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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준비47호> 금속노조 경남지부 타임오프 적용 현황

 

금속노조 경남지부 타임오프 적용 현황

 

 

2010년 7월 1일 타임오프제가 시행된 이후 노동부는 매월 타임오프 적용현황을 발표했다. 그에 따르면 2010년 12월 말 현재 단체협약을 갱신한 100인 이상 사업장 1,878곳 중 86.5%(민주노총 사업장은 79.3%)가 법정고시 한도를 지켜 타임오프를 받아들였다고 한다. 그러나 금속노조의 주장은 정반대다. 금속노조는 임단협 의견접근을 이룬 131개 사업장 중 전임자를 축소하거나 타임오프를 따른 사업장은 5개에 불과해 “불법적인 타임오프는 이미 현실에서 무력화됐다”고 2010년 10월 14일 기자회견에서 밝혔다. 과연 두 가지 상반된 주장 중 어느 쪽이 진실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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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행유지의 내용과 방식

 

금속노조 경남지부 소속 사업장 중 2010년 단체교섭에서 전임자 관련 조항을 갱신 체결한 사업장은 24개이다. 이 중 전임자 수를 현행유지 한 곳이 19개, 축소된 곳이 5개이다. 이 결과로만 보면 80%에 가까운 사업장이 전임자를 현행유지 함으로써, 위에서 살펴본 금속노조의 주장이 사실에 가까운 것 같기도 하다. 그러나 보다 명확한 판단을 위해서는 현행유지의 내용과 방식을 구체적으로 살펴봐야 한다.

 

전임자를 현행유지 한 19개에 사업장에 대해 그 내용과 방식을 살펴보면 크게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다.

 

첫 번째 유형은 기존 단체협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여 갱신 체결한 곳으로 19개 사업장 중 4개가 이에 해당한다. 그런데 이 중 3개는 애초부터 기존 단체협약의 전임자 수가 타임오프 법적 한도를 넘지 않았던 곳이다. 즉 노동부 통계로는 ‘법정고시 한도를 지킨’ 사업장이면서, 동시에 금속노조 통계로는 ‘현행유지’ 사업장인 셈이다. 그리고 한 곳은 전임자뿐만 아니라 기존 단체협약의 모든 조항을 통째로 동결시켰는데, 이는 임시적일 수밖에 없다. 결과적으로 기존 단체협약 내용을 그대로 유지하여 전임자 수를 현행유지한 4개 사업장이 타임오프를 돌파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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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번째 유형은, 유급 전임자는 타임오프 법정 한도에 맞춰 축소하는 것으로 단체협약을 변경하되, 수당 신설, 기본급화 등을 통해 조합비를 인상하고 그렇게 마련된 돈으로 법정 한도를 초과하는 무급 전임자에 대한 임금을 조합에서 지급하는 방식이다. 19개 사업장 중 5개 사업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이 유형은 이른바 ‘기아차 모델’이라 불리는데, 명칭에서 알 수 있듯이 이 유형에 해당하는 5개 사업장은 모두 대기업 또는 그룹사에 속하는 곳들이다. 즉 이 유형에 대한 평가 이전에 이는 금속노조의 다수 중소규모 사업장에는 적용 불가능한 모델이다.

 

이 유형은, 전임자 수나 임금지급을 둘러싸고 이후에는 별다른 갈등이나 마찰이 생길 여지가 별로 없다는 점에서 어떤 면에서는 깔끔한 방식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다르게 표현하면 정부의 타임오프제 입법취지, 즉 노동조합 전임자의 임금은 회사가 아니라 노동조합이 스스로 지급해야 한다는 것에 정확히 부합하는 방식인 셈이다.

 

이 유형의 문제점은 무엇보다도 한 번 정해진 ‘유급 전임자−무급 전임자’ 틀을 다시 되돌리기는 어렵다는 점이다. 설사 노동법이 재개정되어 노사 자율결정으로 바뀐다고 하더라도 무급 전임자를 다시 예전처럼 유급 전임자로 바꾸는 단체협약 개정은 쉽지 않을 것이다. 대기업 그룹사의 노동정책이나 노-사 간 힘 관계를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세 번째 유형은, 노동부에는 타임오프 법정 한도에 따라 단체협약을 변경하여 신고하되, 실제로는 기존의 전임자 수를 그대로 유지하는 방식이다. 19개 사업장 중 10개 사업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앞의 두 번째 유형과 비교해보면, 이 같은 유형은 조합원 300명 이하의 중소규모 사업장 중에 노동조합이 조직력을 갖고 있는 사업장이 대부분이다. 타임오프 한도대로 전임자를 축소할 수도 없고, 조합원 수가 작아 기아차 모델도 불가능한 중소규모 사업장에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은 현실적으로 이 방법밖에 없다.

 

그런데 이 경우 서류 상 전임자 수보다 실제 전임자 수가 많게 되는데, 그에 따라 서류상 존재하지 않은 전임자에 대한 임금 지급 등 여러 가지 부수적인 문제가 발생하며, 그 과정에서 어쩔 수 없이 편법이 동원되기도 한다. 또한 노동부에서 현장 점검이라도 나오면, 노동조합 업무를 보고 있던 전임자가 연락을 받고 황급히 현장에 가서 일하는 척을 해야 하는 웃지 못 할 상황이 연출되기도 한다.

 

어쩔 수 없는 현실이라고 해도, 전임자 당사자나 그 상황을 바라보는 조합원이나 노동조합 활동이 어딘지 당당해지지 못하게 된다. 특히 조합원에게나 대외적으로 공개할 수 없는 노-사 간의 비공식 부분이 늘어나는 것은 장기적으로 노동조합의 민주적 운영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

 

또한 이 같은 일종의 ‘비정상적’ 상황이 얼마나 장기간 지속될 수 있을 것이냐 하는 것도 우려스러운 점이다. 2010년은 타임오프제가 ‘도입’되었다는 의미가 있고 그 진정한 효과는 앞으로 4-5년 동안 지속적으로 나타날 것이기 때문이다.

 

전임자가 축소된 경우

 

2010년 단체교섭에서 전임자가 축소된 곳은 5개 사업장이다. 이 역시 3가지 유형으로 나눌 수 있는데, 그 방식은 전임자 수를 유지한 경우와 거의 비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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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번째는 타임오프 한도 내로 전임자를 축소한 경우로 1개 사업장이 여기에 해당한다. 두 번째는 기존의 전임자 수를 일부분 축소하되 그 중 타임오프 한도 내에서는 유급 전임자로 하고 나머지는 무급 전임자로 한 뒤 조합비로 임금을 지급하는 경우로 1개 사업장이 있다. 그리고 세 번째는 역시 전임자 수를 일부 축소하되, 축소된 전임자 수도 타임오프 한도를 초과하므로 노동부 신고는 타임오프 한도대로 하고 실제로는 노-사가 별도 합의한 전임자 수를 유지하는 경우로 3개 사업장이 있다.

 

2010년 투쟁이 이후 미칠 영향

 

타임오프를 핵심 쟁점으로 한 금속노조 2010년 투쟁의 가장 큰 문제점은, 정부가 행정력과 법으로 강제하는 것을 금속노조는 개별 사업장이 각자의 힘으로 알아서 해결하도록 했다는 것이다. 그리고 각 사업장에 맡겨 둔만큼 구체적인 내용도 제각각이었다. 이 같은 금속노조의 대응은 이후 노동조합운동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

 

첫째, 가장 중요한 점으로 타임오프 도입 과정과 운영은 ‘산별 약화−기업별 강화’를 가속화 하는데 일조할 것이다. 타임오프 도입과정은 노동조합 존립의 중요한 내용인 전임자 문제를 결국 사업장이 알아서 해결해야 하는 과정이었다. 이 같은 과정은 결과적으로 금속노조 차원의 산별 구심력과 관장력을 약화시킬 것이다.

 

둘째, 민주노조운동의 고립화를 가속화시킬 것이다. 타임오프로 (그리고 곧 눈앞에 닥친 복수노조 교섭창구 강제적 단일화로) 인해 더 먼저, 더 많이 타격 받을 곳은 소규모 노동조합, 조직력이 약한 노동조합이다. 결국 타임오프와 복수노조는 소규모 노동조합부터 무너뜨릴 가능성이 높으며 그만큼 민주노조운동은 자칫 지금보다 더 ‘그들만의 리그’가 될 지도 모른다. 그리고 앞서 이야기한 ‘산별 약화-기업별 강화’와 ‘고립화’는 서로 밀접한 관련이 있기도 하다.

 

셋째, 타임오프제가 노동조합 활동에 끼칠 영향은 이제부터 4-5년 동안 시간을 두고 나타날 것이다. 그 시간 동안, 전임자 수를 현행유지 하되 노동부에는 타임오프대로 신고하고 별도합의서를 작성한 사업장에서 전임자 문제가 어떻게 변화되어 갈지 결정 날 것이다.

 

우리의 대응은?

 

그렇다면 우리는 도입된 타임오프제에 대해 이후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 노-사 자율결정을 다시 쟁취해야 한다고 주장은 하지만, 그것에 대해 얼마나 절실함을 가지고 있는가?

 

전임자 문제는 복수노조 문제만큼 조합원들의 피부에 절실하게 다가오지 않을 수 있다. 그러므로 타임오프에 대한 대응은 그 영향력이 구체적으로 발생할 4-5년 안에 복수노조 문제와 연결시켜 함께 대응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복수노조 관련 2011년 투쟁을 제대로 못하면 타임오프 문제는 되돌리기 매우 어려워 질 것이다.

 

그런데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에 대한 민주노총과 금속노조의 대응 준비는 현재 어떠한가. 모든 걸 각 사업장에 알아서 해결하라고 맡겼던 2010년을 되풀이하지 않을 방안을 가지고 있는가? 2012년 총선과 대선에서 야권단일화를 통해 민주연립정부를 수립해 법을 개정하자는 허황된(그러나 혹자에게는 유일하고 현실적인) 방안 말고 제대로 된 투쟁 계획과 결의가 절실히 필요하다.●

 

- 이김춘택(금속노조 마창지역금속지회)

 

※ 이 글은 2011. 2. 17. 진보신당 경남도당 노동위원회가 주최한 토론회 발제문을 요약한 것입니다. 발제문 전문은 아래 첨부화일을 다운받으면 볼 수 있습니다.

[복수노조시대현장활동토론회자료집.hwp (805.00 KB) 다운받기]

 

(2011년 3월 21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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