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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7호> 상설연대체, 또 반쪽 출발?

 

상설연대체, 또 반쪽 출발?

 

 

3월 17일 예정되었던 상설연대체 준비위 출범이 4월로 연기됐다. 상설연대체에는 민주노총, 전농, 전여농, 빈민해방실천연대, 한국청년연대, 한대련, 전국여성연대, 민주노동당, 한국진보연대, 사월혁명회, 추모연대, 전태일노동대학, 민주노동자전국회의, 민자통, 실천연대 등 20여개 단체가 참가한다고 한다. 노동전선, 사회진보연대, 사회당, 사노위, 전국노동자회, 전국학생행진, 다함께, 진보신당 등 그 동안 상설연대체 논의를 함께 해 온 좌파 단체들은 불참 또는 결정보류 입장이다. 그동안 상설연대체 논의에 참석하지 않았던 학계(민교협), 문화예술(민예총, 문화연대), 종교, 언론, 보건의료, 인권단체연석회의, 지역단체 등에 참가를 제안한다고 하지만 이들 단체들의 참석은 미지수이다.

 

한국진보연대의 한계 그대로 답습

 

결국 상설연대체는 ‘자민통’ 노선 중심의 반쪽짜리 민중연대체인 ‘한국진보연대’의 한계를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기존의 한국진보연대에 민주노총이 추가로 포함된 이상도 이하도 아닌 셈이다. 전국민중연대를 파탄내고 한국진보연대가 출범하는 과정에서 민주노총이 가입하지 못했고, 민주노총 대의원대회에서 여러 차례 한국진보연대 가입을 시도했으나 실패한 바 있다. 결과적으로 반쪽짜리 상설연대체 준비위 출범은 한국진보연대에 민주노총을 가입시키는 우회로에 불과한 것이 되고 말았다.

 

공동투쟁체인가 정치적 전선체인가

 

왜 지경이 되었는가? 2010년 4월부터 제단체 집행책임자회의와 대표자회의 등을 통해 상설연대체 논의를 해왔다. 상설연대체의 성격과 관련하여 좌파 단체들은 한국진보연대 등 ‘자민통’ 노선 단체들이 일관되게 추진해 온 ‘전선체’가 아니라 ‘느슨한 성격의 공동투쟁체’여야 한다는 입장을 제출했다. 이런 입장은 좌우를 불문하고 동의되었다. 그러나 목표와 과제에 대한 논의에서 첨예한 쟁점이 형성되었다. 민주노총이 제안한 목표와 과제는 상설연대체를 ‘느슨한 성격의 공동투쟁체’가 아니라 사실상 ‘정치적 전선체’로 규정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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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자유주의 세력과의 연대연합이 최대 쟁점

 

논란이 되는 과정에서 결국 ‘6.15선언 이행’문제와 ‘민주당 등 신자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대연합’ 문제가 최대의 쟁점으로 부각했다. 좌파 단체들은 지난 10여 년 동안의 노동자민중운동 과정에서 6.15선언 이행이라는 명분이 노동자를 탄압하는 신자유주의 세력과 손잡는 근거가 되어 왔다는 점에서 이를 과제에 포함하는 것을 반대했다. 이에 대해 ‘자민통’ 단체들은 6.15선언 이행을 빼자는 것은 통일운동에 반대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는 주장을 했다.

 

민중생존권 중심의 민중연대투쟁을 복원이 급선무

 

이런 상황에서 노동전선이 “약 1년간 준비위 기간을 갖고 민중생존권 투쟁을 중심으로 공동투쟁하면서, 쟁점 사항에 대해서는 준비위 과정에서 논의해 나가자”고 제안했다. 이어 좌파 성향 10개 단체 공동명의로 상설연대체 목표에 ‘통일운동’을 명기한 안을 제출했다. 그러나 ‘자민통’ 단체들은 ‘6.15선언 이행’을 명기하지 않으면 안 된다는 입장을 반복했다.

 

이 와중에서 4.19혁명회 등 ‘자민통’ 진영 일부에서 6.15공동선언 이행이 민주당 등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연대연합하는 근거가 될 수 없다는 의견을 제출했다. 이에 한국진보연대는 6.15선언 및 10.4선언 이행을 과제로 포함하는 대신 좌파 단체들이 우려하는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의 연대연합원칙을 구체적으로 명기하자는 입장을 제출하고, 그 구체적 안을 좌파 단체들이 제출해 줄 것을 요청했다.

 

이에 따라 좌파 단체들은 6.15선언 및 10.4선언을 과제에 포함하면서, “상설연대체는 민주당 및 신자유주의 정치세력과 연대연합하지 않는다. 단 특별한 경우에 노동자민중 중심성을 헤치지 않는 범위에서 사안별로 제휴할 수 있다”는 안을 제출했다.

 

민중진영 단결보다 민주당과의 연대 선택

 

그러나 한국진보연대, 민주노총 집행부 등은 ‘민주당’을 명기하는 데 반대했다. 그리고 이 최종안에 동의하는 단체들이 모여 준비위 출범을 일사천리로 진행했다. 이에 따라 결국 좌파 단체들은 상설연대체 ‘불참’ 또는 ‘참여 유보’를 결정하게 된 것이다. 2012년 총선과 대선을 앞두고 ‘민주대연합’이니 ‘공동정부’니 하는 것들이 추진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민주당과의 관계를 분명히 하지 않으면 상설연대체를 중심으로 하는 민중연대운동은 그 들러리로 전락하고 결국 파탄 날 위험성이 매우 높기 때문이다.

 

막바지에 제동 걸린 반쪽짜리 상설연대체

 

3월 15일, 평통사, 범민련, 현장실천연대, 사이버노동대학 등이 반쪽짜리 상설연대체 출범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민주노총 집행부와 한국진보연대 소속 단체들이 좌파 단체들의 의견을 받아들여 온전한 상설연대체가 출범되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 때문에 결국 출범은 일단 연기됐다. 이 단체들의 목소리가 받아들여진다면 민주당에 대한 선을 긋고 민중연대 확대․강화로 갈 수 있을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지난 1년간의 논의가 사실상 한국진보연대에 민주노총 가입시키는 것으로 끝날 것이다.

 

- 김태연 (노동전선 집행위원장)

 

※ <노동전선 회원소식지> 창간호 (2011. 3.)에서 옮긴 글입니다.

 

(2011년 3월 2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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