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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앗은 주인 발자욱 소리를 듣는다! (2004.05.03.)

[텃밭이야기]씨앗은 주인 발자욱 소리를 듣는다!

 

어제 오늘, 봄비는 아니지만 이틀간 내린 비로 텃밭이 촉촉하게 젖었습니다.

밤새 부슬부슬 내린 비로, 텃밭은 하룻밤만에 몰라보게 달라졌습니다.

이미 조금씩 자라던 싹들은 하룻밤만에 성큼 자랐고, 언제나 싹이 나올까 의아해하던 텃밭에도 하룻밤만에 싹들이 두꺼운 땅을 뚫고 싱그러운 얼굴을 내밀기 시작합니다.

시들해가던 몇몇 모종들도 다시 기운을 차리고, 누런 옷을 벗어버리고 파릇한 옷으로 갈아 입었습니다.

텃밭 전체가 이제 푸릇푸릇한 생명의 기운으로 가득찼습니다.

 

더욱 놀라운 것은 고사한 줄 알았던 지수네 텃밭 배추모종 가운데 다섯 모종이 다시 살아난 것입니다.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해 봤습니다.

누렇게 시든 싹 틈으로, 여덟 모종 가운데 다섯모종이 다시 파릇한 얼굴을 내밀고 있었습니다.

그리고 그 옆 상추는 '상추답게' 단정한 자태를 뽐내고 있었습니다.

제때 비를 뿌리는 자연의 힘은 놀랍습니다.

그러나 자연의 힘만은 아니었습니다.

엊그제 아침 현이를 학교에 바래다주었을 때 만난 지수아빠 왈,

 

 "어제 그제 이틀간 텃밭에 갔었는데, 문이 잠겨 있데요".

 

누군가 했던 말이 떠오릅니다.

"씨앗은 주인의 발자욱 소리를 듣는다" 는.

 

2004.5.03.

세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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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아빠,'화초'인가? '상추'인가?(2004.04.27.)

[텃밭이야기]지수아빠,'화초'인가? '상추'인가?

 

어제 비가 오는 걸 보면서, 지수 아빠가 참으로 행운아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일거에 일주일은 버틸 수 있는 물을 하늘로부터 받았으니, 당장 텃밭으로 뛰어 올 것 같았던 지수 아빠는 지금쯤 뿌듯한 미소를 머금고 두다리 뻗어 앉아 있을 것이 뻔합니다.

눈 앞에 어른거리는 지수아빠의 그 미소를 저는 참을 수가 없었습니다.

 

그래서 저는 비가 오는 와중에도 뭔가 시비거리가 없나하고 텃밭을 뒤지고 다녔습니다.

있더군요.

이미 배추 8모종은 고사했는데, 그 바로 옆에 화초가 풍성하게 자라 있었습니다.

아니 집앞 꽃밭도 아닌데, 텃밭에 왠 화초인가 궁금하여 자세히 봤더니, '화초'가 아니라 '상추'였습니다.

 

문득 '상추'를 '화초'로 기르는 것은 지수 아빠가 뭔가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심오한 생각'이 있을거다는 생각이 들었고, 그 생각이 저를 전율시켰습니다.

'심오한 생각'에 이르자, '상추'를 '상추'로 밖에 못보는 저의 생각이 한없이 초라하게 느껴졌고, 내리는 비를 하염없이 맞으며 발길을 돌릴 수밖에 없었습니다.

비가 온 뒤에는 상추가 자라고, 빨리 따주지 않으면 더 이상 자라지 않을텐데 하는 걱정마저 버릴 수가 없어, 용기를 내어 지수 아빠에게 다시 물어 봅니다.

 

"지수 아빠, '상추'로 키우는거요? '화초'로 키우는 거요?"

 

2004.4.27.

세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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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수아빠의 실험정신? 배짱? (2004.04.25.)

[텃밭이야기]지수아빠의 실험정신? 배짱?

 

지수 아빠가 바로옆 채은이네 텃밭을 밴치마킹하면서 밭을 일구었을 때, 채은이네만큼은 못했지만 그래도 그럴 듯 했습니다.

몇 종류의 모종을 심고, 씨를 뿌렸을 때 아마 지수 아빠는 몇 달후에 풍성하게 피어날 야채들을 즐겁게 상상했을 겁니다.

아니 그런데 이게 왠 일입니까?

심어놓은 배추 6갠가, 8개 모종이 말라 비틀어 가면서 거의 운명 직전에 있습니다.

일주일 전에 대신 물을 주려고 하다가 자제했습니다.

지수 아빠가 뭔가 다른 생각이 있는것 아닌가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물을 주지 않고도 모종이 얼마나 버티는지"를 실험하는 것은 아닐까? 이런 생각도 들었습니다. "지수 아빠는 물이 없어도 모종이 견딜 것이라는 그 자생력에 대해 확신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그래서 저도 그 실험정신을 높이 사서 끈질지게 기다려 왔습니다.

그런데 오늘 보니까, 도저히 그냥 지나칠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이렇게 지수 아빠에게 긴급하게 알립니다.

"대체 뭘 실험하려는 거요?"

 

* 지연이네만 빼고, 대부분 텃밭에 파종을 했습니다. 지연이네도 4월말까지는 파종을 하셔야 할 것 같네요.

 

* 5월 초에 옆밭에 고추모종을 심을 계획입니다. 5월1일(토요일) 14:00에 비료를 주고, 비닐을 덮은 다음, 5월 5일 경에 고추모종 350개 정도를 심을 예정입니다. 혹시 이 때 고추모종이 필요하신 분은 미리 이야기를 해주시면 준비하겠습니다.

 

* 벌써부터 눈에 보이지 않는 벌레들이 기승을 부리고 있습니다. 그래서 텃밭가꾸기에 한가닥을 하는 규영이네는 오늘 목초액을 뿌렸습니다. 야채와 벌레를 함께 키우겠다는 계획이 없으신 분은 빨리 조치를 취해야 할 겁니다.

 

2004.04.25.

세곡마을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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