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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통령 일정만 고려한 한중FTA 단독상정
새누리당이 한중FTA 비준동의안을 8월 31일 국회 외교통일위원회에 단독 상정했다. 새누리당 소속 나경원 국회 외교통일위원장은 “논의를 늦추기보다는 책임있는 자세로 상정을 포함한 본격적인 심의 절차에 들어가 보완대책 등을 논의해야 한다”며 “가능한 이른 시간에 처리하는 게 경제 성장동력 회복을 위한 국익에 도움이 된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새누리당은 ‘국익’을 내세웠지만 대통령의 방중 일정에 맞추어 한중FTA 비준을 하겠다는 의도로 보인다. 정확히는 청와대의 요청에 꼭두각시처럼 화답한 것이 맞을 것이다. 안종범 청와대 경제수석이 이날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한중FTA 비준이 하루만 늦어져도 수출에서 약 40억원의 손해를 본다”며 국회 비준을 촉구하자마자 발맞춰 상임위원회를 단독으로 개최해 비준동의안을 상정한 것이다.
한국은 이미 대중국 교역량이 전체의 30%에 이를 정도로 대중국 의존도가 심각한 상태다. 이미 중국의 경제상황에 따라 한국 경제가 휘청일 정도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때문에 한중FTA는 다른 여타의 무역협정과는 다른 의미를 가진다. 중국과의 FTA가 불러올 경제적 영향을 따져보고 그에 대한 대책을 세우도록 지적하는 것이 국회의 본업이다. 외교통일위원회만이 아니라 한중FTA의 영향을 다방면으로 검토하도록 기획재정위·산업통상자원위·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환경노동위가 참여하는 별도의 국회 특별위원회를 구성하자는 야당의 제안은 지극히 상식적이다. 그러나 새누리당은 일언지하에 거절했다. 오직 국회법상 하자가 없으니 상정부터 하겠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 들어 통상업무를 산업자원부로 넘긴 상황인데 외교통일위원회만 협약 비준을 다루는 것도 문제다. 외통위가 FTA비준안을 다룬다고 해도 실질적 내용에 대해서는 심도있게 검토하기 어려운 처지이기도 한 것이다. 새누리당이 한중FTA 비준을 ‘대통령 방중일정’에 맞추는 게 아니라면 야당의 요구를 일언지하에 거절할 이유가 없다.
안종범 수석은 우리나라 전기밥솥이 중국에서 인기인데 연내에 FTA가 발효되면 즉시 관세 1.5%p가 인하되고 내년에 또 1.5%p 인하될 수 있다며 국회가 서둘러 비준하는 것이 관건이라고 비준안 처리를 압박했다. 그의 말대로 “하루라도 빨리 발효가 되는 것이 절대적으로 이득”이라면 뒤집어 하루라도 빨리 발효되면 절대적으로 손해를 보는 사람들도 생기게 마련이다.
대표적인 사람들이 농민이다. 한미FTA나 한칠레FTA 등을 통해 무너져 간 우리 농업은 또 한 번의 직격탄을 맞게 된다. 지난 여름 뙤약볕 농번기에 농민 1만여명이 서울에 모여 한중FTA 체결을 반대하는 시위를 벌였다. 이미 중국산으로 몸살을 앓고 있는 농업에 대한 대책없이 또 FTA를 체결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새누리당이 언제는 농민들의 요구에 귀를 기울인 적이 있겠는가만은 이번에는 농민들을 위한 대책을 내놓는 시늉이라도 해보지 않고 오직 ‘청와대 방중 기념 선물 만들기’에 목을 매고 있는 꼴이다.
외통위는 전체 재적의원 23명 중 여당 의원이 14명으로 60%를 넘는다. 때문에 야당이 아무리 반대하더라도 여당이 마음만 먹으면 한중FTA 비준동의안을 ‘신속처리안건’으로 지정해 상임위에서 단독으로 처리할 수 있다. 지금 새누리당의 태도면 그렇게 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다. 만약 새누리당이 비준동의안을 국민적 공감대는커녕 야당과의 논의조차 없이 처리한다면 간판을 ‘청와대 국회 출장소’로 바꿔 다는 게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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