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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 백석-백석 시 전집』 (송준 엮음, 흰당나귀, 2012) 중에서 #
[여우난곬족(族)]
명절날 나는 엄매 아배 따라 우리 집 개는 나를 따라 진할머니 진할아버지가 있는 큰집으로 가면
얼굴에 별 자국이 솜솜 난 말수와 같이 눈도 껌벅걸이는 하로에 베 한 필을 짠다는 벌 하나 건너집에 복숭아나무가 많은 신리(新里) 고무 고무의 딸 이녀(李女) 작은 이녀(李女)
열여섯에 사십(四十)이 넘은 홀아비의 후처가 된 포족족하니 성이 잘 나는 살빛이 매감탕 같은 입술과 젓꼭지는 더 깜안 예수쟁이마을 가까이 사는 토산(土山) 고무 고무의 딸 승녀(承女) 아들 승(承)동이
육십리(六十里)라고 해서 파랗게 뵈이는 산(山)을 넘어 있다는 해변에서 과부가 된 코끝이 빩안 언제나 힌옷이 정하든 말끝에 설게 눈물을 짤 때가 많은 큰 곬 고무의 딸 홍녀(洪女) 아들 홍(洪)동이 작은 홍(洪)동이
배나무 접을 잘하는 주정을 하면 토방돌을 뽑는 오리치를 잘 놓는 먼 섬에 반디젓 다ᇚ으려 가기를 좋아하는 삼촌 삼촌엄매 사춘 누이 사춘 동생들
이 그득히들 할머니 할아버지가 있는 안간애들 뫃여서 방안에서는 새옷의 내음새가 나고
또 인절미 송구떡 콩가루차떡의 내음새도 나고 끼때의 두부와 콩나물과 뽂운 잔디와 고사리와 도야지비게는 모두 선득선득하니 찬것들이다
저녁술을 놓은 아이들은 외양간 섶 밭마당에 달린 배나무 동산에서
쥐잡이를 하고 숨굴막질을 하고 꼬리잡이를 하고 가마 타고 시집가는 노름 말 타고 장가가는 노름을 하고 이렇개 밤이 어둡도록 북적하니 논다
밤이 깊어가는 집안엔 엄매는 엄매들끼리 아르간에서들 웃고 이야기하고 아이들은 아이들끼리 웋간 한 방을 잡고 조아질하고 쌈방이 굴리고 바리깨돌림하고 호박떼기하고 제비손이구손이하고 이렇게 화디의 사기 방등에 심지를 멫 번이나 독구고 홍게닭이 멫 번이나 울어서 조름이 오면 아릇목싸움 자리싸움을 하며 히드득러리다 잠이 든다 그래서는 문창에 텅납새의 그림자가 치는 아츰 시누이 동세들이 욱적하니 흥성거리는 부엌으론 샛문 틈으로 장지문 틈으로 무이 징게국을 끄리는 맛있는 내음새가 올라오도록 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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