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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적 이해하지 못하는 2가지 사실이 있었습니다. 하나는 비가 오지 않는데 눈온다고 우산을 쓰는 어른들. 그리고는 중핵교 영어책에 영희의 How are you? 라는 말 옆에 써있던 제인의 말풍선. 비도 아니고 마음까지 들뜨게하는 새하얀 눈은 툭툭 털어내면 그만인데 뭘그리 부산스럽게 우산까지 쓰는지. 그리고 제인이 무슨 말을 할지 점쟁이도 아니고 그걸 어떻게 알아 맞추라는 얘기인지. 제인이 어제 잘 잤니? 아침 밥은 먹었니? 야! 영희야~~ 지각이닷! 라고 할지 그것은 순전히 제인의 마음인데 말이죠. 지금 아저씨는 눈오면 쓰고 대닐 우산을 찾고 있고 영어책에서 그렇게 물어보면 Fine Thank you & you? 라고 답해야 된다는 걸 알아버렸습니다. 다른 답은 없습니다. ㅠㅠ

첫눈이 5cm 넘게 쌓였습니다. 우산 없이 눈을 맞았습니다.


40년 넘은 동네 새로나수퍼에 들러 웨하스 과자를 하나 사고 큰길을 건너 쌀가게로 향했습니다.

추저울이 있는 곳에 예전에는 근엄하신 표정의 할아버지가 저울을 바라보시고 의자에 앉아계셨습니다. 마치 마네킹?같은 이분이 하시던 일은 저울을 바라보시며 눈금을 한말이면 한말, 한되면 한되 등 콩이나 쌀에 맞춰 조정하시는 일이었습니다. 눈금이 1mm라도 어긋나면 불호령이 내리실 것만 같은 준엄하시고 기품이 넘치셨었습니다. 누구라도 그 할아버지의 자태를 본다면 수십년 이어올 수 있었던 쌀가게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만 같았죠. 지금은 돌아가시고 안계시지만 쌀을 사러 갔다 저울을 보면 지금도 그분 생각이 납니다. 마치 저에게 '정직하게 살아야되여' 하시는 것만 같았었습니다.
내일 저녁이면 얼추 녹을텐데.. 길이 미끄러우니 조심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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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 보이는 한라산에는 눈이 쌓인 것 같지만 이곳에서 눈을 구경하려면 아직 멀었습니다.조그만 시골마을인 이곳에도 몇 년 전에 있던 구멍가게가 편의점으로 바뀌었는데, 그곳에는 아직도 구멍가게와 쌀가게가 있네요.
하루가 다르게 정신없이 변하는 이곳에서 득명님 글과 사진을 보니 왠지 이국적으로 느껴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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