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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16세 청소년과 함께 산다, 그래서 잘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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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 지역신문 콩나물신문에 실린 글을 기록차원에서.
 
 
산학교 이야기
 
나는 2013년 3월 1학년으로 산학교에 입학해서 2021년 중등과정인 9학년을 다니고 있는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교사와 함께 9학년 부모 중 누군가 콩나물신문에 글을 써야 하는데내가 써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딸아이는 그럼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니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말에 그럼 쓰지 말라고 한다.
 
딸아이의 단호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9학년 부모 중 원고 쓸 사람이 정해졌냐는 소식지 팀의 물음에어쩔 수 없이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글을 쓴다산학교에는 학부모회가 있고각 학년 대표들이 있다각 학년에서는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학년 대표를 하게 되는데올해 어쩌다 순번이 되어서 나는 9학년 대표(부모)가 되었고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그나저나 무슨 말을 써야 하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많은 분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아이들은 자신의 나이 때 지나야 할 다양한 변수들을 경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흐르고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이른바사춘기라는 것을 거쳐 간다.
 
때로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부모와 갈등하고외로워하고친구와 갈등을 한다딴 세상에 살면 경험하지 않을 문제들을 지구라는 곳에 두 발 딛고 살아가기에 딸아이는 이런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 채 흔들리면서 9년째 산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젠가 방황하며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네가 만약 다른 집 아이라면 할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네가 내 아이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학교에 대한 불만과 대안교육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할 땐난 네가 참 부럽다아빠는 이런 학교이런 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해서네가 가진 불만과 불평이 때로는 부럽단다.
 
사실딸아이가 산학교를 다닌 9년의 모든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그리고 내가 딸아이와 늘 잘 지낸 것도 아니다딸이 울면서자신의 마음을 엄마아빠가 몰라 줄 때 선생님과 언니 오빠들과 친구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고 말을 할 때그저 그래 네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6년의 초등과정을 마친 후 7학년이 된 딸아이가 경험한 중등과정의 첫 활동은 도보 들살이였다학교에서부터 아산 학사까지 걷는 도보 들살이였는데교사들이 저녁마다 올려주는 사진 속에서 도보를 하는 중등과정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이고그 속에서 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안도하고때로는 가슴 뛰는 밤을 보내곤 했었다.
 
8학년이 된 2020년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질병의 유행으로 산학교 중등과정의 학생들은 도보 들살이를 하지 못했고, 2021년 9학년에 돼서 도보 들살이를 떠났다. 7학년과 8학년이 도보 들살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들살이를 준비하던 교사들도 기대와 걱정으로하루하루를 보냈다.
 
딸아이는 도보 들살이를 떠나기 직전 초등과정 검정고시를 봤고, 8월에 중등과정 검정고시를 봤다도보 들살이를 다녀온 딸아이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도보 들살이 때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가지고 산학교 유튜브 채널에 기록을 남겼고도보 들살이와 관련해서 산학교 생활교사인 자연이 콩나물신문에 기고한 글은 6월 7일 ‘8박 9,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되었다.
 
 
 
집을 떠날 준비
 
평화누리길 도보 들살이를 마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딸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들을 챙겨서는 9학년들과 함께 아산 학사로 떠났다그렇게 떠난 딸은 이동학습을 하는 2달 동안 중간중간 통화도 하고이런저런 핑계로 내가 아산 학사에 방문을 하기도 했지만단 한 번도 집에 오지를 않았다딸아이는 이동학습을 마친 뒤 집에 와서는 엄마아빠에게는 미안한데아산에서 생활할 때는 정말 집에 올 생각이 없었다며 웃는다.
 
큰딸이 산학교에서 학생으로 생활을 할 시간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풍문으로 또는 학년 간담회나 교사와의 면담 등을 통해 딸아이의 학교생활을 듣는다중등과정에 들어가기 전 여자 친구들이 많은 일반 학교에 가고 싶다던 아이는 여전히 동성 친구들을 그리워한다동성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놀고 싶어 하는 아이는 카카오톡으로 어린이집 시절 친구들이나중간에 여러 사정으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동성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가끔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곤 한다.
 
딸아이가 고등과정을 어떻게 선택할지졸업을 한 뒤 산학교와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지모든 것이 미지의 세계다하지만 나는 큰딸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너무 무책임한 말이지만큰 걱정이 안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이런 나의 무책임한 마음의 바탕에는 딸아이가 산학교에서 살아온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딸아이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믿기 때문이다누구에게나 시간은 흐른다. 8살 아이가 산학교에 첫발을 디딘 후 9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산학교 최고 학년인 9학년이 되었다.
 
늦은 시간 방문 틈으로 보이는 불빛핸드폰으로 미디어를 시청하며 깔깔 웃는 웃음소리때로는 너무 늦은 시간 돌아다니지 말라는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는 이른(?) 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딸아이는 고등과정에 대해 고민을 한다.
 
딸아이가 묻는다아빠아빠는 내가 어떤 학교에 갔으면 좋겠어나는 네가 원하는 학교에 가면 좋겠어일반 고등학교에 가도 좋고다른 고등과정의 대안학교에 가도 좋고그냥 집에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좋아딸아이는 교사와 대화 하고선배들에게 묻고친구들과 함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한다아이는 그렇게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아빠 찬스
 
9년의 세월어린이는 청소년이 되고아비는 중년이 되었다최근 우리 사회에 공정 담론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과 때때로 아빠 찬스라는 단어가 각종 언론을 통해 회자되기도 하지만나를 아는 이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나는 어떤 이들처럼 가진 것이 많지도그렇다고 불법과 탈법을 행할 능력도 없다.
 
아빠 찬스생각해보니산학교에 다니는 두 딸 덕분에 나는 산학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딸들아고맙다너희들의 아빠 찬스를 사용할 수 있어서!
 
원문 콩나물신문 https://www.kon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1852
 
부천 지역신문 콩나물신문에 실린 글을 기록차원에서.
 
 
산학교 이야기
 
나는 2013년 3월 1학년으로 산학교에 입학해서 2021년 중등과정인 9학년을 다니고 있는 아이와 함께 살고 있다교사와 함께 9학년 부모 중 누군가 콩나물신문에 글을 써야 하는데내가 써야 할 것 같다는 말에 딸아이는 그럼 쓰면 되지 않느냐고 하더니자신의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말에 그럼 쓰지 말라고 한다.
 
딸아이의 단호함에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다가, 9학년 부모 중 원고 쓸 사람이 정해졌냐는 소식지 팀의 물음에어쩔 수 없이 딸에게 양해를 구하고 이 글을 쓴다산학교에는 학부모회가 있고각 학년 대표들이 있다각 학년에서는 가정마다 돌아가면서 학년 대표를 하게 되는데올해 어쩌다 순번이 되어서 나는 9학년 대표(부모)가 되었고그래서 어쩔 수 없이 책임감(?)과 의무감(?)으로 이 글을 쓰고 있다그나저나 무슨 말을 써야 하나?
 
 
 
시간은 누구에게나 공평하게 흐른다
 
많은 분이 대안학교에 다니는 아이들은 일반 학교에 다니는 아이들과 많이 다를 것이라고 생각을 하는 것 같다이런 생각을 하시는 분들께는 죄송하지만아이들은 자신의 나이 때 지나야 할 다양한 변수들을 경험한다고 말해주고 싶다시간은 모든 이에게 공평하게 흐르고대안학교에 다니는 학생들도 이른바사춘기라는 것을 거쳐 간다.
 
때로는 학교에 가기 싫어하고부모와 갈등하고외로워하고친구와 갈등을 한다딴 세상에 살면 경험하지 않을 문제들을 지구라는 곳에 두 발 딛고 살아가기에 딸아이는 이런 문제를 벗어나지 못한 채 흔들리면서 9년째 산학교에서 생활을 하고 있다.
 
언젠가 방황하며 학교에 가기 싫다는 아이에게 이런 말을 했었다네가 만약 다른 집 아이라면 할 이야기도 많았을 텐데네가 내 아이라서 뭐라 할 말이 없다학교에 대한 불만과 대안교육에 대한 불평을 이야기할 땐난 네가 참 부럽다아빠는 이런 학교이런 교육을 경험해보지 못해서네가 가진 불만과 불평이 때로는 부럽단다.
 
사실딸아이가 산학교를 다닌 9년의 모든 시간이 즐거웠던 것은 아니다그리고 내가 딸아이와 늘 잘 지낸 것도 아니다딸이 울면서자신의 마음을 엄마아빠가 몰라 줄 때 선생님과 언니 오빠들과 친구들이 자신의 마음을 알아줬다고 말을 할 때그저 그래 네 마음을 알아주는 누군가가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6년의 초등과정을 마친 후 7학년이 된 딸아이가 경험한 중등과정의 첫 활동은 도보 들살이였다학교에서부터 아산 학사까지 걷는 도보 들살이였는데교사들이 저녁마다 올려주는 사진 속에서 도보를 하는 중등과정 학생들의 다양한 모습이 보이고그 속에서 딸의 모습을 발견하고는 안도하고때로는 가슴 뛰는 밤을 보내곤 했었다.
 
8학년이 된 2020년 코로나19라는 듣도 보도 못했던 질병의 유행으로 산학교 중등과정의 학생들은 도보 들살이를 하지 못했고, 2021년 9학년에 돼서 도보 들살이를 떠났다. 7학년과 8학년이 도보 들살이 경험이 없었기 때문에들살이를 준비하던 교사들도 기대와 걱정으로하루하루를 보냈다.
 
딸아이는 도보 들살이를 떠나기 직전 초등과정 검정고시를 봤고, 8월에 중등과정 검정고시를 봤다도보 들살이를 다녀온 딸아이는 다른 학생들과 함께 도보 들살이 때 찍었던 사진과 동영상을 가지고 산학교 유튜브 채널에 기록을 남겼고도보 들살이와 관련해서 산학교 생활교사인 자연이 콩나물신문에 기고한 글은 6월 7일 ‘8박 9, DMZ 평화누리길을 걷다라는 제목으로 게시되었다.
 
 
 
집을 떠날 준비
 
평화누리길 도보 들살이를 마친 후 며칠이 지나지 않아 딸아이는 자신이 좋아하는 만화들을 챙겨서는 9학년들과 함께 아산 학사로 떠났다그렇게 떠난 딸은 이동학습을 하는 2달 동안 중간중간 통화도 하고이런저런 핑계로 내가 아산 학사에 방문을 하기도 했지만단 한 번도 집에 오지를 않았다딸아이는 이동학습을 마친 뒤 집에 와서는 엄마아빠에게는 미안한데아산에서 생활할 때는 정말 집에 올 생각이 없었다며 웃는다.
 
큰딸이 산학교에서 학생으로 생활을 할 시간은 이제 그리 많지 않다풍문으로 또는 학년 간담회나 교사와의 면담 등을 통해 딸아이의 학교생활을 듣는다중등과정에 들어가기 전 여자 친구들이 많은 일반 학교에 가고 싶다던 아이는 여전히 동성 친구들을 그리워한다동성 친구들과 수다를 떨며 놀고 싶어 하는 아이는 카카오톡으로 어린이집 시절 친구들이나중간에 여러 사정으로 다른 학교로 전학을 간 동성 친구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가끔은 페이스북을 통해 새로운 친구들을 사귀곤 한다.
 
딸아이가 고등과정을 어떻게 선택할지졸업을 한 뒤 산학교와는 어떤 관계를 맺으며 살아갈지모든 것이 미지의 세계다하지만 나는 큰딸이 어떤 삶을 살아갈지에 대해서는 걱정을 하지 않는다너무 무책임한 말이지만큰 걱정이 안 되는 것을 어쩌란 말인가.
 
이런 나의 무책임한 마음의 바탕에는 딸아이가 산학교에서 살아온 시간과 그 시간 속에서 딸아이와 함께했던 사람들을 믿기 때문이다누구에게나 시간은 흐른다. 8살 아이가 산학교에 첫발을 디딘 후 9년의 세월이 흘러 이제는 산학교 최고 학년인 9학년이 되었다.
 
늦은 시간 방문 틈으로 보이는 불빛핸드폰으로 미디어를 시청하며 깔깔 웃는 웃음소리때로는 너무 늦은 시간 돌아다니지 말라는 부모의 말을 귓등으로도 듣지 않고는 이른(?) 시간 편의점으로 달려가는 딸아이는 고등과정에 대해 고민을 한다.
 
딸아이가 묻는다아빠아빠는 내가 어떤 학교에 갔으면 좋겠어나는 네가 원하는 학교에 가면 좋겠어일반 고등학교에 가도 좋고다른 고등과정의 대안학교에 가도 좋고그냥 집에서 네가 하고 싶은 것을 해도 좋아딸아이는 교사와 대화 하고선배들에게 묻고친구들과 함께 진로에 대해 고민을 한다아이는 그렇게 집을 떠날 준비를 한다.
 
 
 
아빠 찬스
 
9년의 세월어린이는 청소년이 되고아비는 중년이 되었다최근 우리 사회에 공정 담론에 대해 다양한 의견들과 때때로 아빠 찬스라는 단어가 각종 언론을 통해 회자되기도 하지만나를 아는 이들이 모두 알고 있는 것처럼나는 어떤 이들처럼 가진 것이 많지도그렇다고 불법과 탈법을 행할 능력도 없다.
 
아빠 찬스생각해보니산학교에 다니는 두 딸 덕분에 나는 산학교에서 좋은 사람들과 함께 보내고 있다딸들아고맙다너희들의 아빠 찬스를 사용할 수 있어서!
 
원문 콩나물신문 https://www.kongnews.net/news/articleView.html?idxno=1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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