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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6/12/29
    반성(2)
    풀소리
  2. 2006/12/26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잔치(20)
    풀소리
  3. 2006/12/22
    진정성
    풀소리

반성

풀소리님의 [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잔치] 에 관련된 글. 

지난 번 포스트에 대하여 항의성 리플이 러쉬를 이뤘다.

일종의 ‘필화(筆禍) 사건’이랄 수 있겠다.


그 포스트를 쓴 시점부터 현재까지 나의 의식은 계속 흘러가고 있다.

① 분노 -> ② 놀라움(블로그 진 탑에 올라감에 대한) -> ③ 고민(실명 거론 부분을 수정할까 하는) -> ④ 방치(공격성 리플이 달리면서) -> ⑤ 반성


반성. 그렇다. 반성이다.

사실관계 또는 주의주장과 별개로 ‘운수산별’ 건설과 ‘통합연맹’ 건설 주역의 한 사람으로써, 산별 또는 통합에 악영향을 주는 ‘논란거리’를 제공하지 말았어야 하지 않는 것이 지금의 내 생각이다.


그래. 원하던, 원하지 않던 내 위치는 위치인 것이다. 그것은 자연인 ‘풀소리’와 별개이기도 하다.

플소리의 개인 블로그는 개인의 사생활 영역으로 존중받아야 할 것이다. 그러나 블로그 진 탑에 올라간 이후에는 개인 블로그이지만 진보넷이라는 일반성의 규정을 받는다고 봐야 한다. 그 점을 나는 사려 깊게 고려해야 했다.


지금 돌이켜 보면, 내 포스트가 이른바 ‘운동판’의 분란거리를 최소화하고, 보다 발전적인 관계로 재정립하고자 애쓰는 동지들에게는 내가 원하지 않는 상처를 주었을 것 같다. 그 분들을 위해 이글을 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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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도 하기 전에 끝난 잔치

손을 내밀어 우리님의 [[가문비] 오백년동안 못본 아빠] 에 관련된 글.

오늘(26일, 화)은 '운수산별노동조합'과 '통합연맹(공공, 버스, 화물, 택시)'의 동시 출범일이다. 연맹단위를 달리하는 노동자들이 모여서 산별노동조합을 만든 것은 그 내용성과 관계없이 우리나라에서는 유례가 없는 일이다. 그만큼 대단한 사건이고, 축하해야 할 일이다.

 

그러나...

과정에서는 그놈의 지긋지긋한 정파구도의 폐해가 노정되었고, 정치권이나 장사치*들의 술수 못지 않은, 오히려 더욱 노골적인 술수가 난무했다.

 

(장사치* : 특정직업을 들추고자 하는 얘기가 아니라 일반적인 관념을 얘기하는 것이므로 양해하시길... )

 

가문비가 아빠를 500년을 못 보도록 감비를 포함한 많은 이들이 길게는 1년 반, 짧게는 1년을 노력해온 일이 거의 수포로 돌아갈 뻔 하기도 했다.

이번 통합하는 주체나 주역 중의 일부는 서로 몰려다니며

 

1. 통합연맹을 무산시키고, 운수산별을 만든다.

2. 1번이 불가능하면 통합연맹을 최대한 껍데기로 만들과 산하에 있는 운수산별을 강화한다.

 

와 같은 복안을 가지고 각종 회의에 임했다.

 

이들은 자신들의 복안을 관철시키기 위해 여러가지 지뢰를 곳곳에 묻어두었다. 예를 들어 통합연맹의 명칭이 '공공운수연맹'이 아니라 '운수공공연맹'이어야 한다고 고집한다든지, 현 공공연맹 상근자들의 급여를 버스나 화물, 택시의 평균급여 이하로 낮추어야 한다든지 하는 주장이다. 그것도 출범일 불과 1주일 앞두고 이런 요구안을 10개나 제시했다.

 

근거도 궁색하다. 이번 연맹통합이 공공과 운수 3조직이 합치는 것이니만큼 운수가 많은 것이고, 그래서 '운수'를 앞에 넣겠다는 것이다. 지금 껏 관례상으로도 통합연맹에 대하여 '공공운수'라고 해왔음에도 말이다. 정당성을 차치하고 명칭을 대의원대회에 안건으로 상정하는 순간 그 대의원대회가 가능이나 할까?

 

더욱이 이들이 마지막까지 고집을 피운 공공연맹 상근자들의 임금 대폭 삭감 요구는 '의도', '시기', '방식' 모두 천민 자본주의를 닮고 있다. 그런 무지막지한 요구를 통합 불과 1주일 앞두고 회의 석상에서 문건으로 불쑥 내밀었다.

 

통합을 하면서 임금을 줄이거나 인원을 줄이겠다는 발상! 어디서 많이 보지 않았는가! 이들은 처음에 빡빡한 예산 때문이라고 했는데, 그것이 아님은 금방 드러났다. 그러다보니 다른 이유를 달아 고집했다. 결국 이 문제 때문에 연맹 통합이고, 운수산별이고 물 건너갈 뻔했다. 감비가 앞의 포스트에서 썼듯이 지난 토요일 연맹통합 논의가 최종 결렬되었었기 때문이다.

 

결국 1번 상황은 불가능하다는 게 바로 판명되었다. 우리 버스는 물론 철도도 1번 상황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사태는 겉잡을 수 없게 되었다. 화물은 갈갈이 쪼개지고, 철도는 내년 초 선거에서 어용세력이 힘을 얻을 수도 있으며, 공공, 버스 할 것없이 통합연맹이 되지 않는다면 수없는 문제가 발생할 것이 불보듯 뻔하게 예견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1번을 주창해온 연맹을 빼고 나머지 조직만이라도 통합연맹과 운수산별을 하자는 안이 한밤중에 급추진되었다. 그러자 1번, 2번 세력이 어마 뜨거라 하며, 자신들의 요구안을 전격적으로 철회하였고, 예정대로 대의원대회를 치르기로 하였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이번 사태의 기안은 2번을 관철시키려는 자가 하였고, 총대는 1번을 관철시키려는 어떤 연맹이 졌다. 기안자는 공공연맹으로부터 최대한 양보를 얻어내려고 '꽃놀이패'를 만들었는데, 총대를 맨 연맹이 '패'에 목숨을 걸어, 모두가 공멸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결국 기안자와 총대를 맨 연맹은 뒤에서 티격태격했다는 후문이다.

 

그런데 그런 자들이 또 다시 '밤의 정치'를 하였고, 그 결과 운수산별의 요직을 차지했다. 물론 대의원대회에서 형식상 인준 절차가 남아 있지만 말이다.

 

수석 부위원장 : 구수영(1번 주창 연맹 위원장)

사무처장 : 정호희(기안자)

 

이렇게 운동은 말아먹히고 있다.

이것이 내가 피해의식 때문에 느끼는 절망일 뿐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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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성

현재 운동의 위기는 여러 가지 방향에서 진단할 수 있을 것이다.

그 중 하나는 좌표(이상사회 또는 그에 따른 담론)의 상실이라고 할 수도 있겠다.

무엇이 정의인지, 무엇이 옳은 건지 등등...

 

좌표를 상실시킨 가장 큰 이유는 현실 사회주의의 붕괴이겠지만, 정파의 문제 또한 적지 않겠다고 하겠다.

그러나 거꾸로 좌표의 상실로, 건강한 활동가를 재생산하는 등 대중적인 새로운 동력을 만들지 못해 쪽수로만 해결하는 극단적인 정파의 대립을 강화시키는 측면도 있다 하겠다.

 

'2006년의 노동계 가장 큰 뉴스는?'

'금속과 공공 및 운수의 산별 전환이요!'

 

며칠 전 메일노동뉴스의 설문을 받아보고 내가 속으로 가장 크게 외친 대답이다.

 

현재 노동운동, 민중운동의 위기는 여러 측면에서 진단할 수 있지만, 이른바 87년 체제의 위기이기도 하다.

 

87년 노동자의 본격적인 봉기와 조직 결성 이후, 사업자(개별 자본가)를 상대로 노동자들이 단결의 힘으로 노동조건을 개선해왔던 체계라면, 이제는 자본가들의 단결과 연대가 노동자들을 능가하는 시대가 되어, 개별 사업장 노동자들의 단결만으로는 전 노동자계급의 삶의 조건을 변화시키지 못하는 것은 물론, 자기 조직 노동자들의 조건을 개선시키는데도 한계가 있는 지점에 왔다는 것이다. 이것이 87년 체제 위기의 핵심이기도 하다.

 

87년 체제 위기를 극복할 수 있는 방안으로 제시된 것이 한편으로는 '(대)산별노조'이고, 또 한편으로는 '노동자의 정치세력화(또는 노동자 정당 강화)'이다.

 

내가 속한 버스도 '운수산별노조' 건설과 화물, 택시, 공공과 함께 '통합연맹' 건설을 코앞에 두고 있다. 다음 주 화요일인 26일(화)이 산별과 통합연맹 출범예정일이니 말이다.

산별투표가 속속 가결될 때, 특히 최대 관건인 철도노조의 투표가 집계될 때, 정말 우리가 커다란 일을 벌이고 있는구나 하면서 내 가슴도 너무나 오랜만에 울렁거렸었다.

이미 고목화된 가슴을 가지고 있는 나도 그러니 노심초사 기대를 해왔던 조합원 동지들의 가슴이야 오죽했겠는가!

 

이후 자의반 타의반 출범일을 연기해왔는데, 출범 불과 5일, 아니 이제는 4일 앞둔 시점까지 또 다시 연기할 것인지 아닌지를 놓고, 이 밤중까지 회의를 하고 있다.

 

많은 이들이 이번 26일 동시 출범이 이뤄지지 않을 경우 운수산별노조 건설도 통합연맹 건설도 기약없는 것이 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다. 단순이 기약 없는 것이 아니라 대중적인 약속 위반과 신의 상실, 우리 실력의 한계를 노출시킨 것으로부터 오는 상처 등으로 우리는 노동운동과 민중운동에 커다란 죄를 짓는 결과를 낳을 것이라는 게 중론이다.

 

진정성은 무엇인가?

우리가 가야할 길이 가시밭길이든, 탄탄대로든, 멀든, 가깝든, 교통수단이 뭐가 됐든 꼭 가야해야 한다면 가야되는 것이다. 설령 도중에 실패할지라도 말이다. 그게 진정성이다. 꼭 가야하는데도 이 조건 저 조건이 모두 충족되어야 한다고 우기면, 더욱이 지금까지 합의 또는 동의된 내용까지 다시 끄집어내어 조건으로 내세운다면 진정성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비록 조직의 사정을 이해한다고 하더라도 말이다.

 

조직의 사정은 분명히 존재하지만, 어쩜 그것은 간부들의 몫이기도 하다. 간부들이 자신들의 진정성으로 조직을 설득하고 이끌 문제이기 때문이다. 간부들의 진정성 있는 결심만으로도 이미 조직을 50% 이상 설득시킬 수 있는 강력한 무기라는 게 나의 경험의 결과이기도 하다. 그러므로 조직의 사정(조합원 설득의 어려움 등)을 절대적인 조건으로 내세우는 것은 대중을 내세워 자신의 무책임과 비겁함을 감추려고 하는 것에 다름아닌 것으로 보인다.

 

잠시 정회시간에 책상으로 와 이글을 쓰고 있는데, 지극히 건조한 결정을 내렸다는 전갈이다. '내일 11시 대표자 회의에서 결정한다'라고 최종 결정되었다고...

 

물론 성과는 있다. 가장 큰 걸림돌이 된 재정적인 문제가 정말 공공연맹의 33명 상근자의 인원을 줄이든지, 임금을 줄여야 해결될만큼 절박한 것인가를 검토해봤다. 나는 지금까지 제출된 자료들을 토대로 그렇지 않음을 설득했다. 대다수 회의 참석자들, 특히 강력하게 문제제기를 했던 동지들도 내 주장에 이의를 달지 못했다.

 

그래 거기에 한 가닥 기대를 걸어 보자. 진정성을 한 번 더 믿어 보자. 그리고 편하게 잠을 자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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