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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안문 망루 위의 박근혜 대통령
중국이 ‘항일전쟁 및 세계 반파시스트 전쟁 승리 70돌’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열었다. 박근혜 대통령도 천안문 망루 위에 올라 시진핑 중국 주석, 푸틴 러시아 대통령과 함께 열병식을 참관했다. 박 대통령은 미국 주도의 동맹국 지도자로서는 유일하게 열병식에 참석했다. 박 대통령의 열병식 참석은 미국에만 의존해 오던 한국 외교의 전통적 관점에서 보면 다소 벗어난다. 중국이 우리에게 경제적으로 가장 중요한 나라이며, 동북아의 주요 강대국이라는 점을 감안할 때 잘한 일이라 할 수 있다.
중국으로서는 미국과 가까운 나라 중에서 유일하게 최고지도자가 참석했으니 반가웠을 것이다. 일본과의 역사갈등이나 영토갈등에서 한국을 같은 편으로 끌어들이는 데 공을 들인다는 인상도 남겼다. 공식적으로는 ‘존중한다’는 입장을 밝힌 미국의 속내도 궁금하다. 미국 입장에서야 썩 반가운 일은 아닐 것이다. 일본의 떨떠름한 표정도 앞으로의 숙제로 남았다. 곧 열린 한미정상회담에서 미국의 요구가 더 거칠어질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 대통령이 시 주석과 가까운 자리에 서고, 북한의 최룡해 노동당 비서가 멀리 떨어진 곳에 섰다는 걸 두고서도 여러 해석이 나온다. 북중관계가 과거에 비해 좋지 않고, 한중관계는 과거보다 더 친밀해졌다는 지적도 있다. 하지만 중국과의 관계를 놓고 남북이 경쟁하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결코 현명한 일이 아니다. 북중관계는 독립된 두 나라의 관계로서 때로 좋을 수도 있고, 때로 나쁠 수도 있다. 우리가 나서서 그 사이를 움직일 수 있다고 믿고, 또 그렇게 일을 추진하는 건 실제 효과도 의심스러울뿐만 아니라 모양도 사납다. 북중관계에 대해 조언이나 요청이 있을 수는 있겠지만, 드러내놓고 끼어드는 건 하책 중의 하책이라는 의미다.
분명하게도 우리가 언제까지나 미국의 하위 파트너로 남을 수는 없다. 그래서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스스로의 힘과 권위를 잘못 판단해서는 안된다. 동북아는 미국과 중국이라는 강력한 세력이 맞대결하는 장이며, 일본과 북한도 고유의 노선을 내놓고 힘을 키우고 있다. 중국에 의존하는 경제, 미국에 매달리는 안보라는 현실속에서 우리가 가질 수 있는 주도권은 매우 제한적이다. 오늘은 중국에게 웃음을 보이고, 내일은 미국과 일본에 선물 보따리를 안겨주면서 허장성세를 부리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남는 것은 결국 남북관계다. 우리에게 가장 큰 지렛대는 남북관계의 안정적 발전에서 나올 수 있다. 지난 8.25 합의가 순조롭게 이행되고 남북 화해와 협력이 업그레이드된다면 주변국과의 관계에서도 힘이 붙을 것이다. 반대로 북을 어떻게 해 볼 요량으로 중국과 미국을 찾아다니면서 손을 벌린다면 돌아올 것은 비웃음밖에 없을 것이다. 천안문 망루에서 내려온 박 대통령이 어떤 길을 찾을 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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