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을 읽다가...
-그렇게 느껴져. 네가 아직도 날 원망하고 있다는 것 말이야. 날 좀 이해해 줘. 나 역시 어느 순간에는 입을 다물어야 한다고 믿어. 더는 진실되게 표현할 수 없으리라고 느끼게 되는 그 경계선에서 우리는 입을 다물어야 해. 그 이전이나 그 이후가 아니고 바로 그 경계 지점에서 말이야. 그러나 나는 이 경계선을 확장시키려고 몸부림치는 사람들을 더 좋아해. 침묵해 버리고 마는 사람들보다는 말할 수 있는 것의 한계라는 벽에 가서 부딪히며 가능한 한 표현해 보려고 애쓰는 사람들. 그래, 난 그런 사람들이 더 좋아.
그의 한국 이름은 정대충(뭐든 대충대충 한다해서), 호는 성문학.
성(性, sex)과 문학(文學)을 좋아하기 때문이라고 해맑게 웃는다. 그 해맑은 웃음을 보면 문학 쪽으로는 수긍이 간다, 싶지만, 성도? 고개가 갸웃하나, 갸웃은 잠깐, 끝도 없이 이어지는 성에 대한 수다는 산을 넘고 강을 이뤘다가 바다로 넘쳐 흐른다.
나는 그 사람의 성문학을 들으며 2000년도를 맞았다. 다 끝내고 시계를 보니 대망의 2000년 1월 1일 새벽 6시 반이었다. 정신이 몽롱했다.
자신의 경험담에서 환타지, 환타지에서 자신의 소설 속 세계로 무궁무진 이어지는 섹스의 세계. 그의 소설들 속 인물들과 이야기가 나는 마음에 들었었다(그의 경험담은 별로였지만). 중학생과 사십대 술집마담(이태원 킹클럽의 한 아가씨가 모델이었던)의 섹스 여행, 노출을 즐기는 치어리더를 지팡이로 혼내는 종로 할아버지. 지금 기억하려니 가물가물하지만, 그 당시 나는 눈도 반짝반짝하며, 고개도 연신 끄덕이며 그의 이야기를 들었다. 그러면 또 그 양반, 얼마나 신이 나서 이야기를 하는지...
전수찬과는 문학 이야기를 많이 하였나보지만, 그러고보니 나하고는 주로 성 이야기를 하였다. 이건 왜일까. 내가 문학을 잘 몰라서 였을까. 아니면, 내가 문학보다는 성을 더 잘 이해하고 있다고 그가 판단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이성애자인 그가 성 이야기를 할때에는 아무래도 동성보다는 이성애자의 여자에게가 나았기 때문일까. 하여간에 그래서 전수찬이 등단했을때, 이 양반은 남다른 감회를 보이며 몹시 기뻐하고 흥분하여 주었다. 소설쓰기를 희망하는 동료로서 축하의 의미를 담아.
그러면서 이 양반은 예의 그 허풍,이라기 보다는 뭐랄까, 아무튼 말로 전체 돌아가는 사정의 십분의 구를 해먹는 습관을 다시 한번 보여주었는데, 자기가 그것을 일어로 번역하여 일본에서 출판하겠다는 것이었다. 뭐, 나쁠 건 없지. 전수찬은 기쁘게 흔쾌히 동의하였다.
그러고나서 몇 달이 지나고, 반년이 지나고, 반년하고도 몇 달이 또 지났으나, 이 양반, 번역은 커녕 아직 책도 못 읽었다고 했다.
그러더니 오늘 낮, 전수찬에게 갑작 전화를 하더니만, 드디어 책을 읽었다는 소식을 전했다(꼬박 일년만이시네). 이번 주중에 서울로 한 번 오시겠다고(현재 대구에서 거주). 왠고하니, 소설의 배경이었던 덕수궁 부근도 거닐고 싶고, 거기서 차도 한 잔 마시며 작가와 이야기를 하고 싶다고...
하, 정말 귀엽기 그지없는 그 양반, 하얗다.
그 양반 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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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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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쓴 게 아닐까 싶도록 소름끼치게 와닿는 말이다.부가 정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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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키니아의 작은 말들, 전체, 특히 결말로 치닿는 부분, 정말 '내가 쓴게 아닐까 싶도록 소름끼치'더라고...부가 정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