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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남대 병원 예전 기사

교육가기전에 보았으면 더 좋았을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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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보건의료산업노동조합 전남대병원지부

“눈에 보이지 않는 문제가 더 무섭다”
 





활동 시간은 필수 조건이다


노동조합 집행간부 12명 중 전임자 5명, 이중 명예산업안전감독관까지 겸하고 있는 노안부장은 비전임이다. 노안부장 활동은 지난 집행부 때부터 해왔지만, 별다른 성과가 없어서 답답한 마음이다. 별도의 활동시간이 보장되지 않으니 그때그때 근무협조를 받거나 개인 휴가를 써서 활동을 해야 한다. 오래 걸리지 않는 일은 근무시간 틈틈히 처리하고는 한다. 참석자 서명용지만 채우고 땡! 해버리는 매월 정기안전보건교육 문제도 고쳐야하는데… 작업환경측정이나 건강검진을 병원 노동현장의 특성에 맞추어 제대로 해야하는데… 시간이 없어서 지난 1분기에 열지 못한 산보위도 준비해야 하는데… 시간이 없다.


“직원 병실은 언제나 만원”

병원에는 크고 작은 사고들이 참 많다. 침대 바퀴에 발가락이 뭉개지거나, 주사바늘에 찔리거나, 환자를 들어 옮기면서 허리를 삐끗하는 따위의 사고들이다. 노안부장은 오늘 산재를 준비하고 있는 영양실 노동자와 상담을 하고 온 길이다. 워낙 시간이 없어서 산재 상담하기도 힘드시겠네요? 물었더니 상담이 그렇게 많지는 않단다. 현장에 아픈 노동자들은 많은데, ‘내 병은 내가 알아서 고친다’는 분위기가 많고, 덕분에(?) 산재상담 업무가 많지는 않다. 병원 직원들에게는 병실비를 할인해주는 제도가 있어서 굳이 산재 처리를 하지 않는 건지도 모른다. 하지만, 언제나 꽉찬 직원 병실을 보면, 노동자 건강 문제는 늘 제자리라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고 한다.


여성 건강권 - 모성을 넘어 여성으로!


여성 노동자들의 노동권이나 건강 문제는 흔히 ‘모성보호’ 차원에서 이야기된다. 거의 예외없이 익숙한 방식으로 전개되는 이야기 밑바닥에는 ‘아이를 낳지 않거나, 낳을 수 없는 여성은 남성과 똑같다’라는 암묵적 가정이 흐른다. 전남대병원 노동자의 80%를 차지하는 여성 노동자들의 건강 문제를 물었더니, 역시 출산휴가, 육아 휴직에 대한 얘기가 제일 먼저 나온다. 어떻게 해야 우리가 모성 말고 여성을 이야기할 수 있을까, 마음 속에 물음표를 던지면서 인터뷰를 이어갔다.

보건의료노조 단협에 의해 출산 휴가는 산전 산후 90일이 보장되어 있다. 육아 휴직(무급)은 아이 첫돌까지 보장되는데, 처음에는 누구도 쓸 엄두를 내지 못하다가, 노조 간부가 첫 시작을 열자 점점 이용이 늘어났다. 유산을 한 경우에도, 임신 몇주차에 유산되었는가에 따라 지정된 기간만큼 휴가를 보장하고 있다. 다만 ‘통계는 없지만 유산이 은근히 많아요. 늘 서서 일하고, 스트레스에, 교대근무에, 약물 취급에…’라는 교선부장의 지적처럼 유산에 따른 휴가를 보장하는 것을 넘어 그 원인을 밝히고 없애기까지는 아직도 먼 길을 가야한다.

생리 휴가는 교대근무자들은 대부분 꼬박꼬박 사용하고 있지만, 외래진료실이나 검사실에서 낮근무만 하는 통상근무자들은 생리 휴가를 거의 쓰지 않는다. 정 필요하면 연가를 사용한다. 생리 휴가 때는 기본급의 30분의 1(3만원)을 지급하지만, 연가를 쓰면 10만원 정도를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런 분위기라면, 비단 돈 때문이 아니더라도 나 혼자 생리 휴가를 찾아 쓰겠다고 나서기란 퍽 어려운 일일 것이다.


빛 좋은 개살구 - 간호인력등급


종합병원은 간호 인력 규모에 따라 6등급으로 구분하는데, 간호사 1명당 병상 비율이 2.0 미만이면 1등급, 2.0~2.5미만이면 2등급, 2.5~3.0미만이면 3등급… 이런 식이다. 등급이 높을수록 간호사 한명이 돌보아야 하는 환자 수가 적어 서비스의 질이 높아지고, 병원은 더 많은 수가를 받게 된다. 그러나 1, 2등급에 해당하는 병원은 단 4개. 나머지 대다수의 종합병원들은 수가 인상이 간호사를 늘리는 데 드는 인건비에 비해 적다는 핑계로 3, 4등급에 머무르고 있다.

전남대병원은 간호사 1명당 병상 수 3.0~3.5개로 4등급이다. 4등급이라도 간호사 한 사람이 서너 명의 환자를 간호하는 거라면 제법 괜찮은 편이다. 하지만 막상 병동에 가보면 어째 간호사 수가 턱없이 모자라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왜 그럴까?

전남대병원에서 실제 가동되는 병상 수는 1,032개에 달한다. 그러나 ‘공식적으로는’ 약 800개로 친다. 4등급을 받기 위해 필요한 간호사 수를 계산할 때 실 가동 병상을 기준으로 하면 295명(1032÷3.5)에서 344명(1032÷3.0) 정도가 된다. 하지만 800병상을 기준으로 하면 228명(800÷3.5)에서 267명(800÷3.0) 정도가 된다. 이렇게 ‘공식적인’ 병상 수를 줄이니 수십 명에서 백여 명이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병원에서는 등급 기준에서 고작 서너 명을 넘길 정도로 아슬아슬하게 인원을 유지하는 신기한 재주를 부리고 있다. 가령 등급 심사를 하기 전에 퇴사하려는 노동자들을 억지로 붙잡아두었다가, 심사가 끝나면 퇴사 처리를 해버리는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통상 출산휴가, 육아휴직, 생리휴가 및 각종 연월차로 생기는 결원까지 있으니, 실제 병동에서 일하는 간호사의 수가 턱없이 부족할 수밖에 없다.


미션 임파서블 - 인원 최소화와 서비스 극대화?


사람 수가 부족한 것은 입원 병동의 문제만이 아니다.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한 간호인력등급에도 불구하고 전남대병원은 정원 2,529명 중 182명이 부족한 상태다. 부족 인원 중 절반은 인건비가 비싼 의사 인력이다. 의사 수가 모자라다 보니, 의사 한명이 맡고 있는 외래와 입원 환자 수가 너무 많다. 게다가 다른 직종의 노동자들에게도 여파가 미친다. 외래 업무를 맡고 있는 간호사와 조무사들은 점심을 제때 챙겨 먹을 수 없을 정도로 바쁘고, 병동에서 일하는 노동자들 역시 ‘도대체 의사는 언제 오는 거냐’라는 환자와 보호자의 항의에 시달리느라 엄청난 스트레스를 받는다.

검사실이나 행정 업무를 맡고 있는 노동자들 역시 사람이 부족하기는 마찬가지다. ‘어떤 부서에서는 하계휴가를 다 쓰지 못하고 나와서 일합니다. 얼마 전에는 연가를 썼다가 사람이 없어서 도로 나와 일하기도 했어요’라는 노안부장의 얘기가 어디 이곳만의 문제랴.

전남대병원은 지역사회의 몇 안되는 대학병원인만큼, 큰병깨나 걸렸다 싶은 환자들이 다 모인다. 그러다보니 “전대병원 일반 환자는 다른 병원 중환자”라는 말이 있을 정도로 중환자가 많고, 당연히 환자에게 필요한 서비스의 질, 환자가 요구하는 서비스의 수준도 높을 수밖에 없다. 게다가 병원은 의료시장 개방이니 경쟁력이니 하면서 ‘환자권리장전’, ‘친절운동’, ‘3CS운동(change, care, communication, smile, speed, security)', '4I's 운동’, ‘한번 더하기 운동’ 따위의 구호를 앞세워 서비스 강화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이토록 턱없이 부족한 인원으로는 환자에 대한 서비스를 강화하기는커녕, 최소한을 제공하는 것조차 현실적으로는 도저히 불가능한 ‘미션 임파서블’이다.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비결 - 노동시간 연장


그런데도 병원이 돌아가는 걸 보면, 무언가 그 불가능을 가능케 하는 비결이 있을 것이다. 노동자를 쥐어짜는 자본의 비급과 비결들을 어찌 다 알랴마는, 인터뷰를 통해 찾아낼 수 있었던 비결은 비공식적인 노동시간 연장이다. 일은 많은데 사람이 모자랄 때 자본이 제일 먼저 찾는 해법, ‘더 오래 일하게 하라’는 것이다. 노동자들에게 더 오래 일을 시키되 돈은 들이지 않는다면 그야말로 금상첨화겠다.

전남대병원에는 ‘출퇴근 시차제’라는 것이 있다. 접수 업무를 예로 들면, 접수 창구의 노동자는 부족하고 기다리는 사람은 많으니, 창구 노동자 일부는 8시에 출근해서 접수를 시작한다. 접수가 끝날 무렵이 되면 업무가 줄어드니 일찍 출근한 사람들은 한시간 먼저 퇴근한다. 안타깝게도 이런 탄력적 근무시간 운영의 효과는 몇달 가지 못했다. 9시에 접수를 시작했을 당시에는 환자들이 8시부터 와서 기다렸는데, 이제 8시에 접수를 시작하니 7시부터 와서 기다리고 있는 것이다.

검사실이나 전산실에는 ‘점심 당직제’라는 것도 있다. ‘환자를 기다리게 해서는 안된다’는 이유로 점심 시간을 쪼개어 한사람씩 밥을 먹고 한사람은 계속 일을 한다. 고객 만족을 위해 근무 중 유일한 휴식시간인 점심시간마저 반토막이 난다.

각종 회의와 교육, 팀별 과제도 비공식 노동시간을 늘리는 데 톡톡히 한몫을 한다. 병원은 현장을 팀제로 재편하고, 업무 개선 및 자기 개발을 내세워 팀별 과제를 내준다. 이를 위한 회의나 교육은 대개 공식 근무시간을 마친 뒤 이루어진다.

업무 교대를 위한 인수인계 시간이 근무시간에 포함되지 않는 것은 물론이다. 교대를 마치고 퇴근하려다가도, 후임자들이 해야 할 일이 너무 많으면 퇴근을 늦추고 한두 시간 더 일하다가 가야 하는 경우도 다반사다. 이런 분위기에서는 정규 근무를 마치고 정당한 휴식을 위해 퇴근하는 순간, 자기밖에 모르는 이기주의자로 내몰리지 않을 수 없다. 여유있게 일하고 충분히 쉴 수 있는 권리를 빼앗은 것은 자본이지만, 정작 현실에서 그 권리를 사이에 둔 다툼과 갈등은 노동자들 사이로 슬쩍 자리를 바꾸고, 그 와중에 최소의 인원으로 서비스와 이윤을 극대화하는 ‘불가능한 미션’이 가능해진다.


호시탐탐, 일상적 구조조정


정규직이 이런 지경이니 비정규직은 오죽하랴. 비정규직 얘기를 꺼냈더니 교선부장의 입에서 봇물 터지듯 쏟아져나오는 기막힌 이야기들. 안그래도 이번 노사협의회에서 광주병원 전화교환실을 도급화하자는 사측 안이 나왔단다. 2004년에 뒤늦게 개원한 화순병원(전남대병원은 광주와 화순에 각각 있다)은 이미 간호조무사, 원무과 창구직, 교환실 등이 모두 외주화되어있는데, 이제 광주병원까지 그렇게 바꾸어버리려는 것이다.

노동자 수를 줄이거나, 줄일 수 없으면 비정규직으로 바꾸어 버리려는 자본의 시도는 그야말로 호시탐탐, 조그마한 틈새도 놓치지 않고 파고든다. 정문 경비 업무, 병원 안내 업무, 순찰 업무 등은 기존 근무자들이 자연퇴사한 뒤 충원하지 않는 방식으로 인원을 줄이고 있다. 병원 규모가 늘어남에 따라 새로운 건물을 지어올리는 기회도 결코 놓치지 않는다. 2001년 응급의료센터를 새로 개원하면서 기존 응급실에서 일하던 청원경찰과 식당을 외주화했다. 작은 틈도 놓치지 않고 파고드는 자본의 구조조정. 거기에 맞서기 위해서는 노동조합 역시 일상의 작은 고충들을 놓치지 않고 파고들어야 한다.


한숨이 목숨으로 이어지는 현실


현장활동을 강화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현장 순회에 힘을 쏟고 있다는 교선부장은 노동자들이 ‘한숨을 쉬어가면서’ 일하고 있다고 전한다. ‘현장을 부지런히 쫓아다니지 않고서야 그 한숨소리를 미처 들을 수도 없었을 터이다. 하지만 아직도 가야할 길은 멀었다.

작년 11월과 올해 4월, 화순병원 수술실에서 일하던 두 명의 간호사가 자살했다. 두 죽음은 극도의 긴장 속에 일해야 하는 수술실의 업무 부담에 더하여, 간호사들 사이에 순위를 매겨 경쟁적 분위기를 조장해온 중간관리자의 압력, 게다가 폭력적 언사를 일삼는 의사들에게 인격을 짓밟혀온 일상의 노동조건이 ‘죽느니만 못한 것’임을 세상에 폭로하는 것이었다.

이에 수술실에서 함께 일하던 동료 간호사들은 자발적으로 ‘애도기간’을 정하여 출근을 거부하고 파업으로 두 죽음을 기렸다. 수술실 간호사들의 인권 문제를 조사해보자면서 스스로 설문지를 만들어보기도 했다. 그러나 자본의 대응 역시 기민했다. 병원은 독자적으로 조사위원회를 만들어 중간관리자를 전환배치하고 ‘병원 문화를 개선하겠다’, ‘근로복지공단의 산재처리과정에 협조하겠다’라는 공허한 약속으로 한달만에 사건종결을 선언하였다. 그 사이에 자발적으로 파업을 결의하고 후속 과제를 준비하던 현장의 시도는 흐지부지되고 말았다.

인터뷰를 위해 마주앉은 노안부장과 교선부장은 ‘추모리본 패용지침조차 지키지 못할 만큼 현장통제나 개인주의가 만연해있다’라고 답답함을 토로했다. 그 답답함은 어떻게 풀 수 있을지, 잠시 마주앉은 자리에 막막함이 흘렀다. 하지만, 그 막막함이란 게, 한스럽게 죽어간 목숨을 헛되이 하지 않으려, 그 슬픔과 충격을 진정으로 극복하려 고민하고 노력했으나, 별다른 결실을 맺지 못해서 또다른 한숨이 깊어가는 현장에 비할 수 있을까.

문득 2003년 8월, 두명의 노동자가 목숨을 끊은 뒤 지금까지 싸우고 있는 서울도시철도 승무 노동자들이 떠올랐다. 수십 명의 정신질환 환자가 드러났음에도 불구하고 노동조건 개선에는 눈하나 깜짝하지 않고 오로지 환자들을 ‘처리’하는 일에만 골몰하는 사측. 그에 비하여 노동자의 단결은 얼마나 약하고 쉽게 흔들리는가. 현장의 자발적 투쟁과 실천을 노동조합이 묶어세우지 못할 때 일상의 ‘한숨’은 얼마나 깊어지며, 한많은 ‘목숨’은 얼마나 싼값에 처리되고 마는가.

결국 관건은 일상의 작은 고충과 한숨에 귀기울이는 것을 넘어 ‘어떻게’ 파고드느냐에 있지 않을까.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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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7 인터뷰 중 한 토막 메모

글은 0607.

취재는 둘째언니.

 

- ...............과제는 조직내 현장 회원들은 다시 만나는 일이다. 3년 사이에 많이 '떨어져나갔다'고 한다. 아마도 운동 방향을 세우지 못한 게 원인일 것이라는 진단이다. 현장 활동가들을 어떻게 만나고 어떻게 조직해야할지, 올 한 해 동안 여러 방법을 생각해보고 시도해보기로 했다. 하지만 상반기를 돌아보면 친분 쌓기 수준을 넘어서지 못했다고 본다 .............

 

-  .............. 좀 안다고 생각하는 문제에 대해서도 말을 꺼내기가 쉽지 않다. 왜인지를 물었더니, '어린 놈이 뭘 안다고' '학출의 한계' 따위의 말들을 듣곤 하기 때문이란다. 이런 말들 때문에  '아직 신뢰받지 못하고 있다'는 생각이 들고 이를  ..............

 

-  .............. 그럼 점에서 더 열심히 투쟁하고 더 많이 만나겠다는 이경진 동지의 각오는 박수받아 마땅하지만 이 문제를 해겷기 위한 처방은 될 수 없다. 오히려 말하는 내용이 아니라 말하는 사람의 몇 가지 특징을 트집잡아 폄하하는 상황에 예민하게 반응하고 정확하게 따져물어야 한다. 몇년쯤 집회와 모임을 쫓아다니며 얼굴을 알리고 술자리에서 친분을 쌓아가다 보면 나이나 경력을 트집잡히는 일이 주어들기는 하겠다. 하지만 그 것은 잘못된 관행에 맞서서 바꾸는게 아니라 관행에 자신을 맞추는 일이며 그럼으로써 그 잘못된 관행을 또 한번 확인하고 고착화 시키는 일 아닐까.

 

-  .............. 전업활동가로 살겠다는 사람을 눈씻고 찾아보기 힘든 요즈음에 상근 활동가의 성장과 발전을 조직이 함께 책임지기 위한 노력은 결코 소홀히 할 수 없는 문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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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아해, 엠씨유.

 

 

 

 

....... 라고 그는 말했다. 어찌사랑스럽지 아니한가. ^^

 

그를 떠올리때마다 같이 따라오는 이야기 하나.

그전 회사에 다닐때 입사동기인 친구가 말하길. 자기가 '아는' 사람이 유재석 친구인데 사실 진짜 싸가지 없는 인간이라 김용0과 지석0 등은 유재석을 절대 만나지 않는다, 뭐 이런.

 

맞는 이야기일 수도 있고 틀린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 얘기를 떠올리며 나를 생각한다. 나도 마찬가지인걸.

길지 않은 삶을 살면서 어느 순간을 함께 보냈던 가깝지 않은 그 누군가들은 길거리에서도 만나고 싶지 않으며, 그 시기의 누군가가 나를 아는척 해오면 백만마리의 벌레에 둘러싸인듯 움츠러들며 웃음을 잃어버린채 반응하기도 하며, 또 어느 때는 가진 것은 자존심밖에 없어 날을 세우고 주변을 괴롭힌 상당히 재수없는 인간이기도 했다. 아, 물론, 그 시간이 지금 나의 아주 큰 부분을 만들었다는 사실까지 부정하지는 않는다.

 

응. 변한다. 또 사람사람마다, 사람사람에게, 나는 다른 이일수 있다.

지금의 나를 만나고 나누고. 또 지금의 그를 만나고 나누는 것이 정답일게다. 함부로 평가하지도 그 평가를 간단히 여기지도 말아야지 라는 생각 한 토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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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리하다 끄적거림.

오늘 송년회 참석자인 내 친구와 형에게서 문자와 전화가 왔다. 

 

[친구야, 요리는 잘되가니ㅋㅋㅋ ]

 

[응, 나야, 어쩌구저쩌구, 요리는 잘되가?]

 

그에 대한 나의 답은............. "응. 다 망해가."

 

크아아아앙아아아아ㅠ_ㅠ

 

 

**정리

 

저녁 :  김치볶음밥(감자, 스팸, 호박, 김치, 참치)과 소고기 미역국. 미역국에서 약간 화장품맛이 나고 있음. 낭패임.

 

밑반찬 :  오징어채볶음과 감자볶음, 계란말이 - 평소의 반밖에 맛이 안나고 있음. 낭패임.

 

디저트 :  홍시 샤베트 - 늦게 얼려서 제대로 안얼고 있음 낭패임.

 

...... 낭패가 이리 많음.

 

안주 : 방울토마토와 크림치즈 카나페, 참치 카나페,  오뎅탕, 가짜게살스프, 사과샐러드

 

술 : 소주4병, 큐팩6개 준비해놓았음. 셋이 많이 먹는 편임.

 

그래도 모자라다면 진도홍주와 데낄라와 와인이 있음. 이렇게 적고 보니 술 창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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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1228 세마리 송년회

친구들 안녕!

 

울고 웃고 욕하고 싸우고 쌩까고 화해하고를 겪어온

 

나를 포함한 세 마리 친구들의 송년회이다.

 

난 사람들과 집에서 만나는 것이 좋은데,

 

싸고, 편하고(적어도 나에게는^^;;), 화장실도 깨끗하고(대단히 깨끗한 건 아니다;;)

 

먹다 자도 되고(난 자고 가는 것도 좋은데 사람들은 잘 안자고 가더라) 뭐 이런 이유들로^^

 

암튼 세마리의 송년회가 월요일에 있는데 난 화요일까지 휴가다.

 

고로 집에서 만나기로 했는데,

 

뭘 해야좋을지 즐거운 고민이다.

 

고민한 안주와 밑반찬. 그런데 저녁으로는 뭘먹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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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안주 :  스팸 달걀볶음

: 스팸 1개, 달걀 1개, 양파3분1개, 우유3큰술, 식용유1큰술, 소금과 후추.

 

- 스팸은 각내서 썰고, 양파도 비슷한 크기고 썰고

- 달걀을 풀어 우유와 소금, 후추가룻를 넣어 섞고

- 팬을 달군 후 식용유를 두르고 양파와 스팸을 넣는다

- 달걀물을 둘러서 넣고 젓가락으로 전체를 휘저어 반숙 상태가 되도록 익힌다

- 가루치즈나 슬라이스치즈를 찢어서 뿌려 먹어도 좋다.

 

 

2. 안주 : 사과샐러드

: 사과1개, 깐 호두, 플레인요구르트2분의1컵, 마요네즈, 설탕

 

- 사과를 납작썰기로 썬다.

- 플레인요구르트, 마요네즈, 설탕을 섞은 후 사과위에 뿌리기

 

 

3. 밑반찬 : 감자조림, 어묵볶음 만들기,

 

 

4. 안주 : 게살스프

: 게살(분명 크레미를 살것임), 달걀, 전분, 팽이버섯, 대파, 색을 생각한다면 브로콜리정도 추가?

 

- 멸치를 팔팔 끓이다가 얘는 버려버리고

- 크레미, 팽이버섯넣고 막 끓이다가

- 내 맘대로 전분 조금 넣고 달걀물도 풀고

- 간 하고, 참기름과 깨도 좀 넣고, 대파도 넣고.

 

 

5. 저녁은 정말 뭐 먹는다....? 김치찌개? 김치볶음밥? 라면?

 

 

6. 오늘 장봐야 할것.

: 달걀, 크레미, 어묵, 플레인요쿠르트, 양파, 우유, 감자, 마요네즈, 오징어채, 7번 중 하나.

 

 

7.  홍시 샤베트

: 홍시, 레드와인, 꿀

 

1) 홍시를 살만 발라내서 믹서에 갈고

2) 가능하다면 체에 내리고

3) 홍시에 꿀과 레드와인을 섞어서 냉동실에 얼리기

4) 사이사이에 꺼내서 마구마구 긁어놓고 다시 얼리기

5) 그래야 사각사각한 샤베트가 됨.

 

 

7. 그밖에 핑계삼아 대놓고 먹고 싶은것

 

1) 연어+사워크림+케이퍼

2) 크림치즈+키위(혹은 방울토마토, 바나나)+아이비 등(혹은 식빵) + 어떤 사람들은 블랙 올리브

2-1) 크림치즈+(참치+마요네즈)

3) 크림치즈 연어 말이 : 연어슬라이스된것을 사서 크림치즈를 펴바르고 오이를 썰어, 그 속에 놓고 돌돌 말면 끝. 좀 길면 살짝 얼렸다가 반으로 썰어도 좋아좋아.

4) (삶은계란 흐깨기+마요네즈)+ 식빵위에 놓고+ 과일살짝

4-1) (삶은계란 흐깨기+마요네즈)+ 식빵+칵테일새우등 = 오븐에 살짝 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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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가다!

즐거운 휴가다. 휴가때 꼭 뭘 해서라기 보다 그냥 즐겁다.

 

휴가란 말은 괜시리 그냥 설레지 않은가.

 

오늘은 명동성당에 있는 동지들을 만나러 다녀왔다.

 

난, 잘, 모르는, 동지들이지만 크리스마스 이브에 나와 다른, 이 긴 1년을 갇혀보낸 그 동지들을

 

만나러 간다는 사실만으로도 너무 가슴 뛰는 일이었다.

 

형은 ㅈ동지에게 "형, 왜 이렇게 늙었어" 라고 하던데,ㅎㅎ.

 

얼굴을 뵈어 좋았고 즐거웠고 동지들에게 애정을 담뿍 느끼며 감사한 날이었다.

 

 

 

아, 이 길고도 짧은 1년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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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메모- H사 보고서 중에서.

- 기업의 이윤이 일자리 창출이나 소득 재분배로 이어지지 않고 오로지 자본의 배를 불리는데만 쓰이고 있는 것이다. 이러다 보니 노동자들의 삶이 더욱 힘들어 지는 것은 당연지사다. 이러한 현실은 ‘파이를 키워서 나누자’나 ‘회사가 살아야 노동자가 산다’라는 말이 거짓임을 뼈저리게 확인시켜준다. 자본과 노동이 함께 나눌 수 있는 파이란 애초에 존재하지 않았으며, 노동강도 강화 속에 흘린 노동자의 피땀은 자본만의 파이를 키우는데 쓰였다. 회사는 과로사와 노동재해로 쓰러져간 노동자들의 주검을 딛고 저 혼자만 살아남았다.


- ‘벌수 있을 때 벌자’며 열심히 일을 해 보지만, 그 와중에 과로사로 죽고, 사고사로 죽고, 생계를 비관해 자살을 하는 죽음의 행렬은 오히려 늘어만 간다.
 

- 자본의 탐욕은 끝이 없다. 그 탐욕에 조응하여 ‘열심히’ 일만 하는 것은 나의 생명을 단축하는 일이다. 노동자가 복종하면 할수록, 동의하면 할수록 자본은 점점 더 노동자의 목을 죄어올 뿐이다. 자본의 실패는 노동자들에게 전가되지만, 자본의 성공은 자본만이 누릴 뿐이다.
 

- 자본이 가장 두려워하는 것은 자신의 이윤이 공격받는 것이다. 노동자들이 건강하게, 그리고 인간답게 살기를 요구하고 주장하는 것은 바로 노동강도 강화를 통한 자본의 이윤율 극대화 구조에 대한 저항을 의미한다. 해외공장, 물량 경쟁, 고용이데올로기, 모듈화, 플랫폼 통합과 자본의 관리와 통제하에서 높아져 가는 노동강도를 ‘감내’하는 것이 아니라 ‘완화’ 시키겠다는 요구는 자본의 이윤 생산 구조, 즉 노동 착취 구조에 맞서기 위한 대장정의 출발이다. 그러하기에 현장에서 외치는 ‘건강하게 일할 세상과 일터’는 바로 노동해방과 평등세상의 다른 이름이고, 노동강도 저하 투쟁은 노동해방과 평등세상을 위한 투쟁으로 자리매김해야 할 것이다. 
이제는 ‘죽을 정도로 열심히 일을 하는, 말 잘 듣는 노동자’를 만들고 관리하는 자본의 통제와 억압을 뚫고, 건강하게 노동하고 생활하기 위한 투쟁을 조직해야 한다. 착취의 사슬을 잘라내고, 노동자는 이윤율 향상을 위한 기계가 아니라 인간임을 선언하고 투쟁하는 것이야말로 자본의 세계화로 인해 핍박받는 민중들을, 그리고 나와 내 가족과 동료들을 구하는 길이다.
 

- GT-5를 위해 글로벌 경영전략으로 무장한 현대자동차가 그리는 2010년의 미래는 눈이 부실 정도다. 상품의 경쟁력을 강화하고 글로벌 생산 시스템을 구축하고 브랜드 가치를 향상시켜 세계 5위 수준의 글로벌 메이커로 도약한다는 2010년,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미래도 과연 자본의 미래만큼 희망적일까? 플랫폼 통합, 모듈화, 해외생산 확대, ERP, 하이브리드카…. 자본에게 희망인 이 말들은 노동자에겐 고용불안, 전환배치, 노동강도와 현장통제 강화 등 그저 절망의 언어로 들릴 뿐이다.
세계에서 가장 오래 일하는 노동자, 연평균 1,500시간 남짓 일하는 유럽 노동자들에 비해 무려 1,000시간이 더 많은 2,500시간을 주야맞교대에 철야특근 마다않고 죽어라 일을 해야 하는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은 수면장애, 만성피로, 과로사, 근골격계 직업병, 안전사고의 위험에 일상적으로 노출돼 있다. 현대자동차의 초 장시간 노동은 현대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만이 아니라 자신도 모르는 사이에 유럽을 비롯한 다른 나라 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까지 함께 악화시키고 있다. 가격경쟁력이 뛰어난 고품질의 차를 앞세워 세계시장을 무서운 속도로 잠식해 들어오는 현대[기아]자동차의 ‘질주’ 앞에서 유럽의 자동차 자본들은 공격의 화살을 자국 노동조합에 돌렸고, 유럽의 거대노조들이 고용유지를 위해 노동시간 연장과 유연화, 임금동결 등에 합의하면서 노동조건이 후퇴해왔다. 현대자동차의 장시간 노동이 전세계 자동차 노동자들의 노동조건을 악화시키는 주범이 되고 있는 셈이다.
 

- 자본의 손아귀에서 벗어나는 일은 인간답게 노동하고, 충분한 시간을 가지고 노동력을 재생산하고, 건강하게 생활하고, 여가와 여유를 즐기며 살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를 위해 투쟁하는 것이다. 2010년 노동자의 미래가 절망이 될지 희망으로 변할지는 바로 여기에 달려 있다.
 

- 노동조건의 질적인 향상을 둘러싼 투쟁이 필요하다. 노동력의 ‘판매조건’을 넘어서, 생산과정에서의 노동력의 ‘사용조건’ 또는 ‘노동력의 재생산 비용’을 둘러싸고 작업장의 관심을 쟁점화시킬 필요가 있다. 물론, 이는 자본주의적 노동의 극복을 전제로 하고, 현장의 실천투쟁과 연결되었을 때 충분히 인정되고 확장될 것이다.
 

- 초기 노동자 건강권 투쟁은 노동과정에서 발생한 직업병과 재해로 훼손된 건강과 목숨에 대한 보상에 중심을 두었다. 그러나 단순 보상만으로는 결코 현장의 유해요인을 개선할 수 없었기 때문에, 보다 적극적 해결을 위해 노동자들은 작업장 내에서 다치지 않고 일할 수 있는 예방차원의 ‘보호’요구를 발전시켜 나갔다. 각종 유해물질과 유해인자 등 구체적인 요인들을 대체, 변경하거나 공학적 대책과 보호구 착용을 요구하였다. 이러한 ‘건강보호’논리에서는 노동자 건강에 영향을 미치는 직접적인 원인들로 구체적인 유해인자나 요인들, 즉 중금속, 유기용제, 소음, 인간공학적 유해요인들을 꼽으며, 이에 대한 산업위생적, 산업보건적, 그리고 인간공학적 대안을 제시하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었다. 그러나 이제 노동자 건강권 투쟁은 보상과 보호에 머물러 있지 않다. 자본의 구조조정과 유연화 공세가 노동자의 몸과 삶을 망치고 있다는 총체적 인식을 바탕으로 노동재해와 직업병에 대한 대응은 원인 진단에서부터 바뀌어가고 있다.
- 직업병, 노동재해의 근본적인 원인이 ‘자본의 생산성’을 ‘노동자 건강권’보다 우선시 하는 자본주의 체제에 있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그리고 작업장 내 권력 관계를 바꾸는 것이 중요함을 알아야 한다. 작업장 내 권력 관계는 그대로 둔 채 ‘사후적 보상’과 ‘유해인자 중심의 보호’의 차원에만 매달린다면 노동자 건강권을 온전하고 긍정적으로 지켜낼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에 더하여 작업장 안에서의 생활 뿐 아니라 작업장 밖의 일상생활을 포괄하는 ‘노동자 삶의 재구성’을 시도해야 한다.
 

-  8시간 일하고, 8시간 쉬고, 8시간 잠자며 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은 노동자의 현실에 아무런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다. 그리고 노동자의 몸과 삶을 규정하는 직접적인 힘은 자본의 ‘라인-생산체제’이다. ‘라인-생산체제’는 노동과정에서 겪는 노동강도만의 문제가 아니라 노동자의 몸과 삶 전체에 영향을 끼친다. 이것은 경쟁력, 생산성, 품질 등을 모두 포괄한 상징이며, 자본은 이를 사수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그래서 라인은 노동자의 몸을 위해서는 세우지 않아도, 생산을 위해서는 세울 수 있다.
 

- ‘노동해방’은 노동의 일상과 조우하고 연루되어 노동자들의 삶 속에 뿌리내려야 한다. 그 지향은 주체인 노동자의 몸과 일상을 중심으로 구체적으로 재구성해야 할 과제이다.
 

- 사회적 건강은 사회구성원 모두가 특히 일하는 모든 이들과 사회적으로 약자인 사람들이 정치적, 경제적, 문화적으로 불이익 당하지 않고 소외받지 않는 상태로 재해석해야 한다. 영적 건강은 한마디로 사상과 이념의 자유라 해도 무방하다. 건강이란 사회구성원 모두가 골고루 그리고 일상적으로 육체적, 정신적, 사회적, 영적으로 행복한 상태이며, 평등세상과 노동해방의 또다른 표현으로 자리매김하는 관점과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것이다.
 

- 자본이 거두어들인 만큼 노동자는 잃어왔다. 확대된 이윤의 규모만큼 노동강도는 강화되고 누적되었으며, 자본의 현장 장악력이 커진 만큼 노동자의 조직력과 현장 통제력은 약화되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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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사야 58, 10

 

국민이 흘린 눈물을 닦아주는 것이정부의 할 일입니다

- 용산참사의 빠른 해결을 촉구하며

 

 

“굶주린 이에게 네 양식을 내어주고 고생하는 이의 넋을 흡족하게 해 준다면 네 빛이 어둠속에서 솟아오르고 암흑이 너에게는 대낮처럼 되리라”(이사야 58,10).

 

올해 초 용산 남일당 건물 망루에서 철거민 다섯 분과 경찰관 한 분이 불에 타 숨진 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러나 장례조차 치르지 못한 철거민 다섯 분의 시신은 아직도 병원 영안실을 떠나지 못하고, 유족을 포함한 철거민 일곱 명은 심한 고통을 겪으며 이 겨울을 차가운 감옥에서 보내고 있습니다. 이러한 현실이 안타까워 뜻있는 종교인과 시민들이 날마다 참사현장에서 유가족들을 위로하고 용산참사의 올바른 해결을 촉구하고자  기도를 드리기 시작한 지도 8개월이 지났습니다.

 

용산참사는, 재개발이라는 이름 아래 수십 년 생업을 일구며 살아온 삶의 터전에서 내쫓기게 된 세입자들의 항의를 단 하루 만에 경찰특공대를 투입하여 진압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비극적인 사건입니다. 지금도 용산을 비롯하여 전국 이백여 곳에서 주민들의 생계와 공동체의 이익은 외면한 채 오로지 막대한 경제적 이익을 얻기 위한 재개발 사업들이 무분별하게 진행되고 있습니다. 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서 오랫동안 그곳에서 공동체를 이루며 살아왔던 가난한 집주인과 세입자들은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나는 일이 계속되고 있습니다. 도시의 외곽으로 밀려난 서민들은 정부를 원망하며, 부자들만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정부라고 비난합니다. 그동안 우리 사회에서 집과 땅은 투기의 대상이었고 재산 증식의 도구였습니다. 국가의 재개발 정책에서 발생하는 막대한 부가가치를 소수의 토지와 가옥 소유주, 건설회사 등에게만 귀속시키는 현행 재개발 관련법과 제도, 관행들은 ‘적정한 소득의 분배’와 ‘경제민주화’를 규정하고 있는 우리 헌법규범에 정면으로 반하는 것입니다. 법원도 이미 이런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헌법재판소에 관련법에 대한 위헌제청을 제기해 놓은 상태입니다.

 

베네딕토 16세 교황님께서는 2009년 6월 29일에 발표하신 회칙 「진리 안의 사랑」에서 “한 인간 전체와 모든 인간을 포함하지 않는 발전은 참된 발전이 아닙니다.”(18항)라고 밝히시며 발전의 중심에는 인간에 대한 사랑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강조하였습니다. 또한 2004년 교황청 정의평화평의회가 펴낸 「간추린 사회 교리」에서는 “전체 인류나 사회집단 등을 빈곤으로 내몰면서 인간을 희생시켜 경제성장을 이루는 것은 용납될 수 없다.  ······ 부의 공평한 분배에 대한 도덕적 요구는 인간과 사회 전체에 연대라는 근본 덕목을 실천하도록”(332항) 촉구하고 있습니다.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에서 ‘재개발’이라는 이름으로 행해지고 있는 발전의 형태가 과연 서민들과 사회적 약자들을 조금이라도 배려하고 있는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습니다.

 

정부는 국민을 힘으로 억누르기보다는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국민의 처지를 헤아려 양보와 설득을 통해 최선의 대안들을 만들어나가야 할 것입니다. 무엇보다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해야 하는 의무를 가진 정부는 용산참사의 해결을 그 시작으로 하여 제대로 된 개발관련 법제도의 정비를 위해 적극 나서야 합니다. 이것이 헌법정신에 부합하는 정부의 책무입니다. 정부의 책임 있는 태도만이 용산참사의 문제를 하루 빨리 해결하고 국민들이 용서와 화해, 일치의 길로 나아갈 수 있도록 해줄 것입니다. 정부는 힘없고 가난한 국민의 눈물을 닦아 주기 위하여 적극적인 중재활동을 해야 합니다.

 

우리 사회가 진정한 통합과 화해를 이루고, 세상에 평화를 주러 오신 예수 그리스도 탄생의 기쁨을 모든 국민이 함께 누릴 수 있도록 정부가 성탄절 전, 늦어도 올해가 가기 전에 용산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다시 한 번 촉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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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워할 동지들이 문득 생각나 사이버분향소에 갔다가 본 성명서.

오랜만에 분향도 했다. 곧 만나요, 동지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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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해지면 안 되는 풍경

 

박원종 동지의 만평.

그는 전날 노숙농성을 하여 꽁꽁 얼었다 막 노골노골 풀리고 있는 몸으로 이 만평을 그려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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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디가 자라는 소리

잔디가 자라는 소리


아일랜드인들은
'잔디가 자라는 소리까지
들으려고 한다'는 표현을 쓰곤 합니다.
호기심이 많고 아무것도 놓치지 않으려는 사람을 빗대어
하는 말이지요. 사실 아무것도 놓치지 않을 수 있다면
그야말로 큰 축복입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모든 일을 멈추고,
귀를 기울이고, 관찰을 하는 시간을 가져야 합니다.
그래야만 잔디가 자라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테니까요.


- 스태니슬라우스 케네디의《하느님의 우물》중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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