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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이 돈 대는 사드 주권? 앞뒤 안 맞는 논리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는 국가의 생존권이 걸린 군사주권적 차원의 결정이며 주변국이 왈가왈부해서는 안되는 사안이라는 정부의 설명이 설득력을 가지려면 몇 가지 전제가 필요하다.
우선 정부가 미국으로부터 사드를 구입하고 부지 선정과 운용까지 한국이 주체적으로 해야 한다. 그런데 정부는 “비용은 미국이 부담하는 것”이라고 강조한다. 또 부지 선정은 미군의 시설 보호 위주로 검토 중이며 사드 운용은 미군이 하게 된다는 것이다. 사드 배치가 주권적 조치라는 설명은 앞뒤가 맞지 않는다.
군사적 효용성도 충분히 입증되어야 한다. 얼마나 효과적인지 알 수 없지만 최소한 없는 것보다는 낫다는 식으로는 곤란하다. 고작 그 정도의 불확실한 효과와 맞바꾸기에는 국가적으로 치러야 할 대가가 너무 크다.
사드는 북한 미사일 전력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저고도 미사일과 무관한 무기체계다. 한국 안보에 가장 위협적 존재인 북한의 장사정포를 막을 수도 없다. 미국 내에서도 사드의 한계와 취약점에 대한 지적이 제기되고 있다. 사드 1개 포대로 남한 전역의 3분의 2를 커버할 수 있으며 스커드·노동은 물론 무수단 미사일과 잠수함발사탄도미사일(SLBM)까지 요격할 수 있다는 한민구 국방부 장관의 주장은 얼마나 믿을 만한가.
사드는 오직 북한 미사일 대응에만 사용할 것이므로 안심하라는 논리로 중국·러시아를 설득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이들이 안보 문제를 타국의 선의에 맡길 리 없다.
특히 사드 배치에 중·러의 눈치를 볼 필요가 없다는 논리는 위험하다. 군사적 조치는 주변국과 역내 안정을 위협하지 않는 수준에서 해야 하는 것이 국제적 상식이다. 군사주권적 사안이니 다른 나라가 상관해서는 안된다는 식의 논리라면 일본의 집단자위권 행사와 자위대 작전영역 확대에 대해 한국이 그토록 반대하고 우려한 이유는 어떻게 설명할 텐가.
효과도 입증되지 않고 의도도 석연치 않은 사드 배치로 빚어질 피해는 매우 중대하고 명료하다. 중·러와의 관계 훼손은 물론 경제·군사·외교적 보복조치까지 염두에 둬야 한다. 특히 사드는 중·러가 동북아시아에서 미국에 맞서 안보협력을 강화하는 연결고리를 제공하게 된다. 대북 제재는 물론 북핵 공조 자체가 와해될 수 있다. 국제적 고립에 직면한 북한으로서는 가뭄에 단비를 만나는 격이다.
또 중·러가 사드 대응체계 개발에 나서면 동북아 군비경쟁에 불이 붙게 된다. 이 경우 한국이 최대 피해자가 될 것이라는 점은 역사가 이미 증명한 바 있다.
한·미는 사드 배치 발표 성명에서 최근 무수단 미사일 발사 등으로 북한의 위협이 커지고 있음을 명분으로 내세웠다. 하지만 진짜 위협은 6번 발사해 1번 성공한 무수단 미사일이 아니다. 두 달 사이에 6번이나 마음놓고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있는 무방비 상태에 북한이 방치돼 있다는 것이 진짜 위협이다. 지금 가장 시급한 것은 사드 배치가 아니라 국제공조를 통해 북한이 더 이상 핵과 미사일 실험을 할 수 없도록 하는 통제 메커니즘을 만드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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