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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안보정상회의???

박근혜 대통령이 24∼25일 참석하는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는 주요 핵무기 보유국과 원전 보유국을 포함, 세계 53개국 정상과 유엔 등 4개 국제기구 대표들이 참석하는 안보 분야의 최대 규모 다자간 정상회의다. 회의는 미국 오바마 대통령이 2009년 4월 체코 프라하 연설에서 ‘핵 테러리즘’을 국제 안보에 대한 최대의 위협으로 지목하고 '핵무기 없는 세상'을 제창하면서 발족했다. 개최 주기는 2년이며 2차 회의가 서울에서 개최된 바 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없는 세상’이라는 인류의 염원과 완전 딴판으로 운영되어 왔다. 인류의 양심에 커다란 상처를 준 히로시마와 나가사키의 핵 참화에도 불구하고 강대국들은 경쟁적으로 핵무기를 개발해왔다. 지구를 수 십 번 쪼개버릴 수 있는 양의 핵무기가 강대국의 핵저장 창고를 가득 채우고 있다. 체르노빌, 드리마일, 후쿠시마 원전 사고는 핵발전소가 절대로 안전하지 못하며 사고가 터지면 핵무기와 다를 바 없음을 보여주었다. 따라서 각국 정상들이 모여서 핵에 대한 불안과 근심에서 인류를 구하자면 당연히 핵무기 폐기와 핵발전소 폐쇄를 중심 주제로 논의해야 마땅하다.

그러나 워싱턴에서 열린 제1차 회의는 핵 테러 공동대응이라는 의제 아래 핵물질 및 핵시설 방호, 핵물질 불법거래 문제를 다루며 ‘4년 내 핵물질 완전 방호’를 결의하고 끝났다. 서울에서 열린 제2차 회의는 핵물질 제거로 핵 테러 가능성을 차단한다는 내용의 정상선언문(일명 서울코뮈니케)을 채택하고 끝났다. 핵무기와 핵발전에 대해서는 일언반구도 없었다.

핵안보정상회의는 핵무기 보유 국가의 기득권만을 철저히 보장하는 NPT(핵확산금지조약)의 재판에 불과하다. 애시당초 존재하지도 않는 ‘핵 테러리즘’을 주제로 모였으니 당연한 것이리라. 이미 겪은 핵폭탄과 핵발전소 참화로 인한 고통 문제는 쏙 빼놓고 핵 테러리즘을 회의 주제로 삼은 것은, 미국이 ‘테러 국가’로 지정하고 있는 반미 성향 나라들의 핵무기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목적에 불과하다.

진정으로 핵무기 없는 세상을 원한다면 53개국 정상이 모여서 요란스럽게 와인잔을 기울일 것이 아니라 핵무기 보유 국가 미국, 러시아, 프랑스, 중국, 영국, 인도, 파키스탄, 이스라엘 정상들이 모여 핵무기 폐기를 선언하면 될 터이다. 북한의 핵 개발이 문제라면 북한까지 껴서 9개국 정상이 함께 논의하면 될 일이다. 이번 3차 회의에서는 핵무기와 상관도 없는 러시아의 크림반도 합병 문제를 놓고 외교전이 벌어질 참이다. 핵안보정상회의가 미국 패권의 세계질서 유지를 위한 외교 무대임을 여실히 보여준다.

이런 회의에 핵 자주권도 없는 우리나라의 대통령이 참석하여 미국의 들러리나 서는 것은 민망한 일이다. 더구나 북핵 문제와 6자 회담 재개 문제를 놓고 중국을 압박하기 위한 포석으로 한미일 정상회담을 긴급히 소집한 미국의 요구에 의해 일본 아베 총리와 자리를 같이 하게 된 것은 민족의 자존심이 상하는 수치가 아닐 수 없다. 군국주의 부활 수순을 밟으며 과거 식민지배를 정당화하고 독도영토분쟁을 일삼는 일본의 사과 한 마디 없이 미국의 강요에 그저 순종으로 일관하는 박근혜 대통령의 사대굴욕 외교는 비난받아 마땅하다.

핵 테러에 대한 걱정은 영화 ‘미션 임파서블4(고스트 프로토콜)’을 보는 것으로 충분하다. 53개국의 정상회의는 진실로 ‘핵 없는 지구’를 위한 회의를 해야 한다. 핵 보유국들의 핵무기 폐기와 핵발전 국가들의 ‘탈핵’이 의제에 포함되지 않은 핵안보정상회의회의는 세계 여론을 호도하기 위한 한편의 거대한 사기극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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