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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베 담화에 ‘사죄’도 ‘위안부 문제 해결’도 없다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가 오는 14일 발표할 전후 70년 담화에 과거 ‘무라야마(村山) 담화’ 등에 포함된 아시아 국가에 대한 ‘사죄’의 문구가 포함되지 않을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 또 박근혜 대통령이 최근 “고령인 피해자분들을 생각하면 사실상 지금이 해결을 위한 마지막 기회가 될 것”이라고 밝힌 위안부 문제도 포함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런 예상은 아베 총리가 7일 밤 연립여당인 자민, 공명당 간부들에게 회람시켰다는 ‘담화’의 원안과 민간 자문기구인 ‘유식자 간담회’의 보고서에 따른 것이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아베 총리는 기존의 정부 입장을 계승하겠다고 밝혔지만 ‘식민지배’, ‘사과’와 같은 단어는 들어있지 않다고 한다.

일본의 과거사 인식은 미국과의 관계를 중심에 둔 2차대전에 대한 반성과 아시아 국가들과의 과거라고 할 식민지배에 대한 인식으로 구분되어 있다. 그래서 미국과의 전쟁에 대해서는 사과하면서 아시아 국가들에 대한 식민지배에 대해서는 말을 돌린다. 우리가 광복절을 일본으로부터의 해방으로 기념하고 있다면 미국과 일본은 전쟁의 종료에 중심을 두고 있는 것이다.

일본의 이런 이중적 인식은 미국의 지원을 받고 있다. 예산 제약 위에서 ‘아시아로의 회귀’를 추구하고 있는 미국으로서는 중국과의 대결에서 일본의 지원이 절실하다. 일본이 한국과 중국, 대만 등 아시아 국가들과 과거사 문제로 갈등하는 것을 선호하지야 않는다고 하더라도 굳이 나서서 지도력을 행사할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이번 아베 담화가 과거 청산의 계기가 될 가능성이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베 담화에 ‘사죄’도 ‘위안부 문제 해결’도 없다면 이제 우리 정부가 일본의 상대로 유화적 제스쳐를 취할 이유도 없다. 그간 박근혜 대통령은 “광복 70주년이자 한일 국교 정상화 50주년의 모멘텀을 이어갈 수 있도록 금년이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며 한일이 함께 협력관계를 돈독히 하는 해가 되길 진심으로 기대한다”는 입장을 유지해 왔다. 그러나 한일이 새로운 미래를 내다보려면 과거에 대한 명확한 인식이 전제로 되어야 한다. 아베 담화에서 전향적 입장이 나올 것을 전제로 예상되어 왔던 한일 정상회담 등이 불가한 것도 당연하다.

미국의 위선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미국은 아베 정권의 우경화를 지원하면서 입으로만 과거사에 대한 반성을 촉구해왔다. 한국과 중국 등이 아베의 과거사 인식을 문제삼는 데에는 자위대의 해외 파병을 합법화하는 오늘의 정책이 잘못된 과거사 인식과 결부되어있기 때문이다. 일본의 군사대국화를 지원하면서 과거사 청산을 말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는 것이다. 하물며 한국에게 일본과의 관계개선을 강요해서 얻을 것은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미국은 알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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