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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4호> 한국산연 투쟁, 희망으로 함께하자

 

 

한국산연 투쟁, 희망으로 함께하자

 

 

 

작년 12월 15일, 제이티정밀지회 투쟁이 231일 만에 끝났다. 어려운 조건에서 시작된 투쟁이었기에, 해를 넘기지 않은 합의 소식에 지역동지들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제이티정밀 동지들에게 축하와 격려의 마음을 전했다. 그러나 한편으로는 이렇게 해서 또 하나의 노동조합이 사라지게 되는구나 하는 안타까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승리의 시작은 희망을 공유하는 것

 

제이티정밀 투쟁이 끝난 이후 지역의 많은 관심이 한국산연 투쟁으로 모아지고 있다. 동명모트롤, 한국공작기계와 함께 2010년 임단협이 끝나지 않은 사업장일 뿐 아니라, 제이티정밀과 마찬가지로 일본자본의 일방적 구조조정에 맞서 싸우고 있으며 자칫 자본철수까지도 예상되기 때문이다.

 

그런데 한국산연 투쟁을 바라보는 우리의 관심 속에는 과연 희망이 몇 %나 섞여 있을까? 혹 “시간문제일 뿐, 결국에는 이러이러하게 될 것이다”라는 패배적 판단을 미리 하고 있지는 않는가. 현재 노동운동의 침체된 현실 때문이든 주어진 조건의 어려움 때문이든, 희망을 품지 않은 투쟁은 승리할 수 없다. 그러므로 한국산연 투쟁 승리는 내가 가진 희망을 확인하는 것, 한국산연 동지들이 갖고 있는 희망을 공유하고 나누어 갖는 것에서 시작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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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2010년 12월 일본 1차 원정투쟁   

 

타임오프 뒤에 숨긴 인원축소

 

한국산연의 2010년 임단협은 다른 사업장과 마찬가지로 타임오프를 둘러싼 투쟁으로 시작됐다. 회사는 전임자 축소 요구와 함께 단체협약에 보장된 일체의 조합활동을 불인정하고 나왔다. 심지어 조합사무실 유지를 위한 물품과 지원비를 중단하고 컴퓨터까지 반납을 요구했다. 작년 7월 이후 전임자 임금을 지급하지 않았음은 물론이다.

 

그런데 자본은 이러한 강경책 뒤에 인원축소 계획을 숨겨두고 있었다. 이는 일본 산켄 본사 홈페이지에 한국공장의 일부 건물, 기계장치, 소프트웨어 등을 특별손실 처리한다는 2010년 4월 주주총회 결과가 공시되면서 드러났다. 이에 노동조합은 인원축소와 자본철수에 대비한 투쟁을 준비하고 회사에 고용보장과 관련된 교섭을 요구하였다. 그러나 회사는 끝까지 모르는 일이라고 오리발을 내밀다 9월 말 일방적으로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그 결과 130여 명의 조합원이 회사를 떠나고 현재는 80여 명의 조합원이 투쟁을 하고 있다. 회사가 이전보다 더 많은 액수의 희망퇴직 위로금을 제시한 것이 한 요인임은 분명하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을 통해 고용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희망을 갖지 못한 것이 더욱 근본적인 이유일 것이다. 그런데 조합원들에게 희망이 되지 못한 것은 한국산연지회일까? 아니다. 그것은 금속노조일 것이다.

 

2차 원정투쟁을 배수진으로

 

한국산연지회는 작년 6월 16일부터 회사 입구에 농성장을 설치하고 간부 순환농성을 하고 있다. 4조 3교대로 일하는 조합원들이 돌아가며 아침 저녁 선전전과 경영진 집 앞 촛불문화제를 하고 있고, 부산에 있는 일본영사관 앞에서 주 1회 집회도 하고 있다. 작년 12월엔 3박 4일 일정으로 1차 일본 원정투쟁을 다녀왔다. 예상대로 산켄 자본은 면담에 응하지 않았지만, 강력한 투쟁의지를 전달하고 향후 투쟁을 위해 일본 노동단체와 연대의 기초를 마련하고 돌아왔다.

 

한국산연지회는 조합원 고용을 보장하고 향후 구조조정을 하지 않겠다는 회사측 교섭위원 전원의 각서를 요구하고 있다. 그리고 2010년 임단협을 1월 안으로 정리하여 1차 투쟁을 일단락 짓고, 이후 물량확보와 LED 및 반도체 신규사업 투자를 위한 2차 투쟁을 준비한다는 계획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만약 회사가 1월 말까지 조합의 요구를 수용하지 않는다면 2월 8일부터 예정된 일본 산켄 본사의 개별주주 투자설명회에 맞춰 강력한 2차 원정투쟁을 할 계획이다.

 

한국산연지회는 1997년에도 한국에서 자본을 철수하고 인도네시아로 이전하려는 회사의 계획을 투쟁을 통해 막아낸 경험을 가지고 있다. 당시에도 인원이 대폭 축소되는 아픔이 있었지만 결국 투쟁으로 고용을 지켜냈고, 2002년까지의 어려운 상황을 이겨내고 2003년부터 다시 신규투자와 인원 확대가 가능했다. 물론 당시와 비교하면 노동운동의 상황 등 여러 가지 조건이 더 어렵지만, 한국산연지회는 끝까지 투쟁한다면 고용을 지켜내는 것은 물론이고 새로운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다고 확신한다. 2009년, 2010년 희망퇴직 한 조합원들이 비정규직으로 살아갈 수밖에 없는 현실도, 80여 명의 조합원들이 노동조합으로 단결하여 자신의 고용을 지켜내는 길을 선택하게 하는 한 요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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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작년 12월 14일 마산수출관리사무소 앞에서 열린 경남지부 확대간부 결의대회

 

지역연대의 중요성

 

한국산연 투쟁 승리의 관건 중 하나는, 사업장을 넘어 사회적 문제로 투쟁을 확대시키고 그 의미를 규정하는 것이다. 수출자유지역 외자기업들이 다른 사업장과 비교해 많은 위로금을 주는 것도 80년대부터의 투쟁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제이티정밀의 아픈 경험처럼 자본은 과거의 성과를 무력화시키기 위한 새로운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에 맞서 노동의 입장에서도 외국자본의 일방적인 철수를 막고 노동자의 고용과 생존권을 지켜내는 새로운 투쟁을 만들어내야 한다. 한국산연 투쟁이 그 첫걸음이 될 수 있다면 좋겠다.

 

투쟁을 확대시키고 사회적 의미를 부여하는 데 지역연대는 반드시 필요하다. 하지만 정해진 순서에 따라 지지방문하거나 철농에 함께하는 형식적 연대로는 부족하다. 현실은 어쩔 수 없을 것이라는 패배주의가 깔린 연대로는 더더욱 안 된다. 한국산연 투쟁의 의미와 전망을 함께 공유하자. 한국산연 조합원들이 가진 희망을 함께 나누어 갖자. 그것이 투쟁 승리를 위해 한국산연지회와 지역 동지들 모두에게 주어진 첫 번째 과제일 것이다.●

 

(2011년 1월 13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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