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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인 백석-백석 시 전집』 (송준 엮음, 흰당나귀, 2012) 중에서 발췌
[늙은 갈대의 독백(獨白)]
해가 진다
갈새는 얼마 아니하야 잠이 드ᇍ다
물닭도 쉬이 어늬 낯설은 논드렁에서 돌아온다
바람이 마을을 오면 그때 우리는 설게 늙음의 이야기를 편다
보름밤이면
갈거이와 함께 이 언덕에서 달보기를 한다
강(江)물과 같이 세월(歲月)의 노래를 부른다
새우들이 마름 잎새에 올라 앉는 이때가 나는 좋다
어늬 처녀(處女)가 내 닢을 따 갈부던을 결었노
어늬 동자(童子)가 내 잎닢 따 갈나발을 불었노
어늬 기러기 내 순한대를 입에다 물고갔노
아- 어늬 태공망(太公望)이 내 젊음을 낚어갔노
이 몸의 매딥매딥
잃어진 사랑의 허물자국
별 많은 어늬 밤 강(江)을 날여간 강다리ㅅ배의 갈대피리
비오는 어늬 아침 나루ㅅ배 나린 길손의 갈대지팽이
모다 내 사랑이었다
해오라비 조는 곁에서
물뱀의 새끼를 업고 나는 꿈을 꾸었다
-벼름질로 돌아오는 낫이 나를 다리려 왔다
달구지 타고 산(山 )골로 삿자리의 벼슬을 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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