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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선을 따라...

 

#1. 성수동 - 지난 주 토요일

 

성수노동자건강센터에 자원활동을 해주실 전문가(?)들에 대한 첫번째 정식 교육이 있었다.

그동안 의사들이나 다른 분야 전문가들이 부정기적으로 검진이나 교육 등 여러 프로그램에 함께 해주었지만, 현장에 대한 이해가 부족하다는 것이 그들 스스로, 또 프로그램을 조직하는 우리들의 아쉬움이었다.

선한 의도가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 것은 아니며,  

그 좋은 뜻이 제대로 전달될 수 있도록 '별도의' 노력이 필요한 것이 현실이다.

 

이 날, 센터소개와 그간의 지역활동 역사에 대한 간략 소개 영상, 노동자건강의 정치경제학이라는 엄청난 제목(과 빈약한 내용)의 강의, 노동자의 흔한 건강문제 (근골격계, 직무 스트레스)에 대한 소개가 있었다.

하지만 무엇보다 좋았던 것은 역시 현장방문이었다.

인간문화재만큼이나 희귀한 (ㅡ.ㅡ) 제화노조 활동가분들의 도움으로 몇몇 작업현장을 실제로 돌아보고 현실에 대한 간단한 강의를 들었다. 

대학에서 연구활동을 하거나 혹은 대학병원에서 근무하는 이들, 소위 중산층으로 살아온 '화이트칼라 보통사람들'에게는 상상도 못할 광경이고 현실이다. 건강불평등을 연구해온 몇몇 샘들은 입을 못 다물고 돌아갔다.....이론적으로 아는 것과 직접 대면하는 것은 많이 다르다. (이날 방문한 사업장은 그래도 상황이 많이 나은 축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나도 놀랐던 것은...

이들 사업장에도 '특수고용'이 횡행하고 있다는 점이었다.

개수 임금을 받는 이 숙련 노동자들이 각각 '소사장'으로 등록되어 노동자로서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사례들이 늘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도대체 이를 어쩌란 말이냐........... ㅜ.ㅜ

 

이날 땡볕에 돌아다니느라 고생한 참가자들과,

교육프로그램 조직에 수고하신 동지들께 모두 감사....

이런 노력이 헛되지는 않을 것이다.

그리고 다음 달 교육에 더많은 사람들이 참가하고,

더많은 일거리와 프로그램으로 연대할 수 있기를!!!

 

 

#2. 양산 - 지난 화요일

 

프로젝트 관련하여....

건강형평성에 초점을 둔 지역사회 건강증진 사업을 주제로 부산-울산-경남 보건소 관계자들 워크샵...

 

원래 안 가려했는디....

소그룹 토의 맡은 사람 부족하다고 Y 샘이 쪼아대서 새벽부터 먼길...

아이구.. 진짜 멀더라...

 

지역에서 건강불평등 문제에 대한 관심은 높은데, (아마도 복지부가 제일 관심없는 듯)

이를 어떻게 잘 끌고갈지에 대해서는 아직 잘 모르겠다.

우리 연구진들도 여전히 경험과 노하우가 부족하고,

지역에서도 새로운 시도를 두려워하다보니 빠른 시간 내에 가시적인 변화를 이루기는 쉽지 않아보인다.

 

뭐 그래도 논의의 확산 자체가 긍정적이라고 생각....

그리고 역시 현실에서의 모범 창출과 사례발굴이 중요!!!

 

 

#3. 서울 - 지난 금요일

 

건강정책학회 창립 학술대회가 지난 금욜 서울에서 열렸다.

예상은 했으나, 정말 많은 사람이 왔더라.

갈증이 있었던게다... ㅎㅎ

정말 오랜만에 업계 지인들을 많이 만났다.

 

의료채권이나 MSO 문제, 건강관리 서비스 등은 사실 잘 모르는 내용이라 잘 배우고 싶었는데 다른 일 때문에 중간에 나와야했다.  정 모 교수, 이 모 박사의 토론도 꼭(!!!) 들어보고 싶었는디...많이 아쉬웠음...

 

이런 류의 논쟁이 붙을 때마다 항상 전가의 보도처럼 나오는 이야기가

소위 좌파들이 근거도 없이 이념에 경도되어 우긴다는 것이다.

근데 내가 그동안 '목격'한 바에 따르면, 오히려 증거와 근거가 빈약한 것은 저쪽이다.

이를테면 민주노동당 공약부터 시작하여, 우리가 무슨 이야기만 하면 그게 현실 가능한거냐, 무슨 근거냐 이런 반격이 끊이질 않아서 이런거 준비하는 데에는 오히려 좌파들이 더 민감한 것 같다. 하지만 그토록 근거를 요구하는 그들이 정말 납득할만한 근거를 제시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

'사회와 의료'님 블로그를 참조컨데, 아마도 예의 이 근거 논쟁, 우기기 논쟁이 약간 있었던 것 같다...

 

그래, 학회니까... 가진 증거들 다 까놓고 토론 좀 본격적으로 해보면 좋겠다.

그게 바라는 바....

 

어쨌든, 이날 모였던 사람들의 실천적, 학문적 열망이 잘 수렴되어 부디 건강한 담론 투쟁이 이어질 수 있기를 바란다.

(주변에 얼쩡거리다 낚여서 웹진에 고정칼럼 쓰기로 했다. 아는 것도 쥐뿔 없는디... 담론의 품격을 떨어뜨리는데 기여할 것같은 이 불길한 예감이란.... ㅡ.ㅡ)

 

 

 

#4. 울산 - 지난 금요일 저녁

 

진보신당 건준모에서 기획한 지역 순회 시민/당원 건강강좌 제 1탄으로 울산 지역에서 3주에 걸쳐 강좌가 진행되었다. 2주 전, 인의협 정책국장인 김종명 샘이 '건강한 주민이 건강한 지역을 만든다'는 주제로 건강생활 일반과 건강검진 등에 대한 강의를 해주셨고, 지난 주에는 건강세상 네트워크 김창보 샘이 '올바른 병의원 이용법과 한국의 보건의료 체계 소개'를  해주셨다. 마지막으로 내가 다른 나라의 제도와 사회적 통제사례들을 간략히 소개하면서 교훈을 찾고자 했다.
 

고등학교 수학여행때 울산에 간 것 같기는 한데, 도대체 기억은 안 나고

말하자면 울산에 태어나서 첨 가본 셈이다. 

퇴근 시간, '아산로'를 지나 동구로 이동하는 동안의 광경은 참으로 그로테스크했다.

오른쪽 해안가로는 석유화학단지들이 늘어서 정유탑에서 불꽃이 쉴새없이 솟구쳐오르고,

이어진 미포만(!)의 엄청난 규모의 기중기들은 보는 이를 압도했다.

왼쪽에 선적을 기다리는 자동차들의 모습 또한 장관(?)이기는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가장 인상적인 것은...

신호대기에 도열해있는 똑같은 작업복을 입은 오토바이 퇴근 부대였다.

성수동과는 엄청 다른 분위기.... ㅜ.ㅜ

 

이날 강의에는 주로 건약, 건치 선생님들이 참여하셨는데 특히 지역사회 참여 모형, 사회민주적 통제 기전들에 관심이 많으셨다. 대상자마다 조금씩 달라져야 하겠지만, 지역 활동을 고민하시는 분들에게는 제도의 비교보다는 지역사업이나 참여민주주의의 모범 사례들을 발굴하여 소개드리는 것이 더욱 필요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뒷풀이 때, 참가하신 분들께 그동안 궁금했던 걸 여쭈어보았다. 빈곤/박탈 수준은 현저하게 낮은 울산 지역이 사망률 (그것도 손상이 아니라 암과 심혈관질환)은 유독 높은 현상을 어떻게 설명할 수 있겠느냐.... 대부분 납득 가능하다는 반응이었다. 공해도 굉장한데다, 엄청난 노동 끝에 뇌혈관질환 등으로 거동이 불편해진 노동자들 만나는게 그리 드문 일은 아니라는 것이다.  나도 의심은 했으나 지역 분들도 그리 이야기하시니 추가 분석을 꼭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역간 건강격차와 그 원인에 대한 탐구는 단지 지자체 선거용 의제로서가 아니라,

지역과 건준모가 두고두고 함께 논의해볼 문제인 것 같다.

 

일단, 이번 울산 교육에 대해 냉정히 평가해보고 

다른 지역에서의 교육 확산(?) 방안과 프로그램 수정에 대해 논의할 것!!!

 

 

 

#5. 서울 - 토요일

 

세미나 모임에 갔다가 웃긴(?) 이야기를 들었다.

 

지난 보건의료인 시국선언과 관련하여 복지부가 한의사협회에 선언자 신원확인을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는 것이다. 한의사협회에만 보냈겠나?  당연히 의협에도 보냈겠지 ㅎㅎ 아마도 국공립 기관에 근무하는 이들에게는 어떤 조치(?)를 취하려나보다...

 

그 이야기를 하고 칠레 사례를 살펴보는데...

피노체트 집권하고 나서 칠레의사협회가 아옌데 정권에 협력하던 의사들 명단을 넘겨주고, 적지않은 숫자의 의사들이 학살당했다는 내용이 나왔다....  허거덕이었다.............

 

며칠 전에...

일부 샘들과 보도연맹 사건 이야기를 하다가... 우리는 과연 예비검속에 의한 학살 대상일까 아님 회유와 전향의 대상일까 했을 때 내가 '당근 회유의 대상이죠' 했는데....

어쩜 그게 아닐 수도 있겠다 싶으니 등골이 서늘... ㅜ.ㅜ

 

이거 뭐.......

 

 

#6. 천안 - 일요일

 

올해 꼭 해야겠다고 결심한 일 중 하나가 건강생활 최저 생계비 관련 연구였다.

신체적, 정신적, 사회적으로 건강한 생활을 하기 위해서는 최소한 어느 정도의 물질적 조건을 만족시켜야 하는가.... 이를 통해 최저생계비와 최저임금에 대한 '통념'을 바꾸어보겠다는 것이 원대한 목표다.

 

물론 예비연구 성격이라 뚜렷한 결론이 나오지는 않겠지만,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간답게, 건강하게 살기 위해서 무엇이 '필수'요소인가를 정의하고 논쟁하는 과정 자체가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특히 한국사회에서 건강하게 살기 위한 노동시간의 단축, 그에 수반되는 최저임금 인상의 실질적 필요성 등을 강조할 수 있는 근거가 만들어진다면 금상첨화....

 

양적 분석의 결을 더할 수 있도록 소위 중산층, 서민층, 빈곤층 두 가구 씩을 뽑아

가계부 계측과 심층면접을 실시하기로 했다.

최저생계비 계측에 활용되는 대한민국 표준가구는 40대 초반의 남편과 30대 후반의 부인, 11살, 6살 두 자녀가 있는 집이다.

그런데....이런 집 찾기가 어찌나 힘들던지... (더구나 빈곤층에서는 이런 '정상' 가족 만나기가 더 힘들었다. 섭외를 도와주신 여러 분들께 감사!!!)

 

다행히 천안에 사는 친구네가 연구 취지에 공감하고 도와주기로 했다.

오늘 가계부 서식도 전해주고 감사 인사도 할 겸, 천안에 다녀왔다.

내가 며칠 시험삼아 써보니까 상세하게 가계부 기록하는게 쉽지 않다. ㅡ.ㅡ

이걸 한달이나 써달라고 하려니.....

그 수고로움을 감내해주겠다는 친구네 집에 정말 감사....

 

참가해주신 가구들, 그리고 아무런 보상없이 연구모임에 참여해주고 있는 공동연구자, 대학원생들,  경비를 지원해준 한국건강형평성학회에 진심으로 감사....

 

부디 사회에 도움이 되는 성과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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