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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신항 파업'으로 구속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에게 지지와 연대를
2010년 7월 21일부터 4일 동안 인천 신항 컨테이너 터미널 공사 현장에서 일하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180여 명이 형편없는 식사와 휴식시간도 없이 몰아붙이는 장시간 노동에 항의하며 파업 투쟁을 벌였다. 태흥건설산업이라는 건설 하청업체에 소속된 이주노동자들은 지상에서 수십 미터 떨어진 고층에서 일을 하다 식사 때가 되면 아래로 내려와 계단 밑에서 밥을 먹었다. 사람은 많은데 장소는 비좁다 보니 당연히 기다리는 시간은 길어졌고 늦게 먹는 사람들은 식사 하기가 무섭게 현장으로 올라가 일을 해야 했다. 그 때문에 노동자들은 점심시간에 잠시라도 쉬고 싶어 식사 시간 몇 분 전에 내려와 줄을 섰다. 그런데 회사는 그 몇 분이 아까워 현장에 경비원들을 두고 이주노동자들을 통제했다. 게다가 지급되는 음식마저 형편없었다. 밥과 반찬은 한 가지밖에 안 나왔다.
파업 규모가 커지면서서 피해가 커지자, 회사는 파업에 가담한 이주노동자들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소했다. 사건을 접수한 경찰이 '파업 주동자'를 잡기 위해 수사망을 좁혀왔고, 파업에 참가했던 이주노동자들은 곧 계약 해지가 되어 다른 현장으로 떠날 수밖에 없었다. 불만이 있어도 꾹 참고 노예처럼 일해오던 이주노동자들이 건설 현장을 마비시키는 대규모 파업을 벌이자, 이에 놀란 건설 자본과 경찰은 한통속이 돼서 파업의 여파가 다른 곳으로 확산되는 걸 막기 위해, '뿌리 뽑기'식 수사를 하고 있다. 이 사건을 처음으로 알린 남양주시 이주노동자 후원단체 '엑소더스'에 따르면 지금까지 30여 명의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이 경찰에 잡혀갔다고 한다.
구속노동자후원회 활동가들은 정확한 구속 상황을 파억하기 위해 5월 13일 인천구치소를 방문했고, 파업에 참여했던 베트남 이주노동자 10명이 그곳에 수감되어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 구속된 이주노동자들은 다음과 같다. (응웬반트엉, 응엔흐우남, 잔반융, 응오반담, 팜민냑, 팜방떠이, 응엔딘꽁, 전반띠엔, 응엔딩디엔, 잔반콴)
이들 가운데 팜민냑, 잔반융, 팜방떠이 세 분을 면회했다. 구속된 이들 대부분이 한국에 머무른 기간이 얼마 되지 않아 한국말을 잘 몰랐다. 다행히도 우리가 면회한 잔반융, 팜방떠이 씨는 한국에 머무른 지 3년쯤 된 노동자들이라 어느정도 이야기를 나눌 수 있었다.
구속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한국의 형사 절차를 잘 모르는데다, 아는 사람도 없고 말도 통하지 않기 때문에 극도의 불안과 긴장감 속에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었다. 이들은 대부분 이십대 청년들이다. 베트남에 부인이 있다는 스물여섯 살의 팜방떠이 씨는 도와주러 왔다는 말에 기뻐하면서, 다른 건 필요 없고 "빨리 나가게 해 달라."라고 거듭 말했다.
파업을 통해, 노예와 다를 바 없는 노동조건 속에서 착취당하는 건설 현장 이주노동자들의 현실이 폭로되었다. 검찰과 경찰이 지금 처벌해야 할 대상은 이주노동자들이 아니라 이윤에 눈이 멀어 그들에게 인간 이하의 노동조건을 강요한 건설업체 사장들이다. 죄 없는 이주노동자들은 즉각 석방되어야 한다. 더 나아가 이주노동자들의 노동기본권을 침해하는 야만적인 고용 정책은 없어져야 한다.
노동자의 권리를 지키기 위해 정당하게 투쟁하다 구속된 베트남 이주노동자들은 우리의 동지다. 한국 노동자들이 이 문제에 관심을 갖고 그들과 함께 싸우기 위해 힘을 보태야 할 때다.
- 이광열 (구속노동자후원회 대표)
※ 구속노동자후원회 소식지 <구속노동자> 제58호 (2011. 5. 13)에서 옮겼습니다.
<관련기사 보기>
* 베트남 노동자는 "밥좀 편하게 먹자"고 요구했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news&nid=61966
* 베트남 건설 이주노동자 파업은 정당하다
http://www.newscham.net/news/view.php?board=jinbo_media_04&nid=61835
* 파업 베트남 노동자들, 이젠 강제퇴거 위기
http://www.hani.co.kr/arti/society/society_general/48436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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