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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서운 이야기 - 파시즘

MB 지지율 상승은 파시즘의 전조인가?

폭력독재, 국가주의, 여론조작의 그림자..보수층도 결집

 

이명박 정부 집권 2년차, 파시즘의 도래를 경고하는 목소리가 잇따르고 있다. 공권력에 의한 철거민 타살인 용산참사는 현 정부가 권위주의와 파시즘 사이 어딘가에 와있다는 신호처럼 여겨진다.

파시즘에 대한 논의는 지난해 가을 이후 학계에서 시작됐지만, 그 수위는 본질상 파시즘이라기보다 대처리즘에 더 가까운 '프렌들리(부드러운) 파시즘' '치안국가' 정도의 결론이었다. 그러나 용산 참사 이후엔 정치권에서 본격적이 경고음이 쏟아져나왔다.

노영민 민주당 의원은 지난 1월 의원총회에서 용산참사와 관련해 "현재 많은 학자들이 현 정권을 우파정권이라고 보지 않는다. 파시즘에 가깝게 본다"며 "파시즘 정권은 속성상 법질서라든지 효율 성장 안정 같은 가치를 내걸지만 이것이 표출될 때는 폭력성과 편향성으로 나타난다"고 말했다.

그는 "현재 MB정권의 본질이 이렇다"고 말한 뒤 "끔찍한, 처참한 폭력, 살인진압들이 계속 반복될 것"이라며 "앞으로 우리는 민주주의, 평화, 인권, 정의, 생존권 이런 가치를 주장할 때 정말 끔찍한 폭력과 맞서 싸울 각오를 가져야 한다"고 우려했다.

지난 2월 4일 원혜영 민주당 원내대표는 교섭단체 대표연설에서 용산참사, 촛불시위 진압, 공권력 강화조치 등을 언급하며 "군사독재가 물러난 지 20년 만에 대한민국에 민간파시즘의 불길한 그림자가 드리워지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파시즘으로 가는 전형적인 토양이 형성되고 있다"

경제공황의 심화가 파시즘 체제를 구조화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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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경제공황의 심화가 파시즘 체제를 구조화 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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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에서도 현 정부 임기 내에 파시즘 체제가 대두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다. 2009년 한국에서 일어나고 있는 정권의 폭압적 행태가 '식민지 파시즘' 정도의 구조적 원인에 의한 것은 아니라고 하더라도, 경제공황이 심화가 파시즘 체제를 구조화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윤진호 인하대 교수(경제학)는 11일 민주노총 정책연구원이 주최한 토론회에서 "한국은 파시즘으로 가는 전형적인 토양이 형성되고 있다"며 "이는 상당히 우려되는 부분"이라고 밝혔다.

윤 교수는 1930년대 세계대공황 당시에 자본주의 진영에서 나타났던 두가지 성격의 체제를 영미형 뉴딜과 독일·이탈리아의 파시즘으로 구분한 뒤 "복지국가 체제나 수정자본주의 등 완전히 새로운 체제를 만드는 영미형 뉴딜은 계급타협과 복지를 할 능력을 필요로 한다"며 "한국은 국가의 위기극복 능력이 작고 사회운동세력의 힘이 약해서 파시즘으로 가는 전형적인 토양이 형성되고 있다"고 말했다.

파시즘은 1922년 이탈리아에서 집권한 무쏠리니의 파시스트당(Fasci di Combatrimento, 전투동맹)을 비롯해, 대공황을 전후로 발생한 폭력독재 체제들(히틀러의 독일, 프랑코의 스페인, 군국주의 일본) 및 이와 유사한 체제들을 가리킨다.

파시즘의 특성으로는 지도자의 카리스마에 의한 대중동원, 국가의 폭력(특히 좌파에 대한)을 수반하는 독재, 국가주의(혹은 인종주의·민족주의), 여론조작 등을 꼽을 수 있다. 이 때문에 지지기반(대중동원)이 약한 이명박 정부는 파시즘 체제로 가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진욱 중앙대 교수(사회학) 역시 촛불시위에 대한 대응방식 등 파시즘의 몇가지 징후들을 지목하면서도 "정권에 대한 광범위한 대중적 지지가 있어야 한다"며 "엄밀히 말해 파시즘 체제라고 보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그러나 '의회민주주의의 탈을 벗어버린 독점자본의 지배체제'라는 파시즘의 본질에 주목하면, 대중동원의 정도는 각 국가의 상황에 따라 다를 수 있다는 지적이 많다.

폭력독재 국가주의 여론조작은 진행.. 보수층 결집도 시작

이명박 대통령에 대한 낮은 지지율을 제외하고 봤을 때 폭력독재, 국가주의, 여론조작 등의 측면에서는 명백한 징후들이 포착되고 있다.

먼저 공권력 및 공안 강화다. 공권력 강화는 광우병 촛불로 위기의식을 느낀 이명박 정부가 지난해부터 추진해왔으나 용산 참사 이후 한층 수위가 높아지고 있다.

'백골단'에 해당하는 시위진압전문 경찰관기동대가 지난해 창설(1400명)됐고 증원계획(5000명)이 나온데 이어 용산참사 이후엔 점거농성에 대비한 경찰 내 정예부대 육성, 벽 투시 레이더 도입방침이 세워졌다.

검찰과 국정원도 공안 기능이 강화되고 있다. 검찰에서는 공안 검사들의 전진배치와 대검 공안3과의 부활 조치가 있었다. 국내 정보활동 범위를 획기적으로 확대하는 국정원법 개정안을 비롯해 테러방지법, 집시법 제.개정 작업도 추진중이다.

"대한민국의 정통성과 정체성을 부인하면서 친북좌익 이념을 퍼뜨리고 사회혼란을 획책하는 세력을 발본색원해야 한다"는 올해 1월 임채진 검찰총장의 신년사와 "국가 주요정책이 정치에서 결정되고 정치가 체제전복세력의 침투 대상이 되므로 정치정보 수집을 안할 수 없다"는 지난 10일 원세훈 국정원장의 발언은 용산참사 전후가 다르지 않은 현 정부의 노선을 잘 보여준다.

경찰관기동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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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지난해 7월 '백골단'에 해당하는 경찰관기동대가 창설, 증원을 앞두고 있고 용산사태 이후 경찰 내 정예부대 육성, 벽 투시 레이더 도입방침도 세워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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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네르바의 구속, 마우스탱크 논란, 통신비밀보호법(휴대전화·전자우편·메신저 감청), 국가사이버위기관리법(국정원 소속 사이버 감시체계 구축) 제.개정 등 국가주의의 발호도 눈에 띤다.

정부의 언론장악 시도는 KBS와 YTN사태를 통해 이미 공공연한 사실이 된 지 오래다. 그러나 청와대가 강호순 사건으로 용산참사 촛불을 차단하려 한 시도가 폭로된 것은, 현 정부가 언론장악의 수준을 넘어 정권에 대한 비판에 대응하는 적극적인 여론조작으로 나아가고 있음을 보여준다.

대중동원은 다른 요소들에 비해서는 미약하지만, 시도가 없는 것은 아니다. 무엇보다 이명박 대통령의 지지율이 회복되는 이상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새해 들어 용산참사, 'MB악법', 정부의 경제위기 대응 등 국민들은 각 사안들에 대해서는 비판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음에도 지지율만은 모든 조사기관에서 공통적으로 오르고 있다. 한때 20% 밑으로 떨어졌던 지지율은 12월과 1월경 30%를 넘은 후 지속적인 상승을 탔고 40%를 목전에 두고 있다. 이같은 지지율 상승의 원인은 경제 공황의 심화, 그리고 이에 따른 정치사회적 위기를 앞둔 보수층의 결집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분석이다.

용산참사 정국에서도 재향군인회, 재향경우회 등 200여개 보수단체들의 집합체인 '애국단체총협의회'는 국회의사당 앞에서 '공권력 확립 및 불법폭력비호 규탄대회'를 열었다. 지난해 촛불정국에서 발생한 북파공작원들의 진보신당 난입과 '안티이명박' 회원에 대한 회칼 테러는, 파시즘이 정착할 수 있는 그러나 아직 수면 아래에 잠겨있는 대중적 토양을 잘 보여준다.

"노동계급 단결에 노동조합이 핵심적 역할 해야"

특히 이같은 파시즘의 징후가 위험한 이유는,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안팎으로 분열과 고립에 직면해 있기 때문이다. 파시즘에 대한 저항과 사회운동 세력의 중심이 되어야 할 민주노조운동이 약화되어 정치적 대안이 떠오르지 못하면, 정부의 주도권이 그만큼 커질 수밖에 없다.

김종법 한국외대 교수(정치외교학)는 "녹색뉴딜, 복지예산 정책으로 속된 말로 꼼수를 부리는 내용들을 보면서도 20-30년대 파시즘의 전단계라는 우려가 든다"며 "국가가 노동, 복지 등 모든 헤게모니를 쥐고 통제·조직하겠다는 의미가 강하게 느껴진다"고 말했다.

MB 특유의 권위적인 정치스타일이 실제 파시즘 체제로 옮겨가는 단계에서는 중간층 및 노동계급 일부를 두고 치열한 줄다리기가 벌어질 가능성이 높다. 지배와 피지배 두 기본세력 간 균형을 깨고 저항을 쉽게 억누르기 위해서는, 보수의 결집과 사회하층의 분열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때문에 현재 정규직 노동조합이 다수를 차지하는 민주노조운동 진영이 비정규직 노동자들과 적극적으로 결합하지 못한다면 결과적으로 파시즘과의 의도치 않은 협조가 탄생할 수도 있다.

윤진호 교수는 "파시즘이 대중 투표를 통해 민주적으로 선출되는 정부라는 사실을 명심해야 한다"고 전제한 뒤 "공황이 올수록 이민노동자, 여성노동자, 고령노동자를 쫓아내고 이에 위협을 받게되면 노조는 자연히 조합원부터 보호하는 경향을 띤다"며 "당장 급한 건 노동시장 취약계층의 고용안정부터 초점을 두고 전체 노동계급이 단결로 가도록 노동조합이 핵심적 역할을 해야 한다"고 말했다.
  • 기사입력: 2009-02-13 13:17: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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