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르락 내리락

평화가 무엇이냐 2006/02/18 15:51

Tori~님의 [바람의 딸, 우리 땅에 서다] 에 관련된 글.

걷는 즐거움, 크다.

하지만 자전거를 타는 즐거움도 그에 비길 바 충분하다.

자전거를 타고 울진에 도착했다.

 

친구들을 기다리는 시간이 한 시간 정도 남아서 피씨방에 왔다.

사실 피자매연대 홈페이지 긴급 업데이트를 해야 할 일이 있어서 피씨방에 들어온 것이다.

그럴 일이 없었다면 천천히 자전거를 끌고 울진 바닷가를 어슬렁거렸을 것이다.

 

자전거를 타고 다니다 보면 평생 와보지 못할, 보지 못할 것 같은 것들을 많이 보게 된다.

동해안 7번 국도를 타고 남쪽으로 오다 보면 작은 항구들과 아름다운 해수욕장들이 올망졸망 이어진다.

삼척을 지나서 울진 쪽으로 내려오면 '한국의 나폴리'라고 불리는 조그만 항구들이 나타난다.

속이 훤히 들여다보이는 바닷물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추운 날씨에도 불구하고, 뛰어들고 싶을 정도다.

갈남 전망대에서 바라본 끝이 보이지 않는 시퍼런 바다의 색깔은 작년 여름 협재 해수욕장에서 보았던 그 색깔과 같다.

이 아름다움을 같이 나누고픈 친구들에게 문자를 보내고, 전화를 걸어 반가운 목소리들을 들었다.

 

길은 오르막 내리막일 때 재미가 있다.

힘은 들지만, 그런 길이 좋다.

땀을 흘리며 올라갈 때의 고통은 곧 시원한 내리막길에서 산산히 부서지고 만다. 

직선으로 뻗은 도로를 달리면 정신적으로 금방 지치고 만다.

단조롭기 때문이다.

태백산맥의 높은 산봉우리들과 푸른 바닷가 사이를 아슬아슬하게 지나쳐 가는 동해안 7번 국도는 여기저기가 공사중이다.

오르막 내리막 구불구불한 길을 깎아내고, 구멍을 뚫어 일직선의 단조로운 자동차 전용도로로 만드는 공사가 한창이다.

자동차들의 천국, 오호통재라.

깎여진 산허리들을 보면 가슴이 아프다.

뻥 뚫린 터널을 보면 내 가슴에 커다란 구멍이라도 난 듯 괴롭다.

 

길에만 오르막 내리막이 있는 것이 아님을 알게 되었다.

사람의 삶에도 오르막 내리막이 있다.

지금 나의 삶은 오르막길인 것 같다.

힘은 들지만 난 땀을 흘리며 오르고 있다.

 

강원도를 지나 경상북도로 접어든다.

흉물스런 콘크리트색 울진 원자력발전소가 모습을 드러낸다.

그렇구나.

울진에 원자력발전소가 있다는 사실을 까맣게 잊고 있었다.

그 앞에는 현재 방사능 수치가 나온다.

원자력이 안전하다고 속이기 위한 거짓 광고들.

죽음의 에너지, 저주의 에너지 원자력발전이 완전히 사라져야 한다.

조그만 땅 울진에서도 평화가 움트기를 기원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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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02/18 15:51 2006/02/18 15: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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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achim 2006/02/20 20:10 Modify/Delete Reply

    나는 요 며칠 내리막이야, 아랫집에 빨랑 나타나지 않으면 확 전염시킬테얏!!!

  2. 지음 2006/02/21 01:19 Modify/Delete Reply

    요새 도로는 산에는 터널을 뚫고 골짜기에는 다리를 놓아서 만들더군요. 그래서 몇 시간을 줄인다고... 하튼 열심히 달리세요. 조심하시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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