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인가 생시인가

나의 화분 2006/02/13 15:31
밤새 꿈을 꿨다.
보통 꿈은 잠을 자는 동안 여러 번 꾸지만 깨기 전에 마지막으로 꾼 꿈이 기억에 남는다.
그런데 어제밤은 잠을 자는 내내 같은 꿈이 지속되었고, 난 그 꿈을 꾸며 계속 괴로워했다.
꿈에서 난 머리카락을 잘랐다.
아주 짧게 말이다.
보통 남자들처럼 그렇게 머리를 자르고서 나는 어디론가 하염없이 돌아다녔다.
꿈에서 난 그것이 진짜로 내게 일어난 현실인지 아니면 그저 꿈에 불과한 것인지 매우 헷갈렸다.
꿈에서 깨어나면 다시 내 머리카락이 자라 있을까?
머리가 짧은 나는 계속 돌아다니고 있고, 그 안의 나는 머리가 짧은 나를 향해 울부짖고 있었다.
이것이 꿈이냐고, 아니면 생시냐고.
 
그 꿈에서 머리가 짧은 내가 거울을 한 번 쳐다보았다.
말쑥했다.
머리가 짧은 나는 '짧아도 그리 나빠 보이지는 않는군' 하면서 안도했지만, 그 안의 나는 '저건 내가 아니야'라면서 손사래를 쳤다.
그렇게 밤새 시달렸다.
연극을 하듯, 상황들이 이어졌고, 머리가 짧아진 나와 그 안의 나는 갈등을 이어갔다.
 
머리카락을 잘라버리고서, 무언가 떠나보내려 했던 것일까?
아니면 잘린 머리카락들이 바람에 흩어지듯 이미 그것은 떠나버렸던 것일까?
그리고 또 다른 나는 그것을 완강히 거부하려 했던 것일까? 
 
머리가 짧아진 모습이 낯설 줄 알았는데, 별로 그렇지도 않았다.
대수롭지 않게, 난 '괜찮군'이라고 중얼거렸을 뿐이다.
난 언제나 그런 식이었던 것 같다.
겉으로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반응한다.
별 것 아니라고.
하지만 속으로는 강하게 부정을 하면서 울부짖고 있다는 것을 잘 알고 있다.
 
어제 밤 대추리를 떠나 자전거를 타고 서울로 향하면서 내가 가엾어서 눈이 벌게지도록 울었다.
한밤중에 자전거를 세워놓고, 하늘을 향해 머리를 들고 별들을 바라보며, 또 다른 언어로 한참을 말했다.
 
if i take one step closer to revolution,
then it will take two steps closer to you.
...
 
이제는 넘어지고 싶지 않다.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
2006/02/13 15:31 2006/02/13 15:31
tags :
Trackback 0 : Comments 3

Trackback Address :: http://blog.jinbo.net/dopehead/trackback/308

  1. 아침 2006/02/13 20:41 Modify/Delete Reply

    넘어져도 금방 아물꺼야, 힘내~*

  2. 2006/02/14 00:10 Modify/Delete Reply

    그래, 아침. 겨울 나무 2 듣고 어떤지 말해줘.

  3. 아침 2006/02/16 19:47 Modify/Delete Reply

    그게... 저번에 듣던 것보다는 편안하구...저번에는 너무 슬퍼하는 사람만 떠올랐거든, 그건 기타가 바로 옆에서 울려서 그랬을꺼야... 여전히 겨울나무가 떠오르진 않아,,, 아마 돕의 다른 마음이 들어가있는거 같어...

Write a comment