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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태로운 경남지부 집단교섭
흔히 경남지부는 금속노조의 축소판이라고 이야기된다. 금속노조 15만 중 단지 2만 조금 넘는 숫자만 중앙교섭에 참가하고 있는 것처럼, 경남지부 1만2천 중 집단교섭에 참가하는 숫자는 3천이 채 안 된다. 두산, 효성, 로템, 위아, S&T중공업, STX조선 등 이른바 대기업 또는 그룹사가 대부분 빠져있는 것도 금속노조와 닮았다.
15만 산별노조 출범 이후 시간이 갈수록 중앙교섭이 유명무실해지고 있다. 조합원들은 중앙교섭에서 어떤 내용이 다루어지는지, 무엇이 합의되었는지 별 관심이 없다. 이는 집단교섭도 마찬가지다. 아니 시기적으로 따지자면 집단교섭이 유명무실해진 것이 더 먼저다. 나름의 고민이 없는 건 아니다. 몇 년 전에는 집단교섭 참가 사업장만 계속해서 부담이 늘어가는 것 때문에 일부러 집단교섭 요구안을 최소화하기도 했다.
또 매년 임단투를 준비하며 집단교섭 교섭군을 하나로 할 것인지, 참가와 불참 두 개로 할 것인지, 확약서 사업장을 구분하여 세 개로 할 것인지, 아니면 그 이상으로 할 것인지를 놓고 고민하는 것도 같은 이유다. 교섭군이 나누어질수록 공동투쟁은 더 어렵지만, 교섭군을 하나로 하기에는 현실의 조건이 녹녹치 않다.
(사진=금속노조 경남지부)
형식마저 허물어질 수 있다
그런데 형식뿐인 집단교섭 그 자체도 자칫 잘못하면 허물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2011년은 매우 중요하다. 집단교섭에 참석하던 사업장이 어느날 갑자기 사용자단체를 탈퇴하고 불참을 선언하더라도 이제까지 경남지부는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 그런데 2011년은 복수노조 교섭창구 단일화가 시행되고 자본은 이를 기회로 금속노조 탈퇴 공작이나, 어용 복수노조 설립 등의 공격을 해올 가능성이 높다. 그리고 이 같은 공격이 현실화된다면 자칫 집단교섭 탈퇴로 이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지금과 같은 어려운 상황에서 한두 사업장이 집단교섭을 탈퇴하면 집단교섭 그 자체가 커다란 타격을 입게 될 수 있다. 물론 최악의 상황에 대한 가정이지만 그만큼 우리 앞에 놓인 현실은 어렵고, 또 그만큼 스스로 위기감을 가져야 한다.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집단교섭을 더 이상 껍데기뿐인 빈깡통으로 놔두어서는 안 된다. 내용 없는 집단교섭은 조합원의 무관심을 낳고, 결국 기업별 활동 강화로 귀결될 것이기 때문이다. 한편 교섭군을 나누어 불참사업장 또는 확약서 사업장끼리만 교섭을 해도 그 교섭이 내용적으로 의미를 가질 수 없는 현실이므로, 이제는 하나의 교섭군으로 집단교섭을 실시해야 한다.
물론 교섭군을 하나로 한다고 크게 달라지는 것은 없다. 결국 가장 중요한 것은 조합원을 움직일 ‘하나의 요구’다. “구슬이 서 말이라도 꿰어야 보배”이듯이 하나의 그릇(교섭군)에 담아 놓은 구슬을 하나로 꿰는 실과 바늘(요구)이 있어야 한다.
무엇을 요구할 것인가? 어떤 요구로 경남지부 1만2천 조합원을 하나로 움직일 것인가? 그것이 2011년 집단교섭의 성패를 좌우할 핵심이다.
3월 16일 경남지부 임시대의원대회까지 시간이 많지 않다. 조합원들과 토론하고, 현장활동가들이 함께 고민하여 2011년 집단교섭을 관통할 하나의 요구를 현장에서부터 만들어내자.●
(2011년 3월 3일 발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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