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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북사냥에 동조한 여야 국회의원들
국회는 8일 본회의에서 박영희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공동대표를 국가인권위원회 비상임위원으로 선출하는 안을 상정해 표결에 부쳤으나 찬성표가 99표에 그쳐 부결됐다. 반대표와 기권표가 각각 147표와 14표로, 합하면 재적 과반을 훌쩍 넘겼다. 새누리당은 사실상 당론투표로 집단거부권을 행사한 셈이고, 당내 선출절차를 통해 만장일치로 박 대표를 추천한 새정치연합도 상당수 이탈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국회의 인권위원 선출절차가 법률에 규정돼있고 원유철 새누리당 원내대표의 해명대로 “박 후보자가 과연 국가인권위원으로 적합한지 (의원들이) 판단해 투표한 결과"라면, 절차적으로는 문제를 제기하기 어려울 수 있다. 하지만 박 대표의 국가인권위윈으로서의 자격시비가 과거 통합진보당 활동경력에 대한 국회 내부의 문제제기로부터 비롯됐다는 점은 매우 심각한 문제다.
안타깝게도 원인제공은 새정치연합이 먼저 했다. 지난 달 11일 과거 통합진보당 활동에 대한 문제제기가 일부 의원들에 의해 제기되자 새정치연합은 박 대표에 대한 당내 추천을 한 차례 보류했다. 야당 몫으로 추천권을 행사한 당사자들이 스스로 제기한 논란거리를 새누리당이 그대로 넘어갈리 만무하다. 원유철 원내대표에 따르면 본회의 당일아침 새누리당 의원총회에서 박 대표 선출에 이의를 제기하는 의원들이 있었다고 한다. 결국 새누리당은 본회의에서 자유롭게 투표했지만 모두가 반대표를 던짐으로써 침묵 속에서 일치된 당론을 만들어내는 기염을 토했다.
박 대표의 통합진보당 경력시비는 실상을 알고 나면 아주 우스운 일이다. 2011년 12월 민주노동당과 국민참여당, 진보신당 탈당파 세 주체가 함께 만든 당이 통합진보당이고, 박영희 대표는 심상정, 노회찬 대표와 함께 진보신당을 탈당하여 통합진보당에 합류했다. 그리고 이듬해인 2012년 5월부터 부정경선논란이 제기되자 스스로 비례후보를 사퇴하고 당을 떠났다. 불과 반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경력이다. 새정치연합이 한차례 추천을 보류한 뒤 다시 추천하기로 결정한 명분도 그의 통합진보당 경력이 너무 가벼웠다는 것이다. 박 대표의 경력을 문제 삼으려면 통합진보당을 창당하고 공동대표까지 역임했던 심상정 정의당 대표나 노회찬 전 의원의 경력을 더 크게 문제 삼아야 일관성이라도 유지된다. 하지만 지금까지 국회 어느 곳에서도 이와 유사한 목소리조차 나오지 않았다.
여야국회의원들이 중요시한 문제는 박대표가 통합진보당에서 얼마나 중요한 역할을 했는지, 어느 정도 가담했는지가 아니었을 것이다. 통합진보당 경력이 있는 사람을 지금 이 시점에 만장일치로 추천한 일이 정치적으로 이롭지 않은 일이라는 야당의 계산, 국회의 선출절차를 통해 부결시키면 문제없을 것이라고 생각한 여야국회의원 다수의 공통된 셈법이 본회의 압도적 부결의 참사를 만들어냈다. 통합진보당과 분명하게 선을 긋지 않으면 자신도 종북이 될 수 있다는 자기검열에 휩싸인 것이다. 모든 세력과 사람을 적아로 구분하고 새로운 국가의 적을 찾기 위해 혈안이 된 상황이 한국사회의 기막힌 현실이다. 파시즘이 탱크와 군화발 없이도 유지되는 이유가 이런 자기검열과 자발적 굴종 때문이었다. 1950년대 서구 학자들은 이런 상황을 반공 히스테리라고 불렀다고 한다. 히스테리 수준으로 까지 비화된 종북공세가 새로운 과녁을 찾기 위해 칼춤을 추고 있다. 오늘은 박영희 대표의 인권위선출안을 부결시켰지만 내일 누구의 목을 겨눌지 아무도 알 수 없게 됐다. 이것은 민주주의국가의 모습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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