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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가 사는 집 그리고 그녀의 꿈

 

3호선 매봉역에서 양재천 돌다리를 지나면 포이동266번지에 도착한다. 대책위 사무실을 들리기전에, 가끔씩 포이동에 살고 계시는 할머니들을 만나러 발길을 향한다. 오늘은 그녀들 중 황해도가 고향이신 송할머니를 만나기 위해 재활용 분류터 옆에 작은 문을 두드렸다.

 

 

10년 넘게 살아온 이 방은 그녀에겐 너무나 안락한 터전이다. 포이동주민들이 송할머니를 위해 이전 낡은 방을 부수고, 탄탄하게 방을 만들어주셨단다. 한두평 남짓한 작은 방이지만, 그녀는 겨울에 참 따뜻해서 행복하다 하셨다. 몇년전부터 기초생활수급자가 되어 몇푼안되는 돈을 모아서, 정말 조금씩 아끼고 아껴서, TV하나 마련했다며 뿌듯한 얼굴을 보내신다.

 

 

오늘따라 그녀는 기분이 좋으신지, 장롱에 고히 넣어놓으셨던 시조가 담겨있는 노트를 꺼내놓으신다. 그리고 직접 만드셨다는 시조를 나에게 읊어주신다.
'...인간백년 산다해도 풍진속에 늙는구나. 쓸떼없는 탐심진심 부질없는 공상일세...'

 

 

그녀에게 꿈을 물어봤다. '10년만 더 사는 것'이라신다. 10년만 더 살면, 지금은 조금 어렵지만 밝게 살아가고 있는 자식들이 안정되게 살아갈 수 있을 꺼라고, 그리고 그런 행복한 모습을 볼 수 있을꺼라고 말씀하신다.
냉장실 젤 아래칸에서 비타***를 꺼내 내손에 꼭 쥐어주시며, 담에 한번 더 볼일이 있다고 말씀하신다. 몇년후에 쓸지 모르겠지만, 미리미리 찍어둘 사진이 있다고 꼭 찍어주면 좋겠다며 '인물사진' 한장 찍자 하신다.

그녀에게 이 방이란 공간은 그녀에게 작지만 소박한 희망을 이룰 수 있게 하는 공간이다. 지금도 여전히 그녀는 한푼두푼 모아 그녀의 꿈을 이루려 하고 있다.

 

 

며칠후 그녀와 만나 대책위 사무실 2층에 올라가 그녀의 모습을 소중하게 담았다. 그녀의 꿈이 꼭 이뤄지길, 그녀의 소중한 터전이 짓밟히지 않기를.

 

 

포이동266번지 주민들은 공권력에 의한 강제이주로 불모지와도 같았던 현재의 포이동에 정착하여 직접 상하수로를 만들고 판자집을 지어 살아왔다. 하지만 현재 이곳에 사는 주민들에겐 '강제이주'가 아닌 '불법점유'라는 딱지가 붙어, 가구당 수천만원이 넘는 토지변상금이 부가되고 있는 상황이다. 게다가 자신들이 살고 있는 곳에 주민등록을 등재하지 못하게 하고 있다. 주민들은 '포이동266번사수대책위원회'를 만들어 '포이동문제해결'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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