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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 속에서 결정된 2011년 투쟁방침
지난 2월 28일 울산 북구 오토밸리 체육관에서 금속노조 임시대의원대회가 개최되었다.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금속노조는 △20011년 임단투 방침을 원안대로 만장일치 통과시켰다. 아울러 △쟁의적립금 사용안건과 △쟁의적립금 전용 안건 역시 만장일치로 원안을 승인했다. 그리고 △재정안정화 대책은 2011년 9월까지 조합원 1인 1만원 납부를 결의하는 수정동의안을 통과시켰다.
그러나 △조직발전 전망 안건 심의 중 성원부족으로 유예되면서, △규약개정안 △불법파견 정규직화 투쟁계획 현장발의안 △불법파견정규직화투쟁 특별 결의문 채택 △이집트 노동자투쟁 지지 특별 결의문 채택 △대회 결의문 채택 등은 처리하지 못했다.
침묵 속 만장일치
임시대의원대회에서 결정된 내용중 핵심은 역시 2011년 임단투 방침이다. 그런데 임단투 방침은 아무런 문제제기와 토론도 없이, 아무런 수정동의안도 없이 원안 그대로 일사천리 만장일치로 통과되었다. 중앙교섭 유명무실화, 타임오프 개별대응 등으로 금속노조에 대한 조합원의 신뢰가 바닥까지 떨어진 상황과, 민주노조운동의 존립 자체를 무너뜨릴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시행을 앞둔 실로 엄중하고 절박한 정세를 생각하면, 이 같은 침묵 속 만장일치는 2011년 투쟁에 어두운 그림자를 드리우는 하나의 징후라고 할 수 있다. 침묵이 의미하는 바가 결정된 투쟁방침에 대한 공감과 동의, 그리고 실천의 결의가 아니기 때문이다. 우리는 침묵 속 만장일치의 실체를 지난 대림자동차 투쟁 때 지부파업을 결의한 경남지부 대의원대회에서 이미 확인한 바 있기도 하다.
(사진=금속노조)
복수노조, 이번에도 각자 알아서?
특히 임단투 방침에서 2011년 최대 현안인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관련해 그 절박성이 전혀 부각되거나 공유되지 않은 점은 가장 큰 문제다. 임단투 방침에서 복수노조 문제는 투쟁 목표에, 5대 투쟁과제에, 산별 공동요구에 빠짐없이 포함되어 있었지만 절박함을 반영한 투쟁계획은 찾아볼 수 없었다. 7월 초 시기를 맞춰 15만 총파업을 하자고 했지만, 그 총파업을 위한 공통된 요구로 복수노조 문제를 전면에 내걸지 않았다.
도대체 어쩌자는 것일까? 민주노총 지도부처럼 금속노조 박유기 집행부도 2012년 총선 승리(?)를 통한 법 개정을 현실적이고 유일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고 있는 것인가. 만약 2010년 타임오프 관련 투쟁처럼 2011년 복수노조 관련 투쟁도 총노동 전선이 아니라 각 사업장에서 알아서 대응한다면 그 결과는 실로 파괴적일 것이다.
진정성, 우리가 잃어버린
시행을 앞둔 복수노조 관련법과 민주노조 운동은 함께 공존할 수 없다. 교섭권과 쟁의권이 박탈된 노조는 살아남을 수 없다. 그러므로 복수노조 창구단일화 조항은 반드시 폐기해야 한다. 물론 금속노조가 처해있는 주객관적인 상황 때문에 단번에 해결하지 못할 수도 있다. 그러나 ‘장기적 과제’라는 말이 올해 해서 안 되면 내년에 해보고, 내년에 안 되면 또 내후년에 해보고 하는 식이 되어서는 안 된다. 올해 결사적으로 싸워야 내년에도 또 싸울 수 있는 것이다. 그리고 내년도 마찬가지다. 그렇게 하려면 당연히 그 과정에서 고통과 희생이 따를 수밖에 없다. 그리고 그 고통과 희생은 지도부가 앞장서서 감수해 나가야 한다.
2011년 진정으로 15만이 함께하는 총파업을 하려면 그 깃발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 폐기여야 한다. 진정으로 15만이 함께하는 총파업을 하려면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여야 한다. 그리고 조합원의 마음을 움직이려면 무엇보다 지도부가 진정성을 보여주어야 한다.
“진정성 있는 한사람의 힘이 어떻게 대중을 움직이고 그 힘으로 싸움을 이끌어가는 질 멀리서 다큐멘타리처럼 지켜봤죠. 자신이 지닌 힘을 가장 적절하고도 열정적으로 쓰는 법을 알았던 천사 김여진. 그 자신감의 근거는 진정성이었습니다. 우리가 잃어버린.”
- 김진숙 동지의 트위터에서
35미터 크레인 위에서 수많은 밤을 보내고 있는 한 노동자의 목소리에 금속노조 지도부가 제발 귀 기울일 수 있기를 소망한다.●
(2011년 3월 3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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