 갖다드렸다. 사장 아저씨가 작가 사인이 들어간 김광석 사진 에세이집을 선물로 주셨다. 아저씨, 고맙습니다.
- 종종 서너 개의 세상이 겹친 것 같은 순간이 있다. 폴 오스터를 좋아하던 한 선배는, 학교 정문 앞에서 우연히 마주친 나를 세워두고, 우리의 '우연한 순간'에 대해 신나게 이야기했었다. 그는 마흔이 넘으면 소설을 쓰고 싶다고 했고, 누이의 피아노 학원, 피아노들 사이에서 잔다고 했다.
- 우연한 순간, 은
김치볶음밥과 김광석과 서른 즈음에가 함께 하는 우연한 순간.
백석이 노래한 하얀 얼굴의 시인과 하얀 쌀밥과 하얀 생선 반찬과는 다른 것이지만, 그 안에도 이야기가 있지 않을까, 하는..
어느 날 피아노가 있는 가게 앞을 지나다가 선배를 만난다거나, 선배의 소설을 들고 피아노 학원을 지나게 되지 않을까, 하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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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지알겠는걸 ㅋㅋ신촌보이
내가우선순위에서먼저였다니시간이흐르긴흐른모양
근데난좋은세월들이
흘러도많이흘러야돼나봐.
슬프고외로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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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촌보이 ㅋㅋㅋ 외로운 건 어쩔 수 없지만... ~.~ 왜 슬프구 그래....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