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혼은 속박?

나의 화분 2005/09/08 18:26
내 마음이 그냥 흐르도록 내버려두자.
누굴 좋아한다는 것은 어차피 내 의지에 따라 바꿀 수 있는 것도 아니니 말이다.
 
내가 사랑하는 사람이, 나의 애인이, 내 파트너가 나와 독점적인 관계를 갖자고 이야기를 했건 하지 않았건 간에 그 사람이 행여 딴 사람과 자지 않을까 난 내심 두려워했었다.
그 두려움을 없애기 위해 나는 '떼사랑' '비혼' '비독점적 연애' 등을 이야기했었고, 이것을 때로는 아나키즘과 연관시키기도 했었다. (과연 그랬나?)
 
그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밤에 집에 돌아오지 않는 애인 앞에서 초연하기란 힘든 일이었다.
이성과 감정의 깊은 골짜기에서 나도 여느 인간과 다를 바 없이 헤매고 있었다.
애인에게 언제든 원한다면 다른 사람과 자도 좋다고, 다만 내게 숨기지만 말아달라고 말했고 스스로도 나의 욕망을 억압하지 않기 위해 애썼지만 여전히 힘든 일이었다.
 
이런 나의 고민은 의외로 쉽게 해결이 난다.
이미 결혼한 사람을 사랑하면 되는 것이다.
이성과 감정의 복잡한 골에서 헤맬 필요 없이 그저 나의 감정이 흘러가는대로 그 사람을 그리워하면 된다.
그 사람이 오늘밤 어디서 누구와 관계를 맺든 그것은 더이상 문제가 되지 않는다.
결혼이란 속박에 불과한 것인줄만 알았는데, 결혼은 의외의 해방감도 가져다 줄 수 있음을 알게 된다.
 
다만 한 가지.
나의 그리워함으로 인해 그 사람의 결혼 생활에 어떤 충격을 주거나 균열을 일으키지 않을까 하는 염려(기우?)는 남는다.
그리고 그로 인해 그 사람이 약간이라도 불행해지지 않을까 저어하게 된다.
그런 점에서 여전히 결혼은 속박이다.
 
2005년 9월 4일 갓 결혼한 쌍들로 붐비는 제주도 중문에서 끄적거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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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08 18:26 2005/09/08 18: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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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5/10/09 01:05 DELETE

    Subject: 연애를 왜 하는가?

    돕헤드님의 [결혼은 속박?] 에 관련된 글. 요즘 고민거리 중에 하나다. "연애를 왜 하지?" 최근 배로 늘어난 담배, 담배 연기를 폴폴 품어내며 생각에 잠겨본다. 집중이 잘 되지는 않는
  2. Tracked from reorganiznig my life 2011/07/24 15:47 DELETE

    Subject: 뒤늦게,

    느낀 거지만 결혼 생활은 좋기도 하다, 아이러니 하게도. 무엇보다, 너를 통해 다른 더 많은 이들을 '사랑'하게 되었다는 것도. 그런 나를, 묵묵히 받아주었던 것도 결국엔 너였다는 걸. 혼자서 정말 '지랄'을 해도 별별 가지 상상들을 하며 네 앞에 배설한다 하더라도, 그래도, 서로에게 필요한 존재라는 건 부인할 수 없을 듯. 이별이 오면 의연하게 받아들이자. 8년차 순애보다 나는 정말... 돕님의 [결혼은 속박?] 에 관련된 글.
  1. 미류 2005/09/10 09:17 Modify/Delete Reply

    깊이... 고개 끄덕이게 되는 내용.

  2. 무나 2005/09/12 10:27 Modify/Delete Reply

    애정의 문제는 미리 그 고통을 없애려고 노력하기 보다,
    당장 닥친 고통을 표출하던지, 참던지, 견디던지, 내팽개치던지, 싸고 안던지, 지랄을 하던지, 도를 닦던지
    어쨌든 간에, 통과하고 나면 어느덧, 나도 모르게, 그 고통과 멀어지게 되고, 생채기는 아물어 있는, 그런 것이라고 본다. 물론 흉터는 남겠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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