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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위기 관련 - 정태인 교수 인터뷰 中

 

"MB는 양치기소년...경제위기에 기름 부어" by 정태인

"외국자본 이탈이 무서워서 일반 국민의 삶을 보호하는 정책을 한없이 미룬다면, 아니 글로벌 스탠다드를 내걸어 상층 금융자본가의 이익만을 도모한다면 '신자유주의 종언'을 넘어 '자본주의 종언'이 불가피하다. 내부의 불평등을 해소해 안으로부터 성장, 밑으로부터의 성장을 꾀해야 한다. 그런 시스템을 가진 나라의 경제성과가 월등할 것이고 장차 세계 표준이 될 수 있다."

정 교수는 신자유주의, 시장만능주의가 경제 위기를 부추겼다고 지적했다.

"현 세계적 경제위기는 시장만능주의 신앙 탓이다. 80년대 미국 레이건과 영국 대처 정권 이후 시장만능의 정책기조가 자리 잡았고, 금융의 세계화가 각국의 규제를 무너뜨리고 자산 유동화(증권화)의 기법은 날로 심해졌다. 90년대 실리콘 밸리의 신화, 스톡옵션의 비밀이 보통사람들에게도 로또의 꿈을 심어줬다. 여기에 IT 열풍은 거품을 부풀렸고 21세기 개막과 더불어 이 거품은 신기루처럼 사라지고 있다."

이어 금융세계화 기법인 유동화(증권화)가 현 경제위기를 심화시켰다고 강조했다.

"미국은 80년대 말 부동산 거품 만들고 터지는 경험이 S & N 사건이다. 그 때도 5년 넘게 수천 억 달러의 구제 금융을 투입한 끝에 정리된 바 있다. 20년 후 지금 또다시 달러는 물론, 주식 한 장 없는 사람조차 코스피와 환율에 신경을 쓸 수밖에 없게 됐다. 금년 초 미국 부동산 위기가 본격적으로 불거져 나올 때 영국의 노던록 은행 파산, 프랑스의 BNP 파리바가 펀드 환매 중단을 선언했다. 지난 89년과 2008년 경제위기의 차이는 바로 금융 세계화 기법인 증권화(유동화) 때문이다."

정 교수는 과거 경제위기는 금융시장과 외환시장의 위기였다면 지금은 일반 서민들의 부동산까지 파생상품으로 연결돼 함께 파국을 맞고 있다고 말했다.

"지난 1990~2000년대는 금융의 천국이었고 투자은행의 파생상품은 이 시기의 총아였다. 전 세계적인 범위는 넓어졌다. 천문학적 연봉을 받은 연금술사들도 자신의 어떤 시료를 넣었는지 알 도리가 없었다. 2년 전부터 이미 스티글리츠 컬럼비아대 교수는 '신자유주의의 종언'이라고 했고, 뉴욕대 루비니 교수는 '서브프라임 모기지 체제의 위기', 즉 금융시스템의 자체 위기라고 부르는 그 사태가 벌어졌다. 이런 사태는 과거에는 멀리 있는 금융시장, 외환시장의 위기였다. 하지만 이제 일반인의 삶과 관련돼 있다는 것이 큰 문제다. 일반 서민들의 부동산이 파생상품으로 연결돼 함께 파국을 달리고 있다는 것이 이번 사태의 특징이다."

이어 "자본은 노동자를 형식적 포섭, 실질적 포섭뿐만 아니라 일반 물질생활까지 포섭했다"면서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고 강조했다.

"이제 자본은 노동과정에서 노동자를 형식적으로 포섭하고, 뒤이어 상대적 잉여가치를 생산하기 위한 실질적 포섭을 넘어 생활과정에서도 시민들의 물질생활을 포섭하게 된 것이다. '로버트 라이쉬'라는 사람은 시민들이 투자자로서, 소비자로서 자본에 포섭돼 민주주의를 잃은 과정을 실감나게 보여주는 책 '슈퍼자본주의'를 펴내기도 했다. 시장이 모든 것을 해결하리라는 시장만능주의, 신자유주의가 이런 결과를 초래했다. 신자유주의가 종언을 고했지만 해법이 없어 오랜 혼돈의 시기가 이어질 것이다."

정 교수는 30년간 이어온 신자유주의가 종말을 고했지만 미국의 패권을 대체할 나라가 없다고 말했다.

"1929년 대공황 이후 케인즈의 소득재분배 해법으로 루즈벨트는 위기와 전쟁에 힘입어 강력한 리더십으로 지배계급의 양보를 끌어냈다. 케인즈의 이론은 30년 동안 이어져 왔고, 75년 무너졌다. 이후 신자유주의가 등장해 30년을 이어 왔으나 종말을 고하고 있다. 이제 케인즈의 자산재분배 이론도 존재하지 않고 계급간 역학관계를 재편할 리더십도 존재하지 않는다. 미국 아니 월스트리트가 혼란이 수습되면 패권유지를 위해 신자유주의에 수정을 가한 '신 신자유주의'를 들고 나올지 모른다. 16세기 네덜란드의 패권을 대체한 영국이나, 세계대전을 거치고 나서야 영국을 대체한 미국의 헤게모니가 무너지고 있음을 보고 있다. 미국발 금융위기는 패권 이행의 마지막 단계인 '금융팽창'으로 해석될 수 있다. 하지만 국제적 권력 다툼에서도 미국을 대체할 나라는 아직 보이지 않는다."

정 교수는 "임기 시작 후 선제조치를 취했다면서 안심하고 투자하라는 이명박 정부를 국민들이 양치기 소년이라고 부르는 것은 당연하다"고 말했다.

"지난 6개월간 이미 '선제적 조치를 취했으니 안심하고 투자하라'던 이명박 정부는 유동성 공급과 부동산 붐을 위한 전방위 조치를 취했다. 유동성 공급을 위한 미국과 유럽의 조치에 질질 끌려가고 있다. 이들 나라가 이자율을 내리고 은행간 대출에 대한 지급보증까지 하니 그제야 따라했다. 뭐가 선제적 조치를 취했다는 것인가. 일반 투자자인 국민들은 대통령과 고위 당국자들을 이솝의 양치기소년으로 저주한 건 당연하다."

이어 "이명박 정부의 경제 정책은 경제위기를 해결하기 위한 물이 아니라 기름을 붙고 있는 것"이라고 신랄하게 비판했다.

"이명박 정부의 금리인하, 감세, 규제완화 등 성장정책은 부동산 붐을 겨냥하고 있다. 9조 이상 쏟아 부어 부동산 공급을 살리면 부동산 가격이 바야흐로 급전직하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이다. 답은 투기를 일으켜 수요곡선을 신속하게 오른쪽으로 움직이게 하는 것이다. 이명박 정부는 종부세 폐지, 자본시장통합법 통과와 금산분리 경계선을 지우려고 하고 있다. 감세정책이 가져올 재정적자를 메우기 위해 네트워크 공기업을 팔고, 민간보험을 확대해 건강보험을 무너뜨리면서 주식 붐 또한 일어날 것이니, 환상의 쌍둥이 투기 경제도 가능하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 이렇게 불을 끄기 위해 들이부었던 것은 물이 아닌 기름이다. 인내하며 잡아야 할 울타리 밖의 불을, 내부 장기 실물위기로 옮겨 붙이기 위해 충분한 기름을 부어 선제적으로 거품을 준비하고 있다."

그는 오바마 미 대통령 당선자의 소외계층 지원, 소기업 지원, 생태환경 지원 등 정책도 소개했다

"오바마는 상위 5%에 대한 증세를 95%에게 '노동에 대한 지불'이라는 세금 환급을 약속했다. 신기업과 소기업에 대한 자본이득세 면제를 약속했고 월스트리트보다 메인 스트리트를 강조해 제조업 중시 의지를 밝혔다. 탄소배출량 감소, 에너지 소비 감축, 에너지 25% 재생에너지로 대체, 신에너지 부분이나 고효율 에너지 자동차의 성장 동력 활용 등 생태문제 에서도 진보적 태도를 보이고 있다. 천문학적 보조금에도 불구하고 보험 혜택을 받지 못한 4700만 명 중 우선 아동들을 건강보험에 강제 가입시키겠다고 했다. 이런 배분 정책은 30년 가까이 지배했던 시장만능의 해법에 비해 훨씬 더 개혁적이다. 대외정책에 있어서도 부시 8년간의 일방주의 정책을 지양하고 다자주의를 선호할 것으로 보인다."

그는 "오바마의 정책에 따라 미국의 법과 제도가 빠른 속도로 수정될 것"이라면서 "이런 것을 고려해 한미FTA 선비준이 아니라 폐기의 가능성까지 열어둔 채 재검토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역사 흐름과 미국 이익 간의 괴리를 어떻게 조화시킬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고든 브라운 영국 총리, 사르코지 프랑스 대통령이 주장하는 포스트 브레튼우즈 체제(달러 패권 지양)에 순수히 동의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한미FTA 비준 여부는 나프타 개정 이후로 미뤄질 것이다. 한미FTA와 관계없이 한국자동차 시장의 미국 차 점유율을 보장하라고 할 것이다. 사정이 이런데도 이명박 정부와 한나라당은 연내 선비준을 외치고, 엉뚱하게 노무현 전 대통령이 재협상론을 들고 나오는 것은 코미디라고 할 수밖에 없다.

미국의 법과 제도를 빠른 속도로 바꿔 나갈 것이다. 미국의 법과 제도는 부시가 대기업의 이익을 실현시킨 법에서 노동자나 소기업 이익 실현시키는 방향으로 바뀔 것이다. 한미FTA는 과거 미국 법과 제도를 그대로 남아 있게 되는 결과를 낳을 가능성이 높다. 우리는 한미FTA를 비준할 것이 아니라 미국의 변화할 법과 제도를 고려해 폐기 가능성까지 열어 둔 채 재검토해야 한다."

"우리 주위의 구멍가게와 음식점이 바로 우리의 미래다. 한국의 지배 3각 동맹(재벌, 경제관료, 조중동)이 추구한 금융비대화의 영향으로 무려 600만에 달하게 된 영세자영업자들이 내수의 위축에 가장 빨리 타격을 받을 수박에 없다. 다음 우리나라 고용의 87%를 차지하는 중소기업 차례이다. 정부가 직접 나서지 않는 한 현재의 금융상황에서 금리인하, 보증 확대만으로 은행 대출이 늘어날 리 없다. 공교육 강화, 공공의료 확대, 네트워크 공기업의 공공성 확대로 우리 삶을 지배하고 있는 투기성 게임의 룰을 한꺼번에 바꿔야 한다. 무엇보다 지역공동체를 살려내야 우리 경제도 산다. 안전한 먹을거리, 재생에너지 산업, 고용의 보고인 돌봄 노동(사회 일자리)이 모두 지역에 있다. 여기에 투자해야 우리 미래를 보장할 수 있다. 이상적 목표가 아니라 소비를 늘리고 고용과 투자를 늘릴 수 있는 유일한 거시 경제적 길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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