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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9/01/20
    200901 포이동
    Tori~
  2. 2006/02/23
    자거라, 네 슬픔아 - 신경숙
    Tori~
  3. 2006/02/18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Tori~
  4. 2006/01/26
    그 남자네 집 - 박완서(1)
    Tori~
  5. 2006/01/07
    [Book] 눈 밖에 나다
    Tori~
  6. 2005/12/31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1)
    Tori~
  7. 2005/11/16
    슬픔은 흘러야 한다
    Tori~
  8. 2005/11/15
    어린이와 평화
    Tori~
  9. 2005/11/15
    앰 아이 블루?
    Tori~

200901 포이동

 

200901 포이동 / 0901 / 포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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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거라, 네 슬픔아 - 신경숙



대지를 촉촉이 적시는 비가 풍기는 냄새와
그 비가 남기는 여운이 나는 좋다.
그때면 얼굴만 바깥으로 내밀고는 사방을
휘둘러본 뒤에 눈을 감고 코를 큼큼거려본다.
-p36

누군가 인간의 여행이 계속되는 것은 언젠가는 떠나온 곳으로 돌아갈 수 있기 때문이라고 했다. 스페인은 여기에서 이대로 돌아가지 않아도 좋겠다, 싶은 장소와 풍경에 자주 마주쳤다. 투우장에서 마타도르가 진짜 소의 숨통을 끊는 것을 그 피비린내에 기겁을 하긴 했어도 프라도 미술관에서 본 고야의 아들을 잡아먹는 사투르누스를 비롯한 검은 그림 앞에서는 정신이 번쩍 나 숨을 죽였다. 세비야의 플라멩고를 볼 적에는 무희의 카리스마에 전율했고 무어왕국의 마지막 요새였던 알람브라 궁전이 고요 속에 간직하고 있는 폐허의 아름다움 앞에선 말을 잃었다. 이 모두 돌아갈 수밖에 없는 자의 마음이었기에 더 충돌했을까. 돌아와서는 창문 옆에 놓인 빈 의자처럼 일주일째 줄곧 잠을 잔다. 그만 깨어나야겠다.
-p82

집집마다 긴 장대를 바깥으로 밀어내놓고 빨래들을 널어놓아 처음에는 참 희한한 풍경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거기 머무는 동안 자꾸 보게 되니 금세 정이 들었다. 페루의 티티카카 호수 안에서 갈대로 집을 짓고 사는 우노족들을 보게 되었을 때 나는 갈대 위에 널어놓은 빨래들을 바라보느라 자꾸만 한눈을 팔았다. 일본의 시골마을을 지날 때도 내가 유심히 보았던 것은 그들의 전통가옥 구조가 아니라 집집 마당에서 하얗게 마르고 있던 빨래들이었다.
- p209

개가 사람을 의지한다면 고양이는 공간을 의지한다.
개가 사람의 사랑을 원한다면
고양이는 공간의 아늑함을 원한다.
-p242

---
누구말대로 이 책은 비오는날
눅눅한 기운이 나는 곳에서
편하게 누워 읽으면 참 좋을 책이다^^
신경숙의 편안한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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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아줌마가 정말 걸어서 지구 세 바퀴를 돌았어요?"
"그렇다니까."
"다리 안 팠어요?"
"아프지만 참는 거지."
...
"난 안 할 거야. 지구가 이렇게 넓은데 어떻게 걸어서 다녀요?"
...
"어머, 해보지도 않고 어떻게 알아?"
-p29

..
사실 정답은 나도 모른다. 그저 이렇게 얘기하고 만다.
'그냥 좋으니까 좋아요.'
그런데 요즘에는 이게 정답일지 모르겠다는 생각도 한다.
- p40

나는 이후에도 지금처럼 내가 운이 좋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내 인생에도 내 몫의 어려움과 절망이 분명히 있을 테니까. 그러나 그런 때가 온다 해도 쉽사리 좌절할 것 같지는 않다. 이렇게 생각할 것이 틀림없기 때문이다.
'이거 꽤 힘이 드네. 그러나 이런 것쯤에 무릎 꿇을 수는 없지.'
좌절이란 무엇인가. 꺾여 주저앉는다는 말인데 누구에게 꺽인다는 것이고, 무엇이 나를 주저앉힌다는 말인가. 내 인생의 주인은 바로 나인데 말이다.
-p89

국도변 갓길에 차를 대놓고 아저씨 둘이서 언성을 높이며 한판 싸움을 벌이고 있었다.
......
"어허 이 양반, 정말 말이 안 통하는 사람이군."
......
말이 안 통한다? 한국 사람끼리 말이 안 통하면 정말 문제겠다.
"말이 안 통하는 오지를 어떻게 다녔어요?"
사람들이 내게 흔히 묻는 이 질문에 내가 내린 결론은 이렇다.
'말은 모른다고 말이 안 통하는 것은 아니다.'
-p127

아무런 망설임도, 부끄러움도 없이 내 모든 것을 털어놓고 말할 수 있는 너무나 소중한 친구야, 쑥스러운 고백이지만 너는 나의 벗이자 스승이다. 그런 너를 위해 내 무엇을 아끼겠니. 신장? 필요하면 하나 줄게, 눈도 두 개니까 필요하면 하나 줄게.(심장이 필요하다면? 음, 그건 네가 하는 것 봐서 줄게) 그런데 남의 장기 탐내지 말고 네 건강은 네가 잘 지켜라. 제발 너무 애쓰거나 속 썩지 말고 그게 간에 제일 나쁘다더라.
-p138

결혼을 해보지는 않았지만 여행과 비슷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여행에서 만나는 동반자에 따라 좋아지거나 나빠지는 경우를 많이 겪었다. 여행지의 모든 조건이 완벽하더라도 함께 다녔던 사람이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기 별로였어." 하게 된다. 반대로 매일 비도 오고 도둑도 맞고 물어물어 찾아갔는데 볼 것이 ㅎ나도 없는 유령 마을이었대도 같이 간 사람과 마음이 맞으면 그곳에 대해, "정말 좋았어. 너도 한번 가봐."라고 말하게 된다.
-p165

아! 걷는 즐거움이여! 차를 타고 이름난 곳 위주로 돌아다니면 도저히 느낄 수 없는 기쁨이다. 차로 하는 여행이 머리와 눈만의 즐거움이라면 걷는 여행은 눈으로 보고, 코로 향기 맡고, 귀로 듣고, 발로 느끼는 '오감 만족 여행'이다.
-p18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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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걷는 즐거움이여!
한비야씨의 삶과 이야기를 통해
나를 돌아도보 더불어 걷는 즐거움까지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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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남자네 집 - 박완서



왜 그런 생각이 들었을까. 자꾸만 그 남자네 집은 남아 있을 것 같은 생각이 드는 거였다.
- p16

나는 그날 밤 잠을 이루지 못했다. 그의 아름다운 얼굴에서 창백하게 일렁이던 카바이트 불빛, 불손한 것도 같고 우울한 것도 같은 섬세한 표정, 두툼한 파카를 통해서도 충분히 느껴지던 단단한 몸매, 나는 내 몸에 위험한 바람이 들었다는 걸 알아차렸다. 그 불쌍한 어머니를 맨날맨날 구박한다고 해도 그게 하나도 못돼 보이지 않았다.
- p36

그는 나를 구슬 같다고 했다. 애인한테보다는 막내 여동생한테나 어울릴 찬사였다. 성에 차지 않았지만 나도 곧 그 말을 좋아하게 되었다. 구슬 같은 눈동자, 구슬 같은 눈물, 구슬 같은 이슬, 구슬 같은 물결... 어디다 그걸 붙여도 그 말은 빛났다.
- p38

우리에게 시가 사치라면 우리가 누린 물질의 사치는 시가 아니었을까. 그 암울하고 극빈하던 흉흉한 전시를 견디게 한 것은 내핍도 원한도 이념도 아니고 사치였다. 시였다.
- p44

"결혼해서 내 아이를 갖게 되면 갓난아기 때부터 쭈욱 자라나는 모습을 찍어두려고 해요. 그걸 앨범으로 만들어서 그애가 시집장가갈 때 선물하면 좀 좋아하겠어요. 아마 앨범만 싸놓아도 제 키만 해질걸요."
"거창한 선물이 되겠네요. 꼭 사진에 원수진 사람 같네요."
- p84

그 남자가 말했다는 첫사랑 소리가 내 가슴에 꽃히고 나서 나는 누님의 다음 말을 거의 귀담아듣지 않았다. 내 이성을 마비시키기엔 그 말 한마디면 족했다.
...
그 남자가 나에게 해준 최초의 찬사는 구슬 같다는 것이었다. 나는 다시 한 번 구슬 같은 처녀이고 싶었다.
- p169

해진 데는 없었지만 우리 엄마 너무 말랐더라. 그 남자가 말끝을 흐렸다. 울고 있었다. 점점 더 심하게 흐느끼면서 볼을 타고 눈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나도 애끓는 마음을 참을 수 없어 그 남자를 안았다. 그 남자도 무너지듯이 안겨왔다. 우리의 포옹은 내가 꿈꾸던 포옹하고도 욕망하던 포옹하고도 달랐다. 우리의 포옹은 물처럼 담담하고 완벽했다.
우리의 결별은 그것으로 족했다.
- p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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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의 삶..
그리고 그 남자의 삶을..
함께 그리고 그 삶속에 있던..
그녀/그의 역사를 살펴, 걸어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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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ok] 눈 밖에 나다



지금은 내가 아직 어려서 세상이 얼마나 힘들고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모르지만, 고통스러움이 있다 해도 나는 장애인이란 이름으로 훌륭한 일반학교 수학선생님이 되겠다.
- p18. 혜선이 이야기

보건사회연구원 집계에 의하면 독거노인 가운데 8만 4000명은 타인의 도움이 필요한 환자다. 특히 이 가운데 3360여 명은 혼자서는 아무것도 할 수 없는 중증장애로 고통받고 있다. 2002년 60세 이상의 노인들이 겪고 있는 가장 어려운 점으로 건강문제 39.3퍼센트, 경제적 어려움 36.4퍼센트, 외로움과 소외감이 8.1퍼센트 등으 ㅣ순으로 나타났다.
- p51. 아주 오래된 고독

누구나 이 땅에 살고 있는 자들은
이 땅에서 사랑하고 가정을 만들고
아이를 낳아서 기를 권리가 있다.
- p111. People On The Border

나는 불편한 나의 언어를 대신한 사진을 통해, 사회적 편견과 싸우면서 당당한 삶을 살아가는 장애인들의 따뜻한 마음과 강인한 생명력을 세상에 알리고 싶었다.
- p130. 절망을 넘어선 자화상

나는 사진에 좀 더 따뜻한 온기를 불어넣어 휴머니즘적인 정의사회를 만들어보고자 한다. 아마 앞으로도 그렇게 외롭게 나의 길을 걸어갈 것이다. 어떻게 내 의무를 다하면서 그들을 위하여 창작을 계속해나갈 수 있을까? 허튼 수작으로 시간을 낭비할 수 없게 하는 절대적인 빛이 있다고 자부하며, 가난한 그들과 함께 살다가 죽을 것이다.
- p162. 가난과 소외에 관한 에필로그 <최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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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전반적으로 아쉬움이 많이 남는 사진집이다.
머 좋은 부분도 물론 있지만..
실제 사진에 찍힌 대상에게 가까이 다가가지 못한 부분도 있는 것 같고
그들의 삶의 이야기도 담기지 못한 것 같아 아쉽아쉽..
또한 꼭 개인을 증명하는 상징을, 주민등록증을 내세워 보여줘야 했는지 의문이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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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이 책을 처음 내면서 쓴 서문을 다시 읽어 보니 말미에 "나는 지금 지쳐 있고 위안이 필요하다."고 쓰고 있다. ...... 이 소설에서 그걸 특별히 강조한건 아마 순전히 기억에 의지한 소설이기 때문일 것이다. 기억을 환기시키기란 덮어준 상처를 이르집는 것과 같아서 힘들고 자신이 역겹기까지 하다.
- p5, 다시 책머리에

더 큰 문제는 기억의 불확실성이었다. 나이 먹을수록 지난 시간을 공유한 가족이나 친구들하고 과거를 더듬는 얘기를 하는 경우가 많은데 그럴 때마다 같이 겪은 일에 대한 기억이 서로 얼마나 다른지에 놀라면서 기억이라는 것도 결국은 각자의 상상력일 따름이라는 것을 깨닫게 된다.
- p6, 작가의 말

엄마는 빈틈없이 깐깐한 것 같으면서도 그렇게 허술한 데가 있었다. 엄마가 셈이 바른 것은 자타가 인정하는 바이나 막상 자신의 가난한 돈지갑이 새는 것도 모르는 것이 엄마의 또 다른 면이었다. 나는 지금까지도 엄마에게 그런 허술한 일면이 있었음을 감사하고 또한 그로 인해 엄마를 사랑한다.
- p90

그건 짝끼리 서로 마주 보고 서서 상대방의 뺨을 선생님이 그만하라고 할 때까지 때리게 하는 방법이었다. 우리끼리 때리면 살살 때릴 것 같지만 결코 그렇지가 않다.
......
생각해보라. 열서나 살밖에 안 된 계집애들이 마주보고 서서 서로의 증오심을 무진장 상승시켜 가며 꽃 같은 뺨이 시뻘겋게 부풀어오르도록 사매질을 하는 광경을. 그거야말로 구원의 여지가 없는 지옥도였다.
- p142

혁명가들을 해방시키고 숙부를 사형시킨 형무소도 곧장 바라다보였다. 천지에 인기척이라곤 없었다. 마치 차고 푸른 비수가 등골을 살짝 긋는 것처럼 소름이 쫙 끼쳤다. ...형무소에 인공기라도 꽃혀 있다면 오히려 덜 무서울 것 같았다. 이 큰 도시에 우리만 남아 있다. 이 거대한 공허를 보는 것도 나 혼자뿐이고 앞으로 닥칠 미지의 사태를 보는 것도 우리뿐이라니. 어떻게 그게 가능한가. 차라리 우리도 감쪽같이 소멸할 방법이 있다면 그러고 싶었다.
- p26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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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그린 자화상, 유년의 기억'
소설 제목대로
박완서 작가의 유년을 하나하나씩 밟아가며 아파하며
책 끝을 마무리졌다.
한명의 삶을 통해, 그때의 삶이 어땠을까 살짝 살펴보는
계기가 된듯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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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은 흘러야 한다



그 곳에서 다시 일상을 시작하고, 사람들을 만나고, 관계를 맺고, 보고, 듣고, 말할 것입니다. 그리고 기록하겠습니다. 친구들과 함께 나누기 위해서, 더 많은 사람들과 함께 이라크의 현실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되돌아보기 위해. 그래서 여행입니다. 이것이 이라크로, 나의 내부로, 그리고 우리 자신에게로 가는 여행을 시작하는 이유입니다. 가볍고 긴 여행을 준비하며...
- p25

마을 사람들의 대부분은 가축을 키우거나 농사를 지으며 평생토록 마을을 벗어나 본 적 없는 순박한 농민들이었다. 그러다보니 국가가 외국군에 점령당해도 그들의 일상이란 그다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갑자기 공중에서 폭탄이 떨어지고, 미군이 마을로 들어와 총을 쏘고 가족들을 잡아가니 사람들이 받은 충격이란 이루 말할 수 없었다.
- p85

윌리두의 아버지는 아들이 왜 잡혀갔는지 이유조차 모르고 있었다.
...
"내 손을 보면 알 것이다. 나는 평생 농사를 지어온 농부이다. 아들 월리두도 나와 함께 농사를 짓던 아이에 불과했다."고 말하며 아들의 무고함을 호소했다.
- p97

팔루자 피난민들의 증언채록을 마치고 숙소로 돌아왔다.
그리고 메신져를 통해 한 친구에게 이렇게 말했다.
"아이들의 눈을 볼 때가 가장 슬프다. 전쟁을 목격하고 사막을 넘어
죽음을 본 그 영혼이 입었을 상처를 생각하면 너무도 슬프다.
하지만 아이들의 눈은 너무나 맑아 그 아이러니한 풍경에 가끔 넋을 잃는다."고
- p115

2004년에 유니세프는 전쟁 후 이라크에서 연간 6천880명의 5세미만의 영유아가 사망했다고 추정, 발표했다. 지금 이 순간에도 평균적으로 매일 20여 명의 이라크 아이들이 식량난과 오염된 식수와 폭격으로 인해 사망하고 있다고 한다.
- p1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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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0도가 넘는 여름 한낮에..
그녀/그들에게는 한시간의 전기밖에 공급되지 않는다 했다.
그녀가 바라본 이라크현지의 삶을 함께 바라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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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이와 평화



며칠전, 팀원이 모두 모여 이야기를 나누었다. 행동 통일에 관해 의견을 나누다가, 끝까지 이라크에 남겠는가라는 마지막 질문에 이르렀다.
........
어려운 문제였다. 거의 모든 팀원들은 마지막 결단을 뚜렷이 내보이는 것을 주저했다. 아니, 할 수 없는 일이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네?" "기범씨는 어떻게 했으면 좋겠어요?" "저는...저는, 전쟁이 안났으면 좋겠어요." 어처구니없게도 내 대답을 그랬다.
- p19

마음에 뜨거운 것이 차올랐다. 코에 대고 무언가 만지는 시늉이 바로 꽃향기를 맡아보라는 뜻이었다. 꽃에 코를 갖다 대었다. 숨을 크게 들이켜 그 향기를 맡았다. 고마워, 고마워, 네자르 고마워.
- p66

제발 다시는 이라크로 돌아오지 말라며 두 손을 모아 말하는 하이달 앞에서 그만 울음을 터뜨리고 말았다. 오히려 하이달은 나를 위로했고, 자기도 나갈 테니 나도 꼭 나가라고 말했다. 하지만 나는 안다. 하이달은 나갈 수 없다. 아니, 나가지 않을 것이다.
- p91

그런데, 문득 내 태도가 자칫 거만한 외국인의 모습으로 보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 잘 모르겠다. 어떤 쪽도 싫었다. 몰려드는 아이들에게 사탕을 나눠주거나 사진을 찍는 모습은 왠지 더 잘사는 나라의 외국인이 보이는 우월감이나 동정 같아 싫었고, 몰려드는 아이들을 무덤덤한 눈길로 보는 것 역시 우월감의 또다른 모습인 것 같아서 싫었다.
- p192

울진으로 내려오면서 신문 한 부를 샀다. 바그다드호텔에 차량 폭탄 테러가 발생해 열명쯤 죽고 서른명쯤 다쳤다고 한다.
.......
얘들아, 너희는 괜찮은 거니? 우리, 그 앞을 걸어다니며 놀고 그랬잖아. 내가 거기 머물 때는, 매일 그 앞에 밥 먹자고 기다렸잖아. 응? 괜찮은거야?
하싼, 쎄이프, 레이스, 하이달... 맞아, 그랬어. 그때도 나는 너희가 보고 싶어 그 쏟아지는 폭격 속에서 국경택시를 탄 거였는데....
괜찮아? 응? 괜찮은 거냐고?
- p246

전세계에서 모인 운동선수 몇천명, 그리고 관객 십여만명이 모여 축제의 개막을 알리는 불꽃을 터뜨릴 때에도 나자프에서는 그 불꽃 수만큼이나 되는 마사일의 불꽃이 죄 없는 이들의 머리 위로 쏟아질 것이다. 폭죽의 불꽃과 미사일의 불꽃, 축제의 환호와 피범벅의 절규. 이것이 바로 온 세계가 똘똘 뭉쳐 내걸고 있는 '평화'라는 이름의 본 모습이다. 그리고 그 한가운데에 내가 사는 나라가 있다.
- p2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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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을 너무나 사랑하는 동화작가...
그의 이라크통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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앰 아이 블루?



그럼 세번째 소원은?
꼭 필요한 순간을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꿈에 그리던 여자를 만났을 때 필요할지도 모르니까.
아니, 백마 탄 왕자를 만났을 때인가?
둘 중 하나겠지, 뭐.
- p36

이쯤에서 다음 장면으로 넘어가겠다. 별다른 이유는 없다. 요즘 독자들의 집중력은 두 페이지를 못넘기니까. 기분 나쁘게 할 생각은 없다. 사람들 말대로 텔레비젼이 우리를 다 버려놨다고 생각하시길.
- p101

"꼬마야, 그렇게 슬픈 얼굴 하지 마. 다 괜찮을 거야."
그러고는 가방을 집어 들고 천천히 뒷걸음치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만은 기억해라. 넌 혼자가 아니야."
- p164

"우리 꼬맹이 생일 축하한다. 이번엔 조금 늦었지? 다시는 안 그러겠다고 약속하마. 익숙해지려면 한참 멀었지만, 그래도... 넌 여전히 내 딸이니까. 아빠한테 시간을 조금만 주거라."
- p19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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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녀/그들에게
그리고 나에게 소중한 13편의 단편들을 만나다.
"넌 혼자가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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