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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인 년? 아니 잔인한 사회!

엄마되기님의 [엄마의 시간] 에 관련된 글.

뻐꾸기님의 [몸에 대한 추억?] 에 관련된 글.
알엠님의 [하향평준화] 에 관련된 글.
초보좌파님의 ['엄마'는 없다] 에 관련된 글.

 

어제 위의 글들을 읽고 바로 트랙백을 날리려 했으나 아기 자고 나서 글을 쓰다 보니 시간이 없었고 그리고 글을 쓰려했던 당초의 의도와는 다르게 나도 나름대로 고생 마이 한다 뭐 그런 모드가 되면서 글이 디지게 길어졌다. 그래서 다시 쓴다. 근데 역시 아기가 자고 있고 급한 마음이라 정리가 안될 거 같다. 그래도 함 해봐야지.

 

 

고민은 트랙백을 타고~~~

 

 

요즘 난 진로 때문에 고민이다. 진로라고 하니 이상하지만 그게 딱 맞는 표현이다. 일을 다시 시작해야 하나 아니면 아기를 내가 '전적으로' 키우고 같이 사는 사람한테는 '전적으로' 돈 벌러 가라고 해야 하나?

 

어떻게 해야 제대로 하는 건지 몰라 답답하기도 하고 다른 사람들은 어떻게 아기를 키우나 궁금하기도 하다. 그래서 그런지 선배들을 보게 된다. 누리맘, 알엠, 스머프, 진경맘, 뻐꾸기, 모모...

 

그러면서 조금씩 내가 원하는 것이 뭔지, 어떻게 하면 지금처럼 징징거리지 않을 수 있는 지 그리고 쉽지는 않겠지만 육아를 좀 신나게 할 수 있는 지 등을 생각하고 있었다. 정말이지 요즘은 정신이 마이 황폐해졌다.

 

그러다 어제는 블로그의 글들을 읽으면서 나를 정리할 수 있었다.

우선 엄마되기님의 [엄마의 시간] 을 보면서 최근 며칠 동안 나의 심리상태를 정리할 수 있었다.

 

아이를 같이 키우는 것은 우리에게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나는 남자 여자 구분 없이 키워준 부모 덕에 경험적으로 성평등적인 경향이 있었고 같이 사는 사람은 평등이 정치적인 입장이니 사회적으로 여자에게만 부여된 육아를 같이 나누는 것이 자연스러운 일이었다. 

 

그리고 난 좀 이기적이어서 나 혼자 힘든 것을 참기 디지게 어려운 사람이다. 특히 같이 사는 사람이랑 있을 때는 유난히 그렇다. 왜냐? 그거이 지가 평등을 외치는 사람인데 당연히 평등하게 해야지 뭐 그런거다. 그러다 보니 이미 사회적으로 '남자', '여자'로 키워진 부분에서 차이가 나는 것을 없애기 위해 둘다 부단히 노력해야 했다.

 

10살 때부터 맞벌이 부모덕에 밥을 해먹고 다녔어야 했던 나는 대학졸업하고도 하숙을 했던 같이 사는 사람이 밥 하나 못하는 것이 디지게 답답했다. 그래서 첨에는 내가 다 하다가 이건 아니지 싶어 일주일에 하나씩 음식을 하라고 했다. 근데 어떤 음식을 할 지 정해달라는 거다. 그리고 미리 미리 정해달라는 거다. 그래야 마음의 준비를 해서 토욜날 요리를 할 수 있다는 거다. 참 어이가 없었지만 월요일쯤 음식을 정해주고 토욜날이 되면 하루 종일 요리를 하는 사람을 옆에서 지켜봐야했다. 디지게 답답했다. 당시에는 파 다듬는 것도 한시간이 걸렸다. 아~주~ 오래전 일이다.

 

평등을 지 정치적 입장으로 가지고 있기도 하고 같이 사는 사람에 대한 연민이 있기도 한 사람이니까 열심히 해서 지금이야 왠만한 주부를 능가하는 요리 솜씨를 가지고 있지만 그 동안의 각자 투쟁을 말로 하라면 좀 뭣하다.

 

왜냐? 알엠 말대로 "자랑하는 거지?", '그래도 **형은 괜찮지 뭐~'를 듣는 건 좀 힘빠지니까.

 

애초 우리의 계획은 혼자서도 키우는 아기를 둘이 키우니까 같이 사는 사람은 아기 키우면서 그 동안 활동하느라 못했던 것들을 하고 난 아기 키우면서 일을 반나절씩만 하기로 했다. 다만 아기 낳고 3개월 동안은 아기만 키우는 것으로 했다. 내가 산후조리도 해야 하고 같이 사는 사람이 아기 키우는 것도 익혀야 하니 말이다. 대신 가족들의 도움은 안 받는 것으로...

 

그런데 3개월이 지나 4개월을 앞두고 있는데 난 일에 복귀하지 못했다. '그래도 아기는 엄마가 키워야지' 하는 소리가 들리더라. 내 속에서. 그렇게 부단히 각자 속에 있는 '남자', '여자' 역할을 지우고 살면서 그저 같이 사는 사람으로서 인간으로만 살려고 노력했는데 여전히 내 속엔 '여자'가 많이 있더라.  

 

표면적으로는 모유수유 때문에 힘들었던 것도 있었던지라 아기에게 젖병 물리는 것이 느무 무서워 차일 피일 미루고 있지만 속으로는 아기는 자고로 엄마가 키워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을 하고 있었던 거다. 그렇게 사람들한테 아기는 누가 키워도 상관 없다고 해놓고서 말이다. 무섭다. 내 속에 내가 너무 많은 게...언제까지 이런 투쟁을 해야 하는 지, 자신의 욕망과 자신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내 속에서 내가 아닌 나를 구분해 내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밖에서 들어온 나와 나의 진짜 욕망을 구분해 내는 것이 가능한건지 회의가 들면서 서늘해졌다.

 

그러다 뻐꾸기님의 [몸에 대한 추억?]의 글을 봤다.

 



그 지도교순지 그 사람의 말이 느무 잔인했다. 내가 아기를 낳아보니 알겠더라 얼마나 몸이 힘든지. 내가 아기 낳고 언제 몸이 제대로 돌아오나 안달 나 있을 때 뻐꾸기님이 했던 말이 생각난다. 몸이 제대로 돌아오는 데 세달은 걸리더란말. 그래. 딱 세달 걸리더라. 아니 지금도 삐그덕 거리지만 여튼 몸을 좀 움직이는 데 괜찮을 즈음이 세달이더라. 무섭다. 진경맘 말대로 군대이야기는 군대 근처에도 못 가본 내가 구체적으로 알고 있는데 왜 여자들의 임신과 출산에 대한 이야기는 이렇게 은폐되었는지 화가 났다.

 

화를 활활 내다가 문득, 뻐꾸기님한테서 날 봤다. 아픈 거 잘 표현 안하는 날 보면서 같이 사는 사람은 '아픈 거 참기' 참피언이라고 했다. 미루 날때도 진통이 오는 데도, 이게 진통이 아니면 어쩌지 아파해도 되나 확신이 안서서 참았다. 좀 미련한 건데...그렇다고 뻐꾸기님이 미련하단 야그는 아니고...여튼 이를 악물고 뭐든 해 내고 그리고는 집에 와서 끙끙 거리는 모습이 나를 보는 거 같았다. 왜 그리 비슷한지. 그리고 그 글이 너무 '엄마'틱해서 속상했다.

 

아기를 낳고 나서 앞으로는 나의 건강을 과신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과연 그게 잘 될지 모르겠다. 하지마 노력은 하자고 다시 다짐을 하게 됐다. 마치 엄마 모습을 보면서 '난 엄마처럼은 안 살거야' 하는 딸의 심정으로 말이다. 됀장.

 

그러다 알엠님의 [하향평준화] 의 글을 봤다.

우리 엄마 말이 생각 났다. "대방동에 공주가 있어." 나를 두고 하는 말이다.

난 우리 식구들 사이에서 공주로 통한다. 여동생이 10달 된 아기가 있다. 내 동생은 무지 고생하고 있다. 남편이 무던하고 사람은 좋은데 성별분업화된 사회에 평균치 사람이다. 그러다 보니 고생이다. 아이도 드세고. 그런 동생을 본 엄마는 나한테 그렇게 이야기한다. '"그래도 넌 둘이잖니~"

 

요즘 난 말을 흐리는 버릇이 생겼다.  

공원에서 엄마들과 떠들다 아기 없이 장 보러 나온 나를 보면 엄마들이 묻는다.

“‘애기는?” “아빠가” “어머 아빠가 일찍 들어오시나 보네??” “아니 육아휴직 냈어요.” “어머 좋겠다.” “....”



난 할말이 없다.

‘네 좋기는 한데요. 통장에 잔고가 없어요.’ 첨보는 사람한테 그럴 수는 없는 거다.


미루를 낳기 전에 나름 계획한 것이 돈을 모아 놓는 것이었다. 대략 3개월 동안은 먹고 살 것을 통장에 비축해 놓는 것이었다. 그래 봐야 얼마 안된다. 우리 셋이 쓰는 한달 돈이 왠만한 사람 한달 용돈일테니까....우린 엥겔지수가 무지 높다. ㅋㅋ...여튼 3달이 지난 후에는 내가 벌든 같이 사는 사람이 벌던 하면 되는 것이었다.


얼마전 같이 사는 사람이 문득 그런다.


“두려워. 미루가 생기니까, 돈이 없으면 어떻게 하나 그런 생각이 들어. 그래서 좀 두려워.”


같이 사는 사람한테서 처음 듣는 말이다. 돈이 없어서 두렵다니...헝


난 당황스러웠지만 웃으며 야그했다.


“괜찮아, 없이 살면 돼!”


그래 없이 살면 된다. 우린 오랫동안 없이 살았다. 생활비 50만원으로 월세 20만원하는 데서 살면서도 틈틈히 생기는 원고료 등을 모아 적금을 붓기도 했다. 하지만 아기가 생기니 약간 문제가 달라졌다. 그리고 급기야 돈에는 그리 관심이 없는 같이 사는 사람이 두렵다는 말까지 했다. 참 맘 아팠다.

 

하지만 그러면서도 난 어느 순간 자기 하고 싶은 것에만 열중해 있으면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지 않는 같이 사는 사람을 원망했다. 그리고 무책임하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정말 무책임한 것은 나란 걸 깨달고 내 가슴을 쳤다.


난 어느 순간 '여자'인 내가 아기를 낳았으니 '남자'인 니가 돈을 벌어와야지 하고 같이 사는 사람이 알아서 아르바이트를 알아보고 경제적인 문제를 해결하길 기다린 것이다. '여자'가 '남자'가..이런 걸 디지게 싫어하면서도 어느 순간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더란 말이지..그리고 경제적인 것을 떠넘기면서 원망했단 말이지..참으로 무책임하다.

 

이렇게 여전히 내속의 내가 너무 많다. 방심하면 안된다.

 

차라리 몸이 디지게 힘들어도 돈 걱정 안하면 좋겠단 맘이 들었다. 챙피하다.

 

하지만. 육아휴직은 정말 좋은 것 같다. 남자에게 말이다. 여자에게야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니 칭찬 받을 일도 아니고 심지어 18개월이나 키워서 어린이집에 보내는데도 비정한 엄마 소리를 들어야 하는 일이 하지만, 남자는 칭찬 받는 일이다. 게다가 경험도 이빠이 확장된다.

 

얼마 전 같이 사는 사람이 어딘가에 쓴 글 소제목이 <우리는 자본주의를 '세탁기' 만큼 안다>였다.


미루가 처음 집에 와서 배냇저고리를 입을 때 아기 용품은 모두 다 삶아야했다.

그때 삶은 아기 옷들을 세탁기로 탈수해야 하는데 그걸 작동 못했던 같이 사는 사람은 이제 세탁기를 자유자재로 사용한다.


그리고 저런 제목으로 글을 쓴다. 아마 육아휴직을 안했으면 절대로 안나왔을 그런 제목이다. 그러니 육아휴직은 남자에게 삶의 지평을 넓히는 기회이다.

 

그러니 같이 사는 사람은 나한테 고마워 해야 한다. 육아휴직의 기회를 줬으니!!! 캬!캬!캬!

 

그러다 초보좌파님의 ['엄마'는 없다] 을 읽었다.

그래...이거다. 내가 평소에 생각했던 거다. 허울뿐인 모성이데올로기! 너무나 성스럽다고 항상 칭송하는 거. 그렇게 성스러운 것이라면 지들이 하지 왜 여자들 보러 하라고 하나. 뭐 그런거. 글을 읽다 내 속의 목소리를 들었다.

'그래! 아빠도 아기 잘키워! 아니 누구든 인간대 인간의 관계를 맺을 수 있다면 되는 거야!!!'

그러면서 이제 일하러 나가야한단 생각을 했다. 같이 사는 사람한테도 더 진하게 아기 키울 기회를 주고 나한테도 일할 기회를 주기 위해서.

 

오늘 미루랑 아기마사지 강좌에 갔다. 극성은 아니고 그 강좌 선생님이 내가 모유수유 때문에 고생할 때 많이 도와줬고 참 매력적인 사람이라 계속 보고 싶은 욕심도 있고 그리고 무엇보다 어린 아기를 데리고 다녀도 욕 안 먹을 수 있는 소아과에서 하는 강좌이기 때문이다.

 

강좌가 끝나고 같이 사는 사람은 아르바이트 자리를 알아 보러 가고

난 미루와 함께 버스를 타고 집에 왔다. 같이 사는 사람이랑 다녔을 때는 항상 택시를 타고 다녔는데 역시 난 태생이 빈티고 미루도 좀 컸고 해서 버스를 탔다. 버스에서 내려 집에 오는데 아기띠 멘 어깨가 빠지더라. 지금도 어깨가 디지게 아프다.

 

하루 아기띠를 메고 다녀도 이리 진이 빠지는 데 몇날 며칠을...음...

솔직히 둘이 키우니 평정심을 덜 잃었던 거 같다. 물론 힘들어서 아기 안고 울기도 몇번 했지만 적어도 내가 평정심을 잃으면 같이 사는 사람이 달려와는 주니까. 물론 평정심 잃은 나와 미루까지 커버해야 하는 같이 사는 사람은 스트레스 이빠이 받았다고는 하지만...여튼..육아를 한 사람이 맡아서 하는 거...그리고 일하면서 아기까지 키우는 거 ..혹은 아기를 안키우더라도 여자한테 가해지는 그와 관련된 모든 일이 난 잔인하단 생각을 했다. 잔인하다. 잔인하다. 이 사회가 참 잔인하다.

 

선배들...아기를 키운 선배들을 다시 본다. 다들 각자 자신의 상황에 맞게 아기를 키웠다. 최선을 다하면서 그 시간을 꽉차게 살았다. 나도 그렇게 살아야지. 하지만 너무 힘들어 상처가 남게 살고 싶지는 않다. 그렇게 살고 싶지 않다고 덜 힘들게 살 수 있는 것은 아니지만 그래도 상처로 남기고 싶지는 않다. 상처를 남기더라도 조금 덜 남겨야 한다. 그래야 선배들이 좀 위안을 받지 않을까???

 

둘이 같이 키우면서도 벅차서 헉헉거렸는데...이젠 내가 일하러 가면 같이 사는 사람이 혼자 아기를 보고 같이 사는 사람이 일하러 가면 내가 아기를 봐야한다.

 

디지게 힘들겠지. 근데 적어도 둘이 한꺼번에 아기 울음소리에 스트레스 안 받아도 되고 한 사람이 육아 때문에 이빠이 힘든 하루를 보냈어도 다른 한 사람이 '너무 힘들었겠다~~~'하면서 호들갑을 떨수는 있지 않을까? 그래도 아기를 키워봤으니...둘다. 그럼 덜 외롭겠지. 이거이 상향된 육아라면 뭐 받아들일 수 있을 거 같다.

 

남들이 "애를 남편한테 맡겨놓고 지 일을 한다고? 독한 년, 이기적인 년!" 해도 어쩔 수 없다. 둘이 나누기로 했고 그게 우리 둘의 정신 건강에 그리고 미루의 건강에도 느므 좋을 거 같다. 우린 이 잔인한 사회에서 좀 덜 외롭게 살고 싶을 뿐이다. 늙어서 둘이 "그땐 그랬지~~" 하면서 키득거릴 수 있게.

 

우선 젖병으로 엄마 젖 먹는 연습 부터 시켜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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