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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진 사과

점심을 먹고나서, 후식으로 가져온 사과를 꺼내려 했다. 집에서 먹으려면 내가 깎아야 하지만, 사무실에서는 다른 샘이 깎아준다. 나의 사과 깎는 모습은 목격인들로 하여금 속을 터지게 만들어 과도를 뺏게 만드는 묘한 마력이 있다. 그런데, 사과가 없었다. 이럴 수가 있나? 아침에 분명히 냉장고에서 꺼내 가방에 넣었는데??? 버뮤다 삼각지로 사라져버린 것일까? 외계인한테 납치(!)라도 당한 것일까? 아님 사과의 유체이탈??? 이런 걸 '귀신이 곡할 노릇'이라고 부른다. 사건은 풀리지 않을 미궁 속으로 소용돌이쳐갔다. 도대체 내 사과는 어디로???


저녁에 천안에 강의가 있어서 아침에 차를 가지고 출근했더랬다. 퇴근 시간 무렵, 강의 시간 늦을라 허둥지둥 주차장에 내려와보니, 재투성이 뉴프라이드 문옆에, 박살난 사과의 사체가 놓여 있다. 아.... ㅜ.ㅜ 칠칠맞게, 아침에 차에서 내리다 사과를 떨어뜨렸나보다. 저 정도 유해라면, 퍽 소리가 났을텐데... 청력이 정말 안 좋긴 한가봐.... 사과를 둘러싼 신비로운 초자연적 현상은, 결국 칠칠맞음과 귀 어두움이라는 지극히 현실적인 설명으로 끝을 맺게 되었다. 불쌍하고, 아까운 사과... 이제 냉장고에 하나밖에 안 남았다 ㅡ.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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