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엌에 비가 샌다

나의 화분 2005/09/14 02:20
오늘 많은 비가 내렸다. 그리고 어이없게도 다시 내가 사는 집 부엌에서 빗물이 방울방울 듣는다. 작년에도 부엌 천장은 비가 샜다. 비가 많이 내릴 때면 나는 밖에 나가기가 싫어지는데 몸이 젖는 것이 싫기도 하지만 부엌에 비가 새면 얼른 세숫대야를 갖다놓아야 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오늘은 비가 많이 내렸지만 피자매 사무실에 나가 하루종일 있었다. 새벽 1시가 넘어서 집에 와보니 이미 부엌 바닥은 빗물로 흥건하다. 정신없이 걸레를 찾아 바닥을 훔치고, 화장실에서 세숫대야를 가져다 빗물이 떨어지는 곳에 받친다. 내가 사는 집은 1994년에 만들어진 다가구주택이다. 내가 어릴 때는 가난한 전셋방을 전전하며 이사도 많이 다녔다. 비좁은 방에서 가족들과 함께 지냈지만 그래도 비는 새지 않았다. 어릴적 기억을 더듬어보면 텔레비전에 나오는 가난한 집에는 항상 비가 샜다. 비가 샌다는 것은 가난함의 기호였던 것이다. 이제는 내가 그런 집에 산다. 가난함에 익숙해질대로 익숙해졌다고 생각했는데, 천장에서 비가 새는 것을 보고 있노라면 마음 한 구석이 저며온다. 참, 부엌에서 새는 빗물 색깔은 누런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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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09/14 02:20 2005/09/14 02: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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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Tracked from 2005/09/14 22:13 DELETE

    Subject: 우리집도 비가 샌다

    돕헤드님의 [부엌에 비가 샌다] 에 관련된 글. 그래도 우리집에 새는 비는 누런색은 아니다. ㅋ 지은지 30년이 훌쩍넘는 우리 엄마와 아빠가 같이 산 날 보다 꼬박 1년인가? 2년인가 더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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