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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의 중국 방문을 계기로 이른바 ‘조속한 통일’을 언급하고 있다.
갈라진 민족의 통일이 빠를수록 좋다는 데야 이견이 있을 수 없다.
그러나 박근혜가 그 수단으로 내놓은 것이 중국과의 ‘통일외교’라면 어리둥절할 수밖에 없다.
통일은 중국과 할 일이 아니라, 같은 민족인 북과 이루어야 할 일이기 때문이다.
아마 그는 과거 독일통일의 경험을 들어 중국이 한반도의 통일을 지지할 경우 북의 정권이 붕괴하고 자연스레 통일이 이루어질 것이라 기대하는 듯하다.
현 정부의 초대 국정원장을 지낸 남재준 전 원장이 “2015년 통일을 위해 죽자”는 말을 했던 것도 같은 맥락이었을 것이다.
이번에 전승절 참석처럼 미국의 불만을 무릅쓰면서까지 중국에 접근하는 걸 보면 이런 생각은 슬그머니 외교 원칙으로 자리잡은 것 같다.
그러나 한 가지만 비교해보아도 독일통일과 우리 민족의 통일은 결코 그 양상이 같을 수 없다.
구 소련의 위성국가로서 정치, 경제, 군사적으로 종속되어 있던 동독과, 자주성을 내세우며 중국과 대등한 국가 관계를 유지해 온 북은 크게 차이가 난다.
중국이 무슨 역할을 한다고 해서 그것이 한반도에서 큰 변화를 일으킬수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도 마치 중국만 변한다면 내일이라도 통일을 이룰 수 있다고 보는 것은 대단한 착각이다.
현 정부의 ‘통일외교’는 그 동안 남북이 일궈온 통일의 대원칙과도 정면으로 배치된다.
남북은 1972년 7.4공동성명을 발표한 이래 2000년의 6.15공동선언과 2007년 10.4선언에 이르기까지 자주, 평화, 민족대단결의 통일원칙을 합의한 바 있다.
요컨대 통일은 우리민족끼리 일구어야 할 과제이며, 다른 방법은 없다는 것이다.
더욱이 일방의 붕괴를 노리며 주변 강대국을 찾아다니는 식으로는 당장의 남북 화해도 이뤄내기 어려울 것이다.
어렵게 이뤄낸 남북합의의 잉크가 채 마르기 전에 그 합의가 ‘중국의 건설적 역할’ 덕분이었다고 공개적으로 말하는 것은 정치기술적으로도 단수가 낮다고 봐야 한다.
부끄러운 것은 박근혜가 극구 추켜세웠던 중국의 반응이다.
박근혜는 중국과 “가능한 조속한 시일 내에 한반도 평화통일을 어떻게 이루어 나갈 건가에 대해서 다양한 논의가 시작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막상 중국 외교부 대변인의 공식 설명은 “중국은 남북의 대화와 화해, 협력을 환영하며, 이러한 노력이 자주적이고 평화적인 통일의 성취로 이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도리어 중국으로부터 한반도 문제는 남북이 알아서 할 일이라는 말을 들은 셈이 되었다.
민족의 통일에는 주변국의 지지와 협조도 물론 필요하다.
그러나 미국이건 중국이건 강대국을 빌어 일방을 굴복시키고 무엇을 이루려 하는 것은 민족을 살리는 길이 아니라 죽이는 길이다.
박근혜는 역사의 교훈을 다시 돌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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