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간만에 공부방 아이들을 가르치며....!!

  • 등록일
    2005/03/24 23:34
  • 수정일
    2005/03/24 23:34

간만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난 몇년동안 해오던 일이라 뭐 새삼스러울 것 없겠거니 하고 시작한 일이지만

막상 아이들 앞에서 칠판에 못쓰는 글씨 써가며 악을 쓰다보면

아 ! 아이들이 바뀐 만큼 가르친다는 것도 나날이 바뀌는 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대학을 중간에 관두고 부터

어언 7년이 넘게 공부방과 인연을 맺어 온것같다.

최근 한옥을 배운답시고 잠시 떠나기 전까지

몇년동안 매주 아이들을 접하다 보니 은연중에 습관화되어버린 가르친다는 일들이

이렇게 몇 개월 쉬고 나서 다시하려니 감회가 새롭다고나 할까 ?

 

이번에 가르치는 아이들은 중1 아이들이다.

배우는 아이들이 총 7명인데

그 중 두 놈은 5학년때 가르쳤던 아이들이다.

 

5학년때는 나를 무척 무서워 했던 것 같더니

이젠 수업시간에도 곧잘 나를 무시하고 딴짓을 일삼는 것이

아마 그만큼 나란 놈과 익숙해져서일까......!!

온갖 협박과 공갈에도 전혀 무서워하질 않아 수업 집중도가 떨어지니 원.....쯧쯧

 

그래서 오늘은 특단의 조치를 취했다.

수업끝나고 라면끓여주기.....?....헤헤헤

 

아이들에게 최고의 보약은 역쉬 라면이다.

이건 거의 7년이 지나도록 변하질 않는 것 같다.

 

가르치는 것이 수학이라서 그런지

 

경만이란 놈은 2시간 수업 중 30분은 지각 30분은 졸고 30분은 딴 질문만하고

마지막 30분은 하기 싫다는 것을 온 얼굴에 다 나타내며 안절부절.....

 

혜림이는 이젠 지가 무슨 성인줄아는지 온통 새침시침삐침의 도사가 되어서

조금만 농담해도 토끼눈을 하고 흘켜보기 일쑤다.

수학문제 질문하라면 온통 남자애들 이야기만 질문하고 그 질문꺼리마저 떨어지면

괜히 샌티해져가지구 날 당황시킨다.

 

그렇게 한 2시간 가량 수업을 하다보면

점차 수업에 재미가 붙어가고 그런 재미가 붙어갈 쯤 수업이 끝난다.

이때 괜히 욕심부려서 수업을 더 끌고 나가면

바로 반격이다.....!!

 

영광이 녀석 1시간 30분이 지나가면서

노골적으로 졸기 시작하고

칠판에 나와서 풀어보라고 하면 다들 자기네 끼리 서로 킥킥 거리며

뭐가 좋은지 연달아서 웃음보가 터진다....!!

 

야 ! 다들 왜그래 ?......하면

선생님 시간이 많이 지났는데요 ...?....에휴......헤헤헤

 

내둥 가만있던

영임이가 한마디 하는 것으로 수업은 끝이다.

 

생각해 보면

아이들은 별반 다르지 않은 것 같기도 하다.

다들 착하고 다들 자신들의 고유세계가 있고

내가 아이들에게 해준 만큼 꼭 그만큼 나에게 다가선다.

 

괜히 선생이 되어가지구 우쭐대면

아이들도 자기네도 사람이다 라는 식으로 우쭐대며 개기고

그래 내가 잘못했다. 니들 최고다 해주면

지네들도 나를 최고다 라고 해준다.

 

뭐 이 정도면

어디 내놔도 다들 훌륭한 놈들이 될것같다....!!

다만 아쉽다면

아이들이 자기 부모님들 아니면 자기 가족들 아니면

주위 이웃들에게 사랑 좀 받기를 바라는 정도랄까 ?

 

오늘 한 놈이 라면먹다말고 재미나는 이야기를 한답씨고

지네 아부지는 좃까고 맨날 술쳐먹고 지랄이란다.

술만 쳐먹으면 자기가 밥먹는 것 같고도 지랄이란다.

 

다른 아이도 다들 동의하는 것으로 보아

뭐 다들 그런가 보다.

 

이런 이야기 나올땐 괜히 어른이랍시고 혼내키면 더 난리다.

그렇다고 모르는 척해도 더 난리다. 

대게는 나의 반응을 보기위해 아이들이 짐짓 싸움을 거는 것이고

이럴때 잘하면 점수를 왕창 따는 것이다.

 

그래서 나는

" 야 ! 먹을때 지랄 좀 하지말고 먹어라 !

먹을때 그런 애기하면 라면 뿐다. 자식들아...!...

라면은 자고로 주변에서 폭탄이 터져도 짐짓 못들은 척

 태평하게 먹어야 제 맛이다 알았냐 ?" ......헤헤헤

 

아이들에겐 그들만의 세계가 있다.

그리고 내가 아무리 이해한다고 해도 그들만의 아품이 있다.

그저 옆에서 라면 안뿔케만 해주어도 좋아하는 아이들이다.

뭘 더 말하겠나.....!!

 

아이들은 어른이

특히 나같은 소위 가르친다는 사람이

지나치게 자신들을 이해하는 척해도 금새 뛰쳐나간다.

그리고 너무 무관심해도 마찬가지로 뛰쳐나가는 것 같다.

그저 옆에서 라면이나 같이 먹어주고

자기들 이야길 들은 척 못들은 척 해주는 것이 딱이다.

지난 7년여 동안 공부방 하면서 는거라고는 이런 눈치다.

 

뭐 어차피 내가 정식 선생도 아니니

그저 같이 어울려줄 수만 있어도 좋겠다는 생각이외에

내가 더 특별한 생각도 하질 않지만 말이다.

 

아이들 대다수가 이런저런 가정의 문제가 있고

그런 가정의 문제를 내개 해결하거나

아이들의 부모들을 바꾸어 줄 도 없으니 더더욱 말이다.

 

다만 이런 아이들 곁에서 오래 있다보면

아이들 스스로 잘 극복하고 자기들의 삶을 산다는 것을 믿는 다.

 

이제까지 공부방을 다녔던 저 애들의 선배들을 봐도

지금은 어느 공장에서 혹은 어느 학교에서 다들 잘 지낸다.

더 이상 부모님들때문에 방황하거나 미치지 않고도 잘 지낸다.

뭐 그정도면 되지 않겠나....!!

 

학범이 놈은 군대가서도 양아치 짓하고 있지만 지 실속은 잘차리고 있고

승영이는 학교에 아르바이트에 정신없고

미애는 이젠 취업공부에 거의 목숨걸고 있고

새롬이는 드디어 취업되어 힘들지만 열심히 돈 벌고 있고

우영이는 이번에 드디어 충북대에 들어갔고

기준이 놈은 실습나가 있고

이름도 가물가물한 영태 놈은 신부된다고 신학대학에서 뺑이치고 있고

쌍둥이 애들은 전문대에 합격했다니 잘되었고..

거봉이는 아직도 아르바이트 돈버는 재미에 빠져 있다고 하고....

뭐 다들 사람들 사는 것 만큼은 살고 있으니 뭘 더 바라겠나....

 

(..흑흑..다만 이놈들이 아직도 술값을 나보고 내라는 무지막지한 어거지를

쓰고 있다는 것은 약간 문제군....흑흑...나두 백순데 말이다....?...헤헤헤)

 

생각해 보니

졸업한 아이들과 술 안먹은 것도 거의 한 달이 지나가는 것 같다.

다음주에는 졸업생 아이들이나 집합시켜서 술이나 한잔 해야겠다.

남자애들은 거의 군대에 가있고

이젠 여자애들만 남아서 뭐 술을 많이 먹지는 않겠지만 말이다.

자식들 잘 지내나.....?

그러고보니 이노무시키들 싸가지가 없군

내가 연락하기전엔 술자리를 만들지 않는 것을 보니...에이 나쁜 놈들...?..헤헤헤

 

여하튼

간만에 공부방 수업을 하니 좋았다.

다음주에는 시험이란 걸 봐서 애들이나 골탕먹여볼까나....?...헤헤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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