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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2/20 20:08

재밌당 (^^);;

 

 

소스는

http://www.cardcafe.co.kr/up/chacard/songs/allsongs/rea.swf" width="350" height="263">

이렇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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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20 20:08 2004/12/20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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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2/17 18:37

* 이 글은 야옹이님의 [덧붙여] 에 관련된 글입니다.

1.

 

   있잖아. 잊고 싶으면 잊어.
   근데 만약에, 혹시라도, 잊혀지지 않으면,
   두려움만 남기지 말고 분노도 함께 남겨주길 바래.

 

이 말은 얼마전 dalgun 이 택시기사랑 싸웠다길래 그 글 읽다가 남긴 덧글이다.
아직까지는 이게 제일 그럴 듯해 보이는데, 피곤하다.
분노를 품으면 피곤하다.
하지만 품지 않으면 내 자신이 사라진다.
그래서 별 수 없이 이렇게 산다.



2.

 

내가 당한 가장 오랜 기간동안의 성폭행은 고등학교 3년간 타고 다닌 2호선 지하철안이었던 것 같다. 그때를 생각하면 당하지 않은 날을 꼽는게 쉬울 정도다.

 

근데 사실 그 당시에는 굉장히 둔감하게 살았다.
누구한테 말한 적도 없었던 거 같고, 상대방을 노려보는 것조차 못했던 거 같고...
왜?
일일이 따지고 대응하면 인생이 더 피폐해질만큼 일상적인 현상이었으니까...

 

마치 엄청난 악몽을 꾸고 나면 꿀 때보다 잠 깨서 되뇌일때 더 공포스럽듯이,
지금 되새기면 스스로 자살행위라도 도모한 기분이 들어
자신에게 미안해져서 되도록 구체적으로는 생각 안하고 산다.

 

가끔 여자들끼리 대화할때 분노가 고양되어 자신의 피해 사실을 엄청난 속사포로 말해버릴때가 있다.
그저 '이렇게 잘 버티며 살아왔어요!', '자신을 많이 죽이고도 살아남았어요' 라고 자랑거리 늘어놓듯 얘기할때에도
열심히 말해버리고 난 후, 내가 한 말에 놀라 상처받기는 매한가지, 거의 매번 후회한다.

 

가끔 남자들한테 들으라고 이야기해놓고도 또 후회한다.
듣고나서 혹시 '세상살기 힘들다'고 말할까봐...
(남의 감정까지 책임지려 하다니, 이런 쓸데없는 짓을...-_-;;;)

 


3.

 

태생적으로 둔한데다가 감상적인 성격도 아닌데, '난 정말 예민한가?'에 대해 고민한 적이 있었다.
바로 azrael 님이 겪은 '지나친 피해의식 아냐?'라는 말을 받았을때...

 

근데 뭘 고민한걸까?
피해받았기 때문에 의식이 생긴 건 정말 확실한 사실인데...

 

문제는 그놈의 '지나친' 때문인가?

이래뵈도 '사회생활 열심히 하자 주의'라서
'무엇에 분노할 것인가?', '얼마나 분노할 것인가?'부터 열심히 고민은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와중에도 가감없이 분노스러운 건 하나 있다.
잘못은 누구나 할 수 있다. 나도 참 많은 사람에게 피해주며 산다. 인정한다.
그런데 그걸 상대방의 피해의식으로 치환해주면 곤란하지 않은감?

 

그렇지 않아도 쌓여온 분노를 자르고 조절하느라 쉽지 않다.
남자들은 간혹 '적으로 돌리지 마라'라고 말하는데, 경계찾기 무쟈게 어렵다. (이것도 인정한다)
잘 조절이 안된다.

 

어렵다.

자기 권리의식도 찾아야 하고,

적절히 예민한 얼굴로 문제의 지점도 찾아야 하고,

찾으면 어떻게 해야 할지 고민도 해봐야 하고,

그 수위도 고민해봐야 하고,

분노를 조절하면서 두려움도 조절해야 하는데 쉽지 않고,

가끔 둔감하게 살던 잿빛 시절로 돌아가고 싶어도 이젠 생존의 문제로 목에 걸려와 그럴수도 없고...

 

나도 없는 그 따위 세상, 더이상 살 수 없기 때문에...


어렵다. 어렵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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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7 18:37 2004/12/17 18: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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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2/14 21:42

얼마전에 cheguevara 님을 만났다.

 

이주노동자가 많은 공장 지역에서

초등학생들의 방과후 교육을 맡은 보육노동자인 그녀는

아이들과 함께 그 지역 이주노동자단체 방문한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있잖아. 갔다 왔더니 애들이 '이젠 안무서워요', '다음에 보면 인사할거예요'라고 하더라".

 

애들이 무서워해왔던 게 뭐냐고?

바로 이주노동자 다...

 

아직은 때묻지 않은 순수한 존재이길 바라는 그 나이에도,

벌써 '뭔가 다르다'(근데 뭐가 다르지?) == '이상하다, 틀리다, 나쁘다, 아름답지 못하다'고 생각해버리고 만다.

그래서 결국 '이놈의 세상을 바꿔야 (다양한 의미의) 인권보육이라는 말을 입에라도 담아볼텐데'하고 고민하게 만든다.

그러면서도 가슴아픈 어른들의 초라한 노력의 산물인 작은 경험도 순수하게 받아들여주는 아이들의 모습에 약간의 희망을 걸어보게도 한다.

역시 사람이 사람을 본다는 것은 가장 훌륭한 인생의 해답중 하나일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몸서리처지게 통감하게 되는 분명한 사실,

우리나라는 지독한 인종차별 국가다.

 

 

한 아이가 한 이주노동자에게 물어봤다고 한다.

한 아이 : "아저씨, 소원이 뭐예요?"

한 노동자 : "한국에서 오래오래 사는거"

 

나는 내 나름의 망상으로 cheguevara 님의 글을 기다린다. 

아이들과 지내면서 매일 새롭게 깨닫게 되는 어른들의 추악한 세계를 보여주지 않을까?, 내가 모르는 세계를 알려주지 않을까?

cheguevara 님, 아뒤도 그럴싸하게 만들어놓고는 넘 하십니당~!

체, 쳇~!

 

(설마~! 한 줄은 쓰겠지~!

나의 망상은 머리속에서 제껴도 무방합니다요.^^;;

부디 몇포스트만...[결국 비굴모드로 전환되었음 -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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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4 21:42 2004/12/14 2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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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2/11 18:50

* 이 글은 달군님의 [구출작전] 에 관련된 글입니다.

한참 달릴때라도 표지판 잘 살펴볼 것~!

 


 

 

(* FILM2.0 의 아방가르드 기사 보다가 흉내내기 해봤지요..^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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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1 18:50 2004/12/11 1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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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2/11 17:49

 

겨울이예요. 별로 춥지도 않을 것 같고요.

따뜻하고 행복하게...^__^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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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1 17:49 2004/12/11 17: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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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2/10 14:39

요즘 국가인권위 포스터, 예뻐요.

 

[차이를 차별할 순 없어요]라는 포스터가 예쁘길래 스캔받아봤어요. 대략 이런 얼굴들이 잔뜩 모여 있는 포스터였죠.



 





 

 

 

 

 

 

 

 

 

 

그림들은 마음에 드는데, 문구는 마음에 드는 것도 있고 아닌 것도 있어요.

 

근데요. 이건 무슨뜻인지 잘 모르겠어요.

'미국 좋아하는 금발을 차별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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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2/10 14:39 2004/12/10 14: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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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1/28 01:07

정리를 위한 포스트, 까먹기전에 적어놓는 포스트, 남들에겐 무의미한 포스트, 나에겐 연결고리를 찾는 거 비슷한 의미를 갖는 그런 이상한 포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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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통 노조는 전투조직 비스무리하게 취급받나보다.

하긴 노래에도 나오는데 뭐... "자본가 개** ~"

 

그러다가 도대체 '적이 누구냐?' 에 대해 신경을 많이 쓰게 되었는데...

첫째,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되, 적부터 모르기 시작한다면 패배란 자명한 것 아닌가?

둘째,

무엇보다 몸담고 있는 분야가 공공서비스 부문이다 보니 고민이 심화되었는데,

왜냐? 실물적으로 따지면 주'적'이 (자본이라기 보다) 국가 아닌가?

 

그래서 말인데 사실 다른 부문 노동자와 약간 차이가 있는, 특별한 뉘앙스를 가진, 매우 의미!있는 노동으로 스스로를 규정하는 경우가 있다.

같은 노동도 mind setup 을 이런 식으로 함으로써 자신의 자존감을 더 높이고, 차별성을 추구하는 것이다.(써놓고 보니 약간 가증스럽네...)



사실 공공재 서비스에 종사하는 노동자에게 있어서,

국가는 주 "적"이자 협상의 대상이자 우리가 체계화시키고 싶은 대상이라고 생각한다.

그리하여 나는 보육노동자에게 언제나 이렇게 말해왔던 것 같다. "원장과 부딪치시라는게 아니고요. 국가에게 요구하자는 거죠."

 

그러다가 ‘국가주의를 타파하자’는 소리를 어디선가 들었는데, 그때부터 잠시 고민이 되었다.

물론 화자가 말한 국가주의 타파는 '일국가적 사고', 더 들어가 '단위노조적 사고'를 타파하고, 보다 광대한 시각과 전망을 가져보자는 맥락으로 읽힌다.


그러나 현실적 상황을 살펴봐도 분명

자본은 항상 국내, 국외를 불문하고 총자본이라는 전세계적 패러다임으로 말하고 대응하고 있으며,

이러한 과정에 내재된 신자유주의 확산에 있어서도

국가는 시장의 자율성 수호와 일반 사회 통제를 위한 신보수주의 체제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본과 권력의 화려한 공조는 더 이상의 콤비플레이가 없을 정도.

 

그러다보니 최근 '국가간 FTA와 (국가내) 공공부문강화의 필요성'에 대한 글들을 읽다보면

신자유주의의 공세에 맞서 노동계가 공공부문을 ‘신자유주의 저지 전략’중 하나로 채택한 느낌을 받기도 한다.

한마디로 신자유주의라는 무법지대에서 공공부문부터라도 지켜보자라는 느낌.

 

그렇다면 결국 내가 생각하고 있던 기존의 공공노동자들의 주‘적’은 일 국가를 넘어서 총자본에 이르고 있는 것이 아닌가?
물론 1차적으로는 단위 사업장의 사용주, 정부 자치단체장, 국가를 선상에 두는 것이 당연한 일이겠으나,

보다 더 나아간다면 결국 공공노동자 역시 총자본이야말로 진정한 주‘적’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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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시 다써놓고 보니 뱅뱅 돌다가 원점으로 돌아온 느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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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28 01:07 2004/11/28 0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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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1/24 18:07

어제 공공연맹 사무실에 갔다가 건대입구역에서 거리 선전전한 이야기를 들었다.


"오히려 고등학생은 받는데, 대학생들은 관심이 없어!"
"거기 크게 [총파업]이라고 쓴 거보더니 내민 손 다시 거두더라고..."

 

이런 모습에 기운이 빠지다보면,
'그래 모두들 비정규직이 되어봐야, 지금보다 더 고생해봐야, 그래야 일어나지'하는 나름대로 사악한 생각이 떠오를 수도 있다.



총파업!

 

노조에게 있어서 최고이자 최종 무기.
그만큼 얼마나 험난한 길이던지?

아무리 세월이 좋아져도 파업하면 간부는 감옥행, 노조는 손배가압류의 위협이 닥쳐온다.
만인를 위한 구호라고 적어놔도 언론이 '임단투'라고 한마디로 정리해버린다.
같은 현장의 노동자에게 외면당하기도 하고, 일반인의 무관심에 치가 떨리기도 한다.
잘못하면 선배의 자랑찬 노동운동의 길을 쇠퇴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을 수도 있다.

 

엄청난 희생과 모험심이 동반되는 행동, 그러나 조합원의 단합된 결의가 반영되는 그 행동.
그리하여 노동조합의 조합원이라면 '총파업'이라는 단어에 가슴 벅차하지 않을 수 없을거다.


 

내가 실업자라면?

 

한편 내가 실업고생이거나 대학교 4학년생이거나 청년실업자라면 어떨까?

 

'총파업? 좋겠다, 누구는.. 파업할 직장도 있고...'

 

공공연맹이 사심없이 내민 총파업 선전물에 담긴 의미는
졸업후 평균 2.5년을 놀아야 하는 청년실업자에게도 진심으로 전달될 수 있을까?
어쩌면 그들에겐 무심코 던진 돌이 되진 않을까?

 

선전물 위로 '비정규직 확산막는 비정규직 보호하는'이라는 문구가 보인다.
차라리 더 선정적이고 누구에게나 실질적인 문구는 어떨까?
'정부는 고용창출 보장하라'
'비정규직 없애자'
'비정규직 인건비를 정규직 인건비보다 높여라'
(음... 역시 난 카피맨은 안돼. 누가 멋지게 꾸며줘봐요~!)

 

그 선전물, 노조원의 심금을 울릴 수 있으되 일반인의 심금을 울릴 수 있을런지, 거리 선전이라는 방식이 유효했는지, 의문이 든다.

 

사람을 보고 사람에게 하는 선전,
그 사람이 무슨 생각을 하고 사는 지 고민한 다음 그에 맞게 하는 선전,

촌스러워도 사람을 움직일 선전,

그리하여 총파업 이라는 붉은 글씨의 뜻이 무너지지 않을 선전...
어렵다....... (_-_)


누구나 고개 끄덕일 구호

 

때론 두루두루 살펴보고 그에 맞는 선전의 방식을 고민하는 것도 중요하겠지만,

누구나 함께 나아갈 수 있었던 구호, 함께 외칠 수 있었던 구호를 통해 대동단결하는 것이 정석 아닐까 싶다.

 

새삼 87년 '인간답게 살고 싶다'라는 구호의 힘이 느껴진다.

한편으론 여전히 유효한 구호 같기도 하다.

대한민국이 곧 선진국될 거라고 뻥치는 사회에,

인간적 대접을 하는 양하면서 절대 인간 대우 받지 못하는 사회에서
다시한번 '인간답게 살고 싶다'고 외치면서 '인간답게' 사는 것이 무엇인지 함께 고민하는 것.

 

나름대로 운동한다는 노조 역시 자신의 틀을 뛰어넘고, 단위노조의 이해를 뛰어넘어, 하나의 '민중'으로서 고민하고 실천하는 생각주머니를 가져보고 싶다.

 

* 이글은 아래의 미참 기사보다가 쓰게 되었죠.^^

-"이거받아가셔야 합니다" (http://media.jinbo.net/news/view.php?board=news&id=31439)

 


진보블로그 공감 버튼트위터로 리트윗하기페이스북에 공유하기딜리셔스에 북마크
2004/11/24 18:07 2004/11/24 18: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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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1/16 14:31

사람은 참 간사한지라... 보육노조(준)의 하루주점 광고 실린 것이 기뻐 [일터]를 잡고 훑어보고 있다. 그 중에서 영화 이야기가 있길래 눈길이 멈췄는데, 영화 [귀신이 산다]를 보고 쓰여진 칼럼이었다.


귀신이 나오면서도 호러가 아닌 코미디라는 건 예고편만 봐도 알듯. 그리고 몇몇 관람자들의 "너무 지겨웠다"라는 감상평과 평론가가 준 모자란 별 개수를 세고 나면 이 영화와의 인연은 영원히 바이바이~!

 

그러나 [일터]의 칼럼이 들려준 영화이야기는 일반인이나 평론가가 들려주는 영화평과 전혀 다른 것이었다. 그 영화에는 10년을 벌어도 빚을 져야 겨우 섬 귀퉁이 집 한 채를 얻을 수 있는 대한민국 주택 문제의 현실과, 떠돌아다니는 귀신을 통해 해마다 수많은 인명이 죽어나가는 죽음과 골병의 조선소 노동자들의 현실이 담겨져 있다. 덤으로 현재 조선소 노동자들의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 투쟁의 단편까지도...

 

비정한 세상에 태어나 산 목숨이 아닌 죽은 자의 모습으로 영화의 조연이라는 자리에 잠시 얼굴 비춘 그들을, 바로 [일터]가 발견했다. 언제나 노동자의 안전과 건강을 고민하고 살펴보는 자만이 볼 수 있는 한결같고도 참신한 시선.
이러한 시선이 존재하기에 건강을 잃고 직장을 잃고 가족을 잃고 목숨을 잃었던 자들의 의문이 밝혀지고 해결될 수 있다.



귀신이 산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편집위원 신상도



“차승원은 역시 웃겼다. 하지만 영화는 정말 너무 한심해서 웃음이 나왔다. 처음에 괜찮다 싶던 영화가 되도 않는 설정에 기가 막히고 2시간 남짓한 시간이었는데 시간 더럽게 안 갔다. 너무 지겨웠다. 빨리 끝나기만을 바랬다. 정말 초등학생용이었다.” (ID: kwave12, naver 영화게시판에서)

영화 <귀신이 산다>를 보고 나온 네티즌들의 비평은 험담에 가까웠다. 아마도 코믹영화가 갖는 근본적인 한계인 과도한 설정, 인위적인 해프닝, 현실을 도외시한 결론 등 다양한 문제들이 영화 비평가들이나 영화를 좋아하는 네티즌들에게는 조잡하게 보였을 수 있다. 그러나 <귀신이 산다>는 영화 기획사의 엄청난 광고와 홍보 덕택인지는 몰라도 1달 동안 267만 명이 관람함으로써 흥행에 성공하였다. 비록 유치한 코믹 영화이지만 <귀신이 산다>가 담고 있는 비교적 진솔한 우리 사회의 문제인 ‘주택문제 (내 집 갖기)’를 배경으로, 인류의 보편적 가치인 사랑, 더 나아가 귀신이 된 이후까지 이어지는 ‘사랑과 영혼’류의 사랑문제까지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기 때문이거나, 한국 코믹 영화의 한 축을 담당해 온 배우 ‘차승원’의 효과일지는 모르지만, 어쨌든 비평가들의 목소리와 일반 관객의 즐거움 사이에는 약간의 차이가 있어 보인다.

3대를 이어온 셋방살이 설움에 ‘네 집을 가져’라는 아버지 유언을 인생 목표로 사는 박필기(차승원 역). 그는 낮엔 조선소 기사로, 밤엔 대리운전으로 일하는 소위 ‘투 잡스(two jobs)’를 뛰면서 결국 사회생활 10년 만에 대출에 융자까지 보태 거제도 바닷가에 이층집을 사는데 성공한다. 그러나 이승에서 다하지 못한 사랑 때문에 그 집에 주인 행세를 하고 있던 귀신(장서희 역)이 집을 내놓으라며 싸우게 되는 것이 전체적인 영화의 줄거리이다. 물론 이런 코믹한 설정의 배경으로 등장하는 사회적인 문제들(예를 들어 내 집을 갖는다는 게 얼마나 어려운지, 박필기가 소유하고 있는 집을 재개발하려는 자본가의 탄압과 불법행위 등)은 우리 사회가 현재형으로 가지고 있는 소위 ‘불평등 사회구조’를 고발하고 있다는 점에서 이 영화는 단순 코믹 영화로만 바라보기 어려운 점도 있을 것이다.

영화 평론가도 아니고 영화 매니아도 아닌 데다 1년에 영화 한두 편 보는 게 고작인 나로서, 영화에 대한 평을 한다거나 네티즌들의 영화평에 토를 단다는 게 어불성설일 것이다. 그러나 내가 이 영화를 보면서 순간 놀라고, 당황했던 점은 주인공 박필기가 일하고 있던 공장이 “죽음과 골병의 조선소”였기 때문이다. 박필기는 거제도 조선소에서 인정받는 현장 노동자이며, 영화 장면으로 추정해 보건대 아마 ‘탑재’부서에서 일하고 있는 듯이 보였다. 그런데 영화의 중간중간에는 작업현장에서 추락하여 죽은 노동자가 귀신이 되어 현장을 떠나지 못하고 매일 출근하고 있는 장면이 나온다. 심지어 저녁 일과 후에는 조선소 근처 선술집에 나타나 생전에 같이 일하던 동료와 술잔을 같이 하는 등, 죽은 조선소 노동자의 귀신 생활이 평범하지 않게 나에게 다가왔다.

죽음과 골병의 공장 조선소!! 지난 1999년, 우연한 기획에 나는 마산창원거제지역의 9개 사업장에서 재해로 인해 사망한 노동자들에 관한 연구를 할 기회가 있었다. 당시 거제도에 있는 굴지의 조선소 노동자들의 사망재해 자료 역시 노동조합의 도움으로 접할 수 있었는데, 당시 전체 연구 대상 25개 사망사례 중 15개 사례가 이 조선소 노동자들이었다. 압착, 추락, 폭발 등 잔혹한 형태로 사망했던 당시 사례들을 연구하면서, “한 척의 대형 배를 만들려면 억울하게 죽어간 노동자의 원혼이 필요하다”라는 현장 노동운동가의 피맺힌 토로를 잊을 수 없었다.

지금은 곳곳의 사업장에서 근골격계 직업병 유해요인조사가 자연스럽게 진행되고 있지만, 불과 2년 전만 하여도 이 조선소 노동자들은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을 위하여 노동조합의 핵심 간부들이 구속되어야 했다.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이 정당하다는 사실을 알리기 위하여 거제도에서 멀리 서울 본사 앞까지 올라와 항의농성을 벌이고, 국회 안에서 항의 투쟁을 전개하다가 구속되고...
최근에 이 회사는 근골격계 직업병 요양자들의 요양기간이 적절치 않다는 가정 아래, 전문가에게 적정요양기간에 대한 연구를 의뢰하여 노동계의 비난을 받은 적이 있다. 회사의 입장에서 보면 직업병 노동자들이 적절한 요양기간을 넘어, 장시간 회사를 쉬게 되는 이유가 일하지 않고 놀고 먹으려는 노동자들의 도덕적 해이 때문이라는 논리로 직업병으로 고통받고 있는 노동자들을 우롱하고 있다.
이 회사는 전 세계에서 최고의 조선기술을 가지고 있으며, 매년 내놓라하는 기업들이나 국가가 배를 만들어줄 것을 요청하고 있다. 어느 방송에서 인기리에 방영되고 있는 소위 ‘신화창조’의 기업인 셈이다.
그러나 이 조선소에서 매년 수많은 사람들이 죽어가고 있다는 사실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고 추적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이 영화에서처럼 코믹한 귀신으로 둔갑하여 2시간짜리 영화의 조연은 될지 몰라도, 개인의 목숨을 앗아가고 집안을 풍비박산으로 만드는 노동재해의 피해자들이 매년 집단적으로 양산되고 있다는 사실은 모른다. 아니, 알고 있다고 하여도 불가피한 것으로 우리 사회는 받아들인다.

영화 <귀신이 산다>를 보러 아내와 함께 극장 안에 들어가기 전까지만 해도, 새집을 산 어느 덜떨어진 놈과 귀신의 사투가 이 영화의 줄거리인 줄로 알고 있었다. 영화가 시작되고 거제도의 아름다운 바닷가가 나타나고 장승포 뒷골목 선술집들이 화면에 보이면서, 조선소 노동자가 이 영화의 주인공임을 알았다. 10년 전 일하다가 떨어진 귀신 노동자가 매일 작업복을 입고 출근하는 모습과, 저녁에 동료들의 술자리를 기웃거린다는 극의 설정이 너무나도 슬프고 고통스러운 현실이라는 점을, 이 영화를 보는 그 누가 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았다. 사실 병원에서 근무하는 나로서는 조선소 노동자가 어떻게 일하고 어떻게 죽어가는 지 깊이 있게 알지 못한다. 그러나 울산이나 거제도의 조선소에서 베테랑 노동자들이 재해로 죽어간다는 노동안전보건 뉴스가 가십거리로 보수언론의 귀퉁이에 일 년 내내 끊이지 않고 연재된다는 점이나, 국회 국정감사가 시작되면 노동환경위원회 소속 국회의원들이 대책마련을 추궁하는 거들먹거림을 반복한다는 점은 우리나라 조선산업이 노동자들의 생명을 담보로 배를 만들고 있다는 점을 역설적으로 반영한다. 어떻게 보면 영화감독이 거제도를 배경으로 극을 구성할 때, 조선소 늙은 노동자 귀신을 등장시키는 것이 너무나도 자연스러운 일일지도 모른다. 영화에 따르면, 사람이 죽으면 모두 이승을 떠나는 게 기본인데 원한이 사무치면 죽은 장소를 떠나지 못한단다. 그렇다면, 평생 육신을 바쳐 일한 노동현장에서 재해로 죽은 노동자들이야말로 이승을 벗어나지 못하고 죽은 그 자리를 맴도는 원혼이 되는 게 필연일 것이다.

억울하게 죽어간 사람이 한둘이 아니겠지만, 이 조선소야말로 억울하게 죽은 귀신이 들끓는 귀신 공장일지도 모른다. 김상진 감독의 코미디가 이것을 전달하고 싶었던 것은 아니겠지만, 나는 제목을 바꾸어 달고 싶다.

“거제도 조선소에는 정말 귀신이 산다.”

한국노동안전보건연구소 - http://kilsh.or.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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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6 14:31 2004/11/16 14: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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잡다생각_펌 - 2004/11/12 11:42

19일까지 서울 정동 배재빌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시실에서 있다네요.



♪ 전태일 34주기 기념전시회 ♪



전태일은 생활속에 스며들어 열사로 남아있어

전태일 34주기 기념전시회 11월 19일까지

 

전태일 34주기 기념전시회 '우리들의 전태일' 전이 오는 11월19일 금요일까지 서울 정동 배재빌딩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전시실에서 열리고 있다.

애초 15일까지로 계획했던 일정에서 나흘 더 연장되는 이번 전시회는 전태일의 정신을 예술적으로 형상화하여 시민대중 속으로 확산하고 전태일기념관 건립 재정 마련을 위해 열리고 있다고 한다.

정이인숙 전태일기념관 건립추진위원회 대표는 "우리의 노동역사를 후손들에게 알리기 위해 전태일기념관 건립을 추진하고 있고, 이번 전시회는 그 기금 마련을 위한 사업 중 하나로 준비되었다"고 말했다.

민족미술 작가 50여명의 평면회화, 조각, 시와 판화 등이 전시 판매되고 있는 이번 행사 출품작들의 특징은 분신 노동자 전태일의 삶에서 쉽게 떠올리는 어두운 노동현실을 다룬 작품이 많지 않다는 것이다.

전태일의 인간해방 사상을 문화적으로 재해석하여 다양한 기법과 방식으로 표현하고 있으며 대중적으로 친숙하면서 생활속에서 볼 수 있는 친근한 표정들을 실감나게 그려낸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전시관을 찾은 주부 임영희씨는 "전태일이 분신을 했기 때문에 전시 작품들도 처절한 노동현실을 다룬 작품일걸로 생각했는데 생활속에 스며들어 있는 열사로서 남아있는 것 같다"고 관람 소감을 밝혔다.

전시회 출품작들의 면면에서 볼 수 있는 대중적이면서 세련된 이미지들 속에서도 한편으로 자신을 바쳐 시대의 어둠을 환하게 밝힌 불꽃이 된 전태일의 정신을 보여주는 작품들도 상당수 있다.

이번 전시회는 우리가 기억하는 노동자 전태일의 삶과 정신을 보다 많은 시민들에게 자연스럽게 다가서게 하려는 문화예술적 시도란 점에서 젊은세대들에게 쉽게 공감을 얻고 있기도 한다.

대학원생 김영일씨는 "다양한 노동자들의 삶을 형상화한 작품들이 많아 좋은 경험이었던것 같다"고 말했다.

깊어가는 가을에 세상의 빛과 소금으로 남은 전태일을 새로운 시각으로 다시금 새겨볼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의미있을 것으로 생각된다.

관람문의: 02 744 7456

 

출처 : 오마이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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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4/11/12 11:42 2004/11/1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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