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장자리'에서

본문

정공철을 보내며

 

2013.6.17.

 

6월 16일, 고향친구 정공철 장례식을 치렀다.

올해 초 후두암 말기로 판정받아 변변히 치료조차 못한 채 세상을 떴다.

공철이를 마지막 본 건 지난 3월 제주대학병원에서였다.

방사선 치료를 한다고 기력이 쇠해서 걸음조차 간신히 걸었다.

목이 부어 말조차 제대로 하지 못했지만, 그 미소만큼은 여느 때의 미소와 다르지 않았다.

앞으로 공철이를 기억한다면, 아마 그 ‘미소’일거다.

 

공철이를 만난 건, 82년에 군을 제대하고 제주도에 내려와 있을 때였다.

공철이는 그 때 김수열이 하고 마당극 수눌음을 조직해서 마당극 ‘좀녀(해녀)풀이’를 공연하고 있었다.

그 해인가 다음 해 초에 서울에서 공연을 앞두고 나도 조금씩 거들었다.

그 때 공철이는 ‘좀녀풀이’에서 심방(무당)역을 맡았고, 공연 마지막에 ‘귀양풀이’를 했다.

지금도 생생하게 기억한다.

“요왕 정맞이로 제청 신도업으로--- 공사는 공삽네다. 무슨 공사로 원정 축원 올리느냐---”

이렇게 시작된 귀양풀이는 마지막에 “살아~나라, 살아~납서”로 끝을 맺었다.

 

공철이는 마당극에서 심방(무당)역을 계속 하다가, 그 인연으로 90년대 초에 아예 심방(무당)이 되어버렸다.

생계 문제도 컸다고 한다.

그런데 그냥 심방(무당)이 아니었다.

함께 했던 동료들은 공철이를 ‘민족 광대’, ‘민중 심방’이라고 불렀다.

제주도의 가장 밑바닥에서, 4.3해원상생굿을 하고, 강정마을에서 굿을 했다.

억울하게 죽어간 원혼을 해원 상생하는 굿을 하다, 그 모든 원혼을 자신의 몸으로 껴안고 그는 갔다.

 

“미여지벵뒤 지나 서천꽃밭으로

민족광대 민중심방 정공철님 떠나던 날

비새(悲鳥)도 낭가지에서 칭원하게 울고가더라”

 

그와 함께 했던 동료 문화예술인들은 ‘민족광대 정공철 문화예술인장’(신산공원)으로 그를 떠나보냈고,

그와 함께 했던 심방(무당)들은 그의 혼을 위해 8시간 가까이 ‘귀양풀이’를 했다.

 

30년 전 네게서 들었던 귀양풀이의 마지막 노래가 귓가에 자꾸 되살아난다.

“살아~나라 --- 살아~납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